칼럼 및 논설 365

나만의 서재[미래교육신문 김미수필]

나는 이미 중독되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 돋친다고 했지만, 나는 하루라도 도서관에 들르지 않으면 불안한 기운이 몸 안에 번졌다. 도서관에 중독된 이유를 굳이 찾아보았다. 집 바로 옆에 도서관이 있다. 몇 걸음 걸어 읍내로 가는 길에 고개만 우측으로 돌리면 내 눈에는 ‘무안 공공도서관’ 명칭이 뚜렷하게 한눈에 들어왔다. 나는 형제집이라도 되는 양 늘 보아도 반가웠다. 일이 있어 못 가는 날은 못 가 아쉽고 갈 수 있는 날은 갈 수 있어 기쁜 곳이었다. 결혼 직후 옆 마을에 도서관이 들어선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만 해도 그렇게 자주 들리게 되리라는 생각은 못 했다. 그래도 도서관이 들어선다는 소식은 반가웠다. 아이들 키우느라 정신없이 살 때는 마음뿐이었지 갈 수 없었..

칼럼 및 논설 2022.09.21

우리 치마저고리의 멋[미래교육신문 박철한수필]

사월초파일에 어느 절 인근으로 나들이를 갔다. 절 구경을 마치고 내려오다 잔디에 앉았는데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한 무리의 아낙네들이 저만치의 길을 따라 절로 향한다. 등허리에도 미치지 못하는 짧은 저고리의 완두꼬투리처럼 둥그스름한 소매 끝에는 빛깔을 달리한 끝동이 맞대어졌다. 나비모양으로 맨 옷고름 끝은 허리춤 아래까지 내려와 나푼거린다. 가슴팍에서 주름 잡혀 부챗살처럼 퍼지며 흘러내린 기다란 치마는 허리춤을 덮고 걸음을 재촉하느라 방정맞아 보일 수도 있는 다리를 펑퍼짐하게 가렸다. 설령 촐랑거리는 다리일지라도 결코 남의 눈에 드러나지 않도록 슬금하게 보듬었나니 어찌 너그러운 멋을 지녔다 하지 않으랴. 하나같이 은은한 때깔의 저고리는 아려하고, 꽃무늬가 연하게 아롱다롱한 치마는 푼더분하면서도 불면 날아오..

칼럼 및 논설 2022.09.21

분단 70년 이전, 이산가족 상봉부터 남북당국이 해결하자[e미래뉴스 임한필기고]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는 유독 태풍과 폭우로 인해 피해가 심했다. 가슴 아픈 사연이 아직도 들리고 있다. 천재지변에 의한 피해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인재’로 인해 70여 년을 만나지 못하는 고통을 당하고 있는 우리의 이웃이 있다. 바로 이산가족이다. 민족상잔의 비극이었던 1950년 6.25전쟁 이후 3년간의 전쟁의 결과는 남과 북 모두에게 비참했다. 가장 잔인한 전쟁이 내전(civil war)이라고 한다. 이념이나 신념, 종교적 차이로 겪는 내전은 같은 동족 간의 싸움이라 더욱 잔인한 결과를 가져온다. 더구나 내전의 상처가 총성없는 싸움으로 7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더구나 내년 7월 27일은 휴전협정이 체결된 지 70년이다. 오늘 권영세 통일부장관이 북측에 이..

칼럼 및 논설 2022.09.08

광주군공항 이전을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e미래뉴스 임한필기고]

최근 대구시에서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2030년도까지 이전완료한다는 청사진을 언론을 통해 공개하였다. 주요 내용은 경북 군위군과 의성군 일대 17.73㎢ 규모 부지에 활주로 2본을 갖춘 군공항과 민간공항을 함께 이전하는 방식으로 이전사업비는 군공항 이전에 11조4천억 원, 민간공항 이전에 1조4천억 원 등 모두 12조8천억 원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이유로 군공항 이전을 추진했던 수원, 대구, 광주 중에서 대구가 다른 지역에 비해 속도감있게 추진되고 있다. 이번 발표된 내용에서 유심히 봐야할 것은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이전 및 건설하는 데 있어서 대구시에서는 군공항 이전을 국토부에서는 민간공항이전을 담당해 추진해나간다고 밝힌 것이다. 즉, 2017년에 국회에서 통과된 군 공항 이전 및..

칼럼 및 논설 2022.08.24

새로운 교육을 기대하며[미래교육신문 최성광기고]

2022년 7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했다. 지난 지방선거에는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광역의회의원과 기초의회의원, 국회의원 보궐선거까지 다양한 선거가 동시에 이루어진 만큼 유권자들은 여러 장의 투표용지를 받아 들고 신중한 선택을 해야 했다. 지방선거는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시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생활 정치를 펼치는 사람을 뽑는다는 점에서 다른 선거보다 가벼울 수 없다. 이번 선거는 다른 선거에 비해 투표율이 높지 않았다. 전문가들이 여러 원인을 분석해 내놓고 있지만 갈수록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혐오가 커진 탓이라 생각한다. 정치의 중심은 국민이어야 하며, 정치인은 국민의 삶이 보다 나아지도록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칼럼 및 논설 2022.07.20

일사병과 열사병의 차이를 아십니까[미래교육신문 김경선기고]

2020년의 경우 길었던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본격 시작된 8월 중순부터, 2021년은 폭염 특보가 가장 많이 내렸던 7월 중순에서 8월 초 사이에 온열질환자 수가 급증했다. 22년에는 평년보다 더운 날씨가 예상되는 가운데, 담양소방서는 119구급차와 펌뷸런스(소방 펌프차와 구급차를 합성)에 생리 식염수와 얼음 조끼, 정제 소금, 정맥주사 세트 등 폭염 구급 장비를 상시 비치하고 있다. 일사병과 열사병에 대해 알아보자면, 일사병(열탈진) 고온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몸의 온도가 37~40도까지 상승한 상태를 말한다. 열로 인해 땀을 흘려 수분과 염분이 적절하게 공급되지 못한 경우 발생하며 주로 두통과 어지럼증, 피로감, 무기력감, 구토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열사병은 고온에 노출되어 올라간 몸의 기온이 밖으..

칼럼 및 논설 2022.07.20

역사란 무엇인가: E. H. CARR[미래교육신문 최서윤기고]

“역사란 역사적 중요성이라는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의 과정이다. 무수한 인과적 전후관계들 중 역사적으로 중요한 것을 추출해 낸다(145p)” 내가 역사를 배우면서 인상 깊었던 메세지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와 “역사는 반복된다”이다. 역사는 과거를 기록한 것이며, 현재와 미래에 역사가 되풀이될 수 있으니 기억하라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시대를 달리하며 같은 사건을 반복적으로 행하는 것일까? 나는 현재가 과거보다 더 발전되고 나은 세상이며, 미래는 현재보다 더욱 나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나의 생각과 앞서 말한 두 문구는 모순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역사의 정확한 정의와 모순적인 고민의 답을 찾고자 하였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요..

칼럼 및 논설 2022.07.20

달팽이 집[미래교육신문 김미수필]

친구가 놀러 오며 상추 한 바구니를 뜯어 왔다. 부드럽고 연한 상추를 보니 밥맛이 당겼다. 얼른 먹을 요량으로 양념장을 만들어 놓고 상추를 씻었다. 한 잎 한 잎 씻다 보니 딱딱한 무엇인가 싱크대 아래로 툭 떨어졌다. 부드러운 잎 사이에 딱딱한 것이라니, 살펴보니 달팽이가 덤으로 함께 왔다. 씻던 일을 멈추고 달팽이를 한쪽으로 올려놓았다. 친구는 키득키득 웃었다. 농담을 좋아하는 그녀는 내 사정 알고 있기에 집 한 채 선물하려고 가져왔단다. 요즘 우리 부부는 집 때문에 고민이 많다. 그동안은 살림집이 따로 없었다. 이제는 집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남편은 살던 마을에 집을 짓고 싶어하지만, 갑자기 땅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살던 곳이라 만만하게 보았다가, 엄두도 못 낼 형편이 되었다. 집 지을 만..

칼럼 및 논설 2022.07.20

무궁화의 자존심[미래교육신문 박철한수필]

‘화무십일홍 권불십년(花無十日紅 權不十年)’이란 말이 있다. 열흘 동안 붉게 피어있는 꽃이 없고 권세는 십년을 넘기지 아니한다는 말이다. 부귀영화의 덧없음을 일순간에 지고 마는 꽃에 비유한 그 말은 일시적인 권세나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결코 남을 업신여기거나 자만하지 말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백일홍(百日紅)’이란 이름의 한 해 살이 초화(草花)가 있는데 실제로 꽃이 백여 일 동안 핀다. 그렇다면 어떤 꽃이든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시든다는 말과 모순(矛盾)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과 ‘백일홍(百日紅)’의 의미는 이렇다. ‘화무십일홍’은 한 송이의 꽃을 전제로 하는 말이며 ‘백일홍’은 한 그루의 식물체를 전제로 한다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국화과의 백일홍은 칠월부터 시월까지..

칼럼 및 논설 2022.06.15

마지막 빚[미래교육신문 김미수필]

어찌 인연이 되어 어르신들의 문해 강사를 수년째 하고 있다. 문해교실 대상자 어머니들은 대부분 농어민으로 어려운 시대에 태어났다. 몸을 농기구처럼 부리며 한 가정을 일구어 온 사람들이었다. 억세게 농사를 짓다 보니 몸은 고장 나 몇 번에 걸쳐 수리했다. 완전한 회복이 불가능하다 보니 어머니들은 바로 걷을 수가 없다. 아무리 용써도 한쪽으로 쏠려 불안한 게걸음을 걷는다. 그래도 못 배워 서러웠던 일을 생각하며 한 자라도 배워야 한다는 각오만은 대단했다. 공부시간에 누군가 사담이라도 할라 치며 시끄러워 집중이 안 된다며 단속하는 소리가 더 소란스럽다. 막판에 선생님은 뭐 하느냐고, 이럴 때는 칠판이라도 꽝 내려쳐 조용히 하게 하라고 엄포를 놓는다. 실은 그럴 줄 몰라 모른 체하는 것은 아니었다. 수업 중간에..

칼럼 및 논설 2022.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