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및 논설 365

토종닭[미래교육신문 김미수필]

토종닭 한 쌍이 우리 집 마당으로 이사를 온 날이었다. 토종닭은 구멍 뚫린 빈 라면 박스에 담겨 있었다. 몇 번에 걸쳐 부탁한 토종닭이고 보니 반갑기 그지없었다. 토종닭은 다른 닭들과 쉽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당분간은 따로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거였다. 토종닭 주인이 빈집 여기저기를 살펴보더니 예전에 외양간이었던 곳을 선택했다. 토종닭집으로는 바닥이 흙이나 모래가 있는 곳이 적절하다는 거였다. 그곳에서 박스에 든 토종닭 한 쌍과 만나게 되었다. 다른 닭들과 다르게 모양새가 작았으며 색채도 화사했고 몸체도 날렵했다. 보통의 닭은 새로운 환경에는 한쪽 구석진 곳으로 몸을 숨기건만 토종닭은 당당했다. 두리번거리는 눈망울은 사람과 맞닥뜨린 쥐의 눈망울처럼 반짝거렸다. 토종닭의 주인은 사라져 가는 토종..

칼럼 및 논설 2021.12.08

격몽요결(擊蒙要訣)[미래교육신문 최서윤기고]

“처음으로 공부를 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어떻게 공부를 할 것인지 뜻을 먼저 세워야만 한다. 반드시 스스로 성인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한 개의 터럭만큼도 자신의 능력을 낮게 보고 그 목표부터 물러서거나 다른 일로 미루려는 생각을 지녀서는 안 된다.” 격몽요결은 조선시대 유학자인 율곡 이이 선생이 42세에 처가가 있는 황해도 해주에서 머물 당시 학문을 청하는 사람들에게 가르칠 교재로 직접 쓴 책이다. 서두에 쓴 글은 제1장 ‘공부하려는 뜻을 먼저 세워야 함(立志)’의 첫 문장이자, 이 책의 첫 시작이다. 아마도 율곡 선생이 이 책을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의 핵심이자 최우선된 가치가 아닐까 생각했다. 내가 평소에 공부를 하면서 ‘나는 왜 공부를 하는가?, 이렇게 공부해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힘든데..

칼럼 및 논설 2021.12.08

화재위험 3대 겨울 난방용품 안전하게 사용하기[미래교육신문 안재용기고]

차가운 바람이 살을 에도록 불어오는 겨울이 찾아왔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자연스레 난방용품 사용이 늘어난다. 전기장판은 필수품이 됐고 화목보일러를 설치하는 가정도 최근 부쩍 늘었다. 겨울 난방용품은 안전하게 사용하면 따뜻한 일상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자칫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사용이 많이 늘어난 전기장판, 전기열선 그리고 화목보일러 등 이 세 가지 난방용품이 화재위험 3대 겨울용품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전남의 최근 3년간 난방기구가 화재의 원인이 된 사례를 살펴보면 전기장판 관련 39건, 전기히터 34건, 전기열선 10건, 화목보일러 71건으로 총 154건이 발생했다. 따라서 화재위험 3대 겨울용품을 사용하기 전 안전매뉴얼 숙지가 필요하다. 첫째, 전기장판은 KC마크와 EMF마크가 있는..

칼럼 및 논설 2021.12.08

군대 가는 꿈[미래교육신문 최성광기고]

병역을 마친 남자들이 한 번씩은 경험하는 게 있다. 바로 군대 가는 꿈! 군 복무를 마쳤는데 다시 군대에 가거나 군대에서 생활하는 꿈을 꾸는 것이다. 내가 입대한 게 벌써 20년 전이니, 강산이 두 번이 바뀐 세월을 보냈다. 그런데 어젯밤 군대에 다시 가는 꿈을 꾸었다. 비록 꿈이었지만 생생했다. 당시의 막사, 행정실, 연병장 등 꿈에서 본 모든 것이 내가 군생활하던 20년 전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심지어 내 상관과 동기까지 당시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군대 가는 꿈은 깨고 나면 뭔지 모를 ‘식겁함’이 있다. 보통 남자들은 군대 가는 꿈을 꾸고 나면 욕을 하거나 안도한다. 웃기는 이야기이지만 나도 어젯밤 군대 꿈을 꾸고 잠에서 깨어 가슴을 쓰러 내린 채 안도했다. 한편 나는 마음 한구석에 군 생활했던 부..

칼럼 및 논설 2021.12.08

낙 엽[미래교육신문 박철한수필]

몇 개 남은 이파리가 소슬바람에 쓸쓸히 흔뎅인다. 앙상한 가지 끝에 간신히 매달려 먼저 간 벗들을 따르려고 소슬바람을 청했는가 보다. 그것이 아니면 그 많던 동무들이 떠났음에도 더 버티고픈 미련으로 발버둥을 치는지도 모르겠다. 푸른 옷을 벗고 노란 옷으로 곱게 단장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낙엽이 될 처지이니 저물어가는 가을을 붙잡고 애원이라도 하고플 터이다. 늦가을 산행에서 본 은행잎의 애잔한 모습이다. 거리의 벚나무와 이팝나무에서부터 외국에서 들어와 이 땅에 자리를 잡은 플라타너스, 포플러, 아카시아에 이르기까지 이파리 옷을 거의 벗어간다. 산 아래의 마을 어귀에서도 족히 수 백 년은 되었음직한 느티나무가 가지만이 앙상한 채 외로운 모습으로 반긴다. 마을사람들에게 여름날의 따가운 햇살을 막아주던 나날..

칼럼 및 논설 2021.12.08

데미안: 경계를 넘어 나를 만나다[미래교육신문 최서윤기고]

“가끔은 실수라고 생각되는 것들까지, 머릿속에 떠오른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생각들은 나름의 감각을 가지고 있는데, 당신이 그것들을 도덕적으로 비난하고 억압하며 그런 감각들을 해롭게 해서는 안 됩니다.” ‘수레바퀴 아래서’에 이은 헤르만 헤세의 또 다른 성장 소설이자, 철학과 종교와 관습에 대한 혁신적 내용을 담은 소설 ‘데미안’에 나오는 문장이다. 헤세는 우리가 말과 행위로 표현하는 모든 것이 사회적 규칙과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고 본다. 하지만 머릿속의 생각마저 규정의 굴레 속에 가두는 것은 창의성과 상상력과 사회적 변화를 위해 온당하지 않다고 말한다. 소설 속 데미안은 인간의 마음에 존재하는 선과 악의 기준을 단순히 이분화하지 않는다. 싱클레어가 겪는 선악의 세계는 모든 ..

칼럼 및 논설 2021.11.24

연리지[미래교육신문 김미수필가]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7월 7일.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 친정아버지 기일이었다. 형제들은 다 모이지는 않았다. 시국이 이러하니 아버지도 이해해야 한다고 막내가 넉살을 피웠다. 갑자기 조촐해진 식구들이지만 제사 파전 날은 영광 불갑사에 가는 일만은 빠트리고 싶지 않았다. 행장을 차리고 길을 나섰다. 우리 가족사에는 독특한 사연이 있었다. 친정아버지는 피난민이었다. 할아버지를 일찍 여윈 아버지는 할머니와 단둘이 하늘과 땅처럼 서로가 마주하며 살았다. 모자는 어디서 혼자 먹는 음식은 넘기지 못했다. 집에 있는 가족 생각 때문에 입맛이 없다며 뒤로 밀어 놓았다가 그것을 다시 집으로 가져와 먹였다. 모자는 서로 그러지 말라면서도 가져온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더 맛있게 먹었다. 그렇게 살아왔던 아버지가 군..

칼럼 및 논설 2021.11.24

가을의 기억[미래교육신문 최성광기고]

바야흐로 가을이다. 공기는 서늘하면서 청량하고, 하늘은 맑고 깨끗하다. 밤이면 서정적인 풀벌레 소리가 귓등을 타고 마음을 거쳐 몸 전체로 퍼진다. 가을이면 사람들은 우수에 잠기고 마음속 깊은 곳의 말랑말랑한 어떤 것들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내게도 가을은 가슴으로 다가오는 계절이다. 오래전 가을에 경험했던 일들이 이 시기만 되면 그 느낌까지 되살아나 그때의 감정을 반추하게 한다. 나에게 잊지 못할 가을의 기억이 로맨틱한 사랑의 추억이라면 더 좋겠지만 사실은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얽힌 이야기이다. 내가 대학 입시를 치르던 때는 지금과 달리 입학전형이 매우 단순했던 시대였다. 내신성적과 수능점수로 대학을 가던 ‘라떼는...’ 시절이었다. 까마득한 옛날이야기 같지만 여전히 나는 첫 수능을 치르던 그날의 풍경과 떨리..

칼럼 및 논설 2021.11.24

교육감 선거 “진보·보수 떠나 정책으로 승부 겨뤄야”[미래교육신문 김필수기고]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도래했다.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시작으로 6월 1일 실시되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주요 사무 일정이 정해지면서 대통령선거와 맞물려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에 출마에 뜻을 내비친 후보들은 내년 3월 9일 실시되는 대통령선거에 따라 명암이 크게 갈릴 것으로 보여 잰걸음을 옮기고 있다. 하지만 내년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같이 실시되는 교육감 선거는 정당공천이 없어 대통령선거의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주민 직선 4기 교육감 선거에 출마의 뜻을 품은 출마예정자들은 저마다 얼굴알리기에 분주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흔히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들 한다. 먼 장래까지 내다보고 큰 계획을 세우라는 뜻으..

칼럼 및 논설 2021.11.24

점심시간과 결혼식[미래교육신문 박철한수필]

가로수가 노랗게 물들어 가는 어느 가을날에 지인의 가족 결혼식이 있어 예식장을 찾았다. 주차장이 만원인지라 곤욕을 치르다가 간신히 주차를 하였다. 예식장 입구에서 안내판을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을듯하다. 결혼식 일정이 점심시간을 전후한 시간에만 바듯이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결혼식이 끝날 무렵에 식권을 들고 대형식당으로 들어서려니 하객들이 북새통이다. 복도까지 길게 늘어선 줄 뒤에 서서 기다리다가 너무 지체되어 그냥 멀지 않은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점심시간에만 결혼식을 올리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예전 우리의 전통혼례식은 신부 집에서 올리고 신랑신부가 초야를 치른 후 다음날 시댁으로 가는 것이 관례였다. 특히 신랑은 초야를 치르기 전, 신부가 살던 마을의 청년들에게 호된 신고식을 치르기도 ..

칼럼 및 논설 2021.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