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닭 한 쌍이 우리 집 마당으로 이사를 온 날이었다. 토종닭은 구멍 뚫린 빈 라면 박스에 담겨 있었다. 몇 번에 걸쳐 부탁한 토종닭이고 보니 반갑기 그지없었다. 토종닭은 다른 닭들과 쉽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당분간은 따로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거였다. 토종닭 주인이 빈집 여기저기를 살펴보더니 예전에 외양간이었던 곳을 선택했다. 토종닭집으로는 바닥이 흙이나 모래가 있는 곳이 적절하다는 거였다. 그곳에서 박스에 든 토종닭 한 쌍과 만나게 되었다. 다른 닭들과 다르게 모양새가 작았으며 색채도 화사했고 몸체도 날렵했다. 보통의 닭은 새로운 환경에는 한쪽 구석진 곳으로 몸을 숨기건만 토종닭은 당당했다. 두리번거리는 눈망울은 사람과 맞닥뜨린 쥐의 눈망울처럼 반짝거렸다. 토종닭의 주인은 사라져 가는 토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