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색점이다. 오른쪽 발바닥 새끼발가락에서 손가락 한 마디쯤 떨어진 곳이 걷는 데 불편했다. 언젠가는 한 번 확인하리라 마음먹었지만, 일과를 마무리하고 발을 씻고 나면 낮에 먹었던 생각은 사라졌다. 까맣게 잊었다. 그냥 몸이 편한 자세로 지내다가, 아침이 되면 일터로 뛰어다니기에 바빴다. 어느 날은 발바닥 상태가 심상치 않아, 양말을 벗고 확인하려고 몸부림을 쳤다. 검은 흑색점이 있었다. 심장이 ‘쿵!’ 소리가 날 만큼 겁이 났다. 사람이 어려운 일 다 치르고 살만하면 죽는다는 인생의 공식 같은 말이 나를 두려움 속에 가두었다.친밀하게 지내던 이웃이 발뒤꿈치에 녹두만 한 흑색점을 무시했다가, 수년간 시름시름 하며 병원을 들락거리며 살고 있다. 간혹 죽음이 어떤 신호처럼 발에 나타난 흑색점의 정체로 시작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