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가을이 내려앉은 펀더기에 안개가 걷힌다. 멀찌감치 솔버덩에도 어김없이 가을이 내렸으련만 소나무의 굳은 절개가 가을이라고 변할 리 없어 여름 빛깔 그대로다. 인근 야산의 올밤 나무에는 가시 돋친 숭어리가 버성기고 그 사이로 밤톨 삼형제가 오달진 얼굴을 빼꼼히 내밀어 가을이 왔음을 알린다. 행여 누가 따먹을세라 속살을 떨떠름한 보늬로 덮고 단단한 겉껍질로 매끈둥하게 감싸고도 모자라 가시숭어리 안으로 숨어들어간 밤톨이 그곳에서 나올 때가 되었나 보다. 그 옆에는 감나무에 주렁주렁한 감들이 풍만한 몸뚱이를 자랑한다. 껍질이 단단하지 않은 감들은 까치가 쪼아댈까 걱정하며 이웃한 밤들을 부러워하고 있으리라. 고갯길 옆에 외롭게 자리한 산달밭 한 뙈기, 예수남은 아낙이 붉은 고추가 한가득한 자루를 들고 ‘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