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및 논설 365

‘삼국지연의’와 역사적 진실[미래교육신문 박철한수필]

한국에서는 물론 한중일 세 나라를 통틀어 역대 가장 많이 읽힌 소설이 ‘삼국지’라고 한다. 그런데 “삼국지 세 번 읽은 사람과는 송사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언뜻, 줄거리에 처세술의 교훈과 세상의 이치가 담겨있는 삼국지의 긍정적 해석에서 나온 말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것은 등장인물들이 정의와는 거리가 멀고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권모술수를 일삼는 배경에서 그 말이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사람들은 “삼국지가 동양 남자들의 정신에 미친 해악이 작지 않다.”라고도 한다는데 고개를 끄떡이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서의 삼국지란 원말명초의 작가 나관중이 지은 소설 ‘삼국지연의’를 일컫는다. 삼국지연의와는 별개로 중국 서진의 관료였던 ‘진수’가 65권(위지 30권, 오지 20권, 촉지..

칼럼 및 논설 2023.07.12

조선낫[미래교육신문]

저녁 식사 후 산책을 나왔다 하루를 충실하게 다 채운 해가 노을 속으로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무대는 빛을 잃어버린 듯 어둠이 스며들었다. 어둠이 깊어질수록 초승달은 선명해졌다. 서쪽 하늘에 색종이로 오린 듯한 초승달을 보는 순간 나는 어린 시절로 빠져들었다. 초승달 속에는 아버지가 애지중지 아꼈던 조선낫이 아직도 그 모양으로 버젓이 있다. 그 조선낫을 반토막짜리 엿과 바꿔 먹었다. 그 조선낫이 사라진 날 아버지는 긴 장대를 들고 나를 뒤쫓았다. 그 낫을 찾아오기 전에는 집안에 발도 못 붙일 줄 알라는 아버지의 화난 모습에 무서워서 벌벌 떨었다. 어린 나를 유혹했던 엿은 입안에서 사라져 버렸고, 아버지의 조선낫은 되찾을 길이 없었다. 끝끝내 나는 모른다고 했던 조선낫 이제야 찾았건만, 정작 주인인 아버지..

칼럼 및 논설 2023.06.14

저녁노을[미래교육신문]

여름하늘을 종일 여행하던 해가 서산마루에 몸을 숨긴다. 포동포동한 해가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빛을 여태껏 뽐내고도 아쉬웠는지 자취를 감추면서 서쪽하늘에 불그레한 노을을 남겼다. 저녁노을이라니, 이게 얼마만인가. 30여 년 전 완도의 어느 섬에서 일할 때 해변에서 본 후로는 못 보았으니 기억조차 아스라하다. 어쩌면 저토록 곱게 물들었을꼬. 저 멋거리진 하늘을 그대로 오려 넓은 방 천정에 붙여두고 늘 보고 싶다. 저녁나절에 도심을 벗어나 서쪽으로 달리면서 눈에 들어온 경관(景觀)이다.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와 한참을 바라보며 마음에 담았다. 노을은 해돋이 이전의 동쪽하늘이나 해넘이 이후의 서쪽하늘이 붉게 보이는 현상으로 그곳의 날씨가 개어 있을 때 생긴다. 그 원인은 태양광선 중, 파장이 짧은 파랑 광선은 ..

칼럼 및 논설 2023.06.14

시룻번[미래교육신문 김미수필]

무궁화 열차를 타기 위해 새벽부터 집을 나섰다. 언니가 서울에서 내 생일을 쇠자며 초대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타는 열차다. 앙상한 나무들은 시린 겨울날의 한기를 더했다. 차창 밖의 들판은 끝없이 이어졌다. 빈들 베어버린 벼 포기 사이에 얹힌 흰 눈을 보는 순간, 어린 날 따끈따끈하게 먹었던 시루떡으로 비쳤다. 나는 마치 산야를 감상하는 관객 같았다. 스크린처럼 들판이 스쳐 갈 때 산비탈 흙과 섞인 눈빛은 어떻게 봐도 한 켜의 팥시루떡이었다. 나는 이 떡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언니는 음력 이월이면 내 생일 떡이라며 어김없이 시루떡을 했다. 가마솥에 시루를 걸어 떡가루에 팥고물로 켜켜이 앉혔다. 마지막으로 시루와 가마솥이 한 몸처럼 시룻번을 바르는 일이다. 김이 빠져나가지 않게 떡가루를 이겨 솥 둘레에 촘..

칼럼 및 논설 2023.05.24

까투리의 모성애[미래교육신문 박철한수필]

입하가 지난 어느 날,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다가 귀꿈스런 고갯마루에 내려섰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뻐꾸기 소리가 쫓기는 봄을 재촉하지만 산록의 여름은 아직 저만치에 있는지 한낮에도 날씨는 산산하다. 길가의 덤불을 헤치고 수 십 걸음을 나아가서 다옥한 솔숲에 섰다. 피톤치드 효과로 삼림욕이 건강에 이롭다던가, 상쾌한 기운에 휘감긴 온 몸이 한순간에 개운해진다. 사방을 둘러봐도 울창한 소나무에다 그 아래 낮게 깔린 잡목들과 솔가지 사이로 희끗희끗 하늘만 뵈는 곳, 조용히 눈을 감으니 뻐꾸기소리 그친 숲에는 오직 바람과 나뭇가지가 어울려 내는 소리만 ‘솨’하고 들려올 뿐이다. 한참동안 솔향기에 취하다가 발걸음을 막 옮기려는데 두 발 사이에서 뭔가 움직이는 듯하다. 동작을 멈추고 가만히 내려다보니 두 눈을 휘둥그..

칼럼 및 논설 2023.05.24

오월정신의 핵심은 다양성을 존중하고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것이다[미래교육신문 임한필기고]

여전히 오월이 오면 광주에서는 ‘살아있는 자로서의 부끄러움과 역사적 책무’로 인해 시민들 누구나 무거운 침묵과 성찰을 되새기게 된다. 43주년이 되는 올해도 민주, 인권, 평화 그리고 통일에 대한 시대적 소명으로 인한 그 무게감을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에 광주에서는 주목할 만한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5.18단체와 시민사회단체, 하나는 정치권에서 벌어진 일이다. 아마도 이 사건들은 앞으로 오월정신을 어떻게 우리 현실 속에서 담아내고 지켜갈 것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일이라 소개를 한다. 하나는 지난 2월에 5.18기념센터에서 5.18부상자회, 5.18공로자회와 특전사동지회가 개최한 ‘용서와 화해를 위한 대국민선언’ 및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를 바라보는 시각과 시민사회단체의 대응이다. 행사의 기본..

칼럼 및 논설 2023.05.17

119안심콜,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미래교육신문 임성환기고]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예고 없이 발생할 수 있지만 그것을 예방하고 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예기치 못한 상황은 사람을 당황시키고 사고를 좁게 만든다. 또한, 심장·뇌 질환 같은 질환들이 급작스럽게 발병한다면 극심한 통증 또는 마비로 환자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119 신고를 하게 되면 가장 기본적인 정보수집 단계에서부터 난항을 겪을 수 있고 소위 ‘골든타임’ 이라고 불리는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된다. 이럴 때 사용하면 좋은 ‘119 안심콜 서비스’는 위급사항 발생 시 구급대원이 질병 및 특성을 미리 알고 신속하게 출동하여 맞춤형으로 응급처치와 병원 이송이 가능한 서비스이다. 실제로 지난해 70대 남성이 119 안심콜 서비스에 미리 주소와 병력을 등록해둔 덕분에 호흡곤..

칼럼 및 논설 2023.04.19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사고 이제 그만[미래교육신문 김필수기고]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사고 이제 그만 “내 아들, 딸, 손녀, 손자라고 생각하자”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에서의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일명 민식이법이 지난 2020년 3월 25일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여전히 어린이보호구역 사고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어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8일 대전시 서구 탄방동에서 만취 상태의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에 어린이 4명이 치여 이 중 1명이 숨지고 3명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3명은 위중한 상태다. 당시 운전자는 혈중알코올농도 0.108%의 만취 상태로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사고 지점까지 5.7㎞가량을 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지난 9일에는 경기도 하남에서 한 차량이 오토바이 운전자를 들이받아 5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망했다. 이..

칼럼 및 논설 2023.04.19

‘대천동 어린이 기자단’의 활약을 기대하며미래교육신문 한신애기고]

“내가 어릴적에는 도순초에서 엉또폭포수가 떨어지는게 보였고 폭포수가 보이면 냇가에 놀러 가는 걸 피했다. 그리고 용흥에 사는 아이들은 오늘은 집에 못가겠구나 생각했다.” 도순마을회장님이 대천동 어린이 기자단에게 들려준 엉또폭포에 대한 어릴적 에피소드이다. 아이들은 마을어른이 들려준 옛이야기에 눈이 반짝거렸고 질문들이 이어졌다. 작은 기자 수첩에 빼곡히 메모하고 휴대폰으로 녹음하며 열심히 인터뷰했다. 취재에 열중인 이 아이들은 바로 ‘대천동 어린이 기자단’이다. 대천동에는 17명의 어린이 기자들이 있다. 관내 초등학생 4~6학년으로 구성된 기자단은 대천동의 숨겨진 명소인 ‘대천10경’을 탐방하고 취재한 후 기사를 작성한다. 이날 첫 탐방에 인솔자로 참여한 대천동주민자치위원들과 필자가 마을회장님의 해설을 들..

칼럼 및 논설 2023.04.19

반지[미래교육신문 김미수필]

금값이 오르내린다는 소식은 뉴스를 통해 들었을 뿐 금값으로 세계 경제 현황이 어떻게 진행되는 건지도 크게 상관없이 살아왔다. 나에게는 꼭 사야 할 물건이 아니니, 저건 금일 뿐이다. 3월에 조카 돌이라며 반지를 사려 함께 가자는 친구를 따라 금은방에 갔다. 도매가로 판매 하는 곳이라는 매장 안은 크고 번잡했다. 판매하는 사람은 금으로 치장하고 있었다. 팔목, 손가락, 목에 묵직하게 금장식을 하고 있었다. 하나도 아니고 서너 개씩 걸쳐 있는 금제품이 얼마나 무거워 불편할까 하는 시선으로 나는 한참을 쳐다보았다. 측은지심마저 들었다. 구경하는 일도 지루해 홀로 차 한 잔을 마시다 보니 지난 일이 떠올랐다. 내 첫아이를 기르던 무렵만 해도 금값이 지금처럼 비싸지 않았다. 형제들은 시골에서 농사일도 하고 시어머..

칼럼 및 논설 2023.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