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변화를 거듭하고 있지만, 내 가슴속에 깊숙이 간직된 고향만은 아련한 추억 그대로 남아 있다. 지독했던 가난마저도 아름다운 풍경으로 떠오른다. 이것이 신비로운 고향의 힘인가 싶다. 바다가 앞마당처럼 자리를 잡고 있던 고향마을.방문을 열면 바다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부모 형제의 얼굴보다 바다를 수시로 살피며 자랐다. 문밖에 바다는 수시로 변화했다. 밀물과 썰물이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의좋은 형제 같았다. 바닷물이 잔잔하게 들어차 올 때는 짙푸른 보자기를 펼쳐놓은 듯 마음마저 평화로웠다. 반면 바람이 거센 날은 파도가 마을을 다 삼켜 버릴 듯 허연 입을 벌여 달려들 것 같아 얼른 눈을 돌려 버렸다. 어른들은 바다를 보며 한 해의 기운과 일기를 살피며 바다와 관계를 유지했다. 가족의 깊은 마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