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동안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피가 돌지 않는 환자의 몰골이었다. 병자의 바짓가랑이 잡고 활발하게 뛰어노는 어린것들처럼 수탉 4마리와 암탉 10마리가 그 빈집에서 살았다. 닭은 빈집의 주인이 되었다. 녀석들은 헐거워진 문이 열린 안방에도 거들먹거리며 수시로 드나들었다. 또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을 찾아다녔다. 아침이면 그늘진 마루 위로 사람처럼 올라앉았다. 겨울이면 따뜻한 뒤뜰로 몰려들었다. 보자기처럼 내려앉은 햇빛 속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해바라기를 했다. 오랜 세월 동안 닭을 기르다 보니 닭도 어느새 식구가 되었다. 나는 내 아이들을 키우듯이 닭에게 정성을 다 쏟았다. 나의 일과는 닭 모이 주는 일로 시작되었다. 들통에 물을 받아 가야 했다. 오른팔 인대 파열로 수술을 권유받을 때도 닭 때문에 걱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