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및 논설 369

수탉[미래교육신문 김미수필가]

수년 동안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피가 돌지 않는 환자의 몰골이었다. 병자의 바짓가랑이 잡고 활발하게 뛰어노는 어린것들처럼 수탉 4마리와 암탉 10마리가 그 빈집에서 살았다. 닭은 빈집의 주인이 되었다. 녀석들은 헐거워진 문이 열린 안방에도 거들먹거리며 수시로 드나들었다. 또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을 찾아다녔다. 아침이면 그늘진 마루 위로 사람처럼 올라앉았다. 겨울이면 따뜻한 뒤뜰로 몰려들었다. 보자기처럼 내려앉은 햇빛 속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해바라기를 했다. 오랜 세월 동안 닭을 기르다 보니 닭도 어느새 식구가 되었다. 나는 내 아이들을 키우듯이 닭에게 정성을 다 쏟았다. 나의 일과는 닭 모이 주는 일로 시작되었다. 들통에 물을 받아 가야 했다. 오른팔 인대 파열로 수술을 권유받을 때도 닭 때문에 걱정이..

칼럼 및 논설 2021.09.15

2021년, 드라마 ‘미생’ 다시보기[미래교육신문 최성광기고]

지난 주말 나는 집안에 틀어박혀 드라마 ‘미생’을 몰아보기 했다. 평소 드라마를 전혀 보지 않는 내가 소위 말하는 드라마 몰아보기의 중독에 빠져 2박 3일을 보낸 것이다. 드라마 몰아보기란 방영이 끝난 드라마를 연속으로 다시 보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 즐거움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하여 ‘인생순삭’(인생이 순간적으로 싹 지나간다)이라고도 한다. 미생은 2012년 웹툰을 원작으로 2014년 20부작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되었다. 미생은 ‘원인터내셔널’이라는 종합상사에서 이루어지는 직장인의 애환과 현대인의 삶을 잘 그려내며 방영 당시 직장인들 사이에서 ‘미생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작품이다. 주인공 ‘장그래’를 비롯해 직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이 펼쳐가는 스토리 전개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며 드..

칼럼 및 논설 2021.09.15

연 꽃[미래교육신문 박철한수필]

삼복의 따가운 햇살아래 동그란 연잎들이 나푼거리며 춤을 춘다. 붉거나 흰 꽃을 피우고 펼치는 연들의 군무행렬이 아득히 멀다. 그 규모가 30만 제곱미터를 넘어 동양에서 가장 넓다는 무안 일로읍의 연못, 그 장관에 입부터 벌어진다. 주위를 거니노라면 연잎이 바람에 한닥이는지, 아니면 삼복더위 속 연잎의 부채질에 바람이 이는지 착각에 빠지고 이내 코끝을 스치는 진한 향기에 취하고 만다. 예로부터 연은 맑지 못한 물속에서 자라지만 깨끗한 꽃을 피운다하여 사랑을 받아 왔다. 연은 주로 바닥에 흙이 두껍게 쌓인 못에서 자란다. 뿌리가 흙 속에 묻혀야 되니 바닥에 자갈이 깔린 맑은 물에서는 결코 자랄 수 없기 때문이다. 넓고 깊게 팬 땅에 물이 괴어 있는 곳을 못이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연이 자라지 않은 못까지도..

칼럼 및 논설 2021.09.15

비리의 온상이 된 교육청의 청렴도[미래교육신문 김수기논설]

최근 전남 교육청의 감사 결과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학교 시설공사 자재 납품 비리에 연류된 교육청 현직 공무원이 자그마치 30명 이상이 된다니 이는 집단 범죄를 방불케 하는 비리의 온상을 그대로 보여 준 사례라 할 것이다. 교육감은 시도 때도 없이 언론에 나와 전남교육이 청렴의 본보기라고 외쳐대는데 그 속사정은 비리의 온상임을 드러내었다. 잘못되고 오염된 그 모든 것은 종식되어야 좋을 것이며 사라져야 할 것들이다. 대신 종식되어 없어진 자리에 새로운 씨앗을 심는 일은 배척되는 일 보다 더 중요한 일임을 우린 알고 있다. 지금 이 시대에서 단두대에 선 교육 범죄자들이 비 쏟아지듯 쏟아져 나 딩굴고 있어 시대 요구를 역행하는 교육계의 창피를 도배하고 있으니 참담하다 못해 울고 싶다. 교육감은 시장 도..

칼럼 및 논설 2021.09.15

벌에 쏘였을 때 대처방법[담양소방서 곡성119안전센터 소방위 심동훈 기고]

민족 대명절 추석이 얼마남지 않아 봉분에 대한 벌초작업이 늘면서 벌쏘임 환자발생 또한 늘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벌에 쏘였을 때 대처방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벌은 사람이 직접적으로 공격하지 않으면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벌을 공격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사람의 활동만으로도 자극을 받아서 공격을 하는 말벌 그룹이 있다고 하므로 주의를 해야한다. 일반적으로 벌에 쏘였을 때 국소적인 반응으로 쏘인 부위 주변으로 붓게 된다. 이어서 통증이 나타나게 되며 대부분 이런 증상이 수일 지속되고 호전되는 것이 보통이다. 여러 차례 벌에 쏘이게 되면 전신 독성 반응도 나타날 수 있는데, 구역감, 구토, 설사, 어지러운 증상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나타..

칼럼 및 논설 2021.09.15

사는 곳이 달라도 치료는 평등해야 한다[대일외국어고등학교 최서윤 기고]

지방에 사는 중증환자 중 다수는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서 수술을 한다. 광주광역시에 사시는 내 어머니도 7년 전 복부에 종양이 생겨 서울에 있는 한 대학병원에서 수술하셨던 경험이 있다. 당시 어머니는 각종 검사와 수술을 위해 광주에서 서울을 수차례 왕복하며 힘들어하셨던 기억이 생생하다. 다행히 지금은 완쾌되셨지만 단 몇 분 동안 진료를 받기 위해 서울까지 다니셨던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지금도 지방에 사는 많은 환자들이 서울에서 진료와 수술을 받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중증질환자 61.6%가 거주지역이 아닌 서울 대형 상급종합병원에서 수술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사망하는 비율이 인구 10만 명당 서울이 44.6명인 것에 비해 경북 57.8명을 비롯해 전국..

칼럼 및 논설 2021.09.15

강江가에서 쓰는 시[미래교육신문 조기호시인]

몸을 던져야 비로소 생겨나는 물무늬 같은 시를 쓰고 싶었다. 깊고 푸르러 발 디딜 수 없는 두려움으로 숯불처럼 바람을 머리에 이고 온몸 뜨겁게 데이며 물 위를 배회하는 그리움의 시, 가슴까지 젖는 어둑길을 따라 걸으며 땅 위의 모든 연민과 집착을 끊고 자르는 물풀 같은 순하고 착한 외로움으로 차마 돌려주지 못한 나머지의 죄송한 인연으로 목에 맷돌을 매달고 홀로 우는 시를 쓰고 싶었다. 언젠가 비스듬하게 꽂아 두고 온 내 꿈의 먼 산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강江의 품에 고요히 숨결을 모으고 붉은 물빛으로 제 몸을 녹여내는 가난한 노을처럼 서로의 업장業障을 보듬고 녹이는 해원解寃의 시, 그러나 끝내 손 한번 잡아주지 못한 밤하늘을 향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평생 짊어져야 한다는 서늘한 업보業報에 대..

칼럼 및 논설 2021.07.14

여인송의 전설[미래교육신문 김미수필가]

셋째 형님은 십 년 넘게 손바닥만 한 식당을 운영하며 좁은 공간에 갇혀 살고 있다. 잘 되면 좋으련만 온종일 공치는 날이 많다고 투덜댔다.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가끔 다른 식당에서 밥 먹을 일도 생겼다. 형님네 식당 생각이 간절하지만 각자 입장이 달라 그곳으로 못 갈 때도 있었다. 혹시, 형님이 다른 식당으로 들어가는 내 모습을 볼까 조바심도 생겼다. 그럴 때마다 빚진 기분이었다. 셋째 형님은 사람이 천년만년 사는 것도 아닌데 바람이나 쐬러 가자고 했다. 그녀는 마음에 욕심 하나 덜어내니 세상사 억지 부리며 살 일도 아니라 했다. 식당 문 닫고 다녀오자며 서둘렀다. 시누이, 둘째 형님과 언니까지 좌석을 꽉 채웠다. 막내인 내가 운전이 서툰 탓에 운전대는 셋째 형님의 몫이 됐다. ..

칼럼 및 논설 2021.07.14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미래교육신문 최성광기고]

최성광(광주교육연수원 교육연구사, 교육학 박사) '돈이 곧 정성이고, 돈 가는데 마음 간다.’ 우리가 살면서 흔히 하는 말이다. 우리는 거의 무엇이든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눈에 보이는 물질적 재화뿐만 아니라 사람 사는 세상에 필요한 가치까지 사고팔면서 돈은 인간의 삶 전체를 지배하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요즘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면 성공했다고 여긴다. 사실 따지고 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성공의 의미가 남보다 뛰어난 힘이나 이름을 떨치는 것인데 돈이 있으며 권력과 명예를 다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곳간에서 인심 나고, 돈에서 인격이 난다’는 속담이 괜한 말이 아니다. 그런데 돈이 만능이고 돈으로 공동체적 가치까지 살 수 있는 세상이라면 과연 공정한 사회라고 말할 수 있을까? ..

칼럼 및 논설 2021.07.14

오월의 고결한 빛깔[미래교육신문 박철한수필]

계절의 여왕이라는 오월의 빛깔을 묻는다면 대개 푸르다고 하리라. 오월을 다른 이름으로 ‘푸른 달’이라 일컫는 것은 이른 봄의 새싹들이 자라서 앙상한 가지를 푼더분하게 덮고 노르스름한 땅을 파랗게 물들이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창한 오월의 거리가 눈부시게 희다. 이팝나무가 양쪽 길가에 느런히 서서 백옥빛깔을 뽐내는 그 길을 이드거니 걸었다. 같은 하얀 꽃이라도 이른 봄의 벚꽃은 새잎이 나기 전에 피어 마음껏 제 빛깔을 뽐낼 수 있지만 이팝나무 꽃은 파란 이파리의 방해를 받으면서도 훨씬 더 희맑다. 네 갈래진 잗다란 꽃송이들의 새하얀 기세가 어찌나 당당한지 어린아이 손바닥만 한 이파리들의 파란 기세조차 감히 오금을 못 편다. 저만치 홍단풍이 청처짐한 가지를 흔들며 붉은빛을 뽐내려 애쓰지만 시답지 않다..

칼럼 및 논설 2021.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