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던져야
비로소 생겨나는
물무늬 같은 시를 쓰고 싶었다.
깊고 푸르러
발 디딜 수 없는 두려움으로
숯불처럼 바람을 머리에 이고
온몸 뜨겁게 데이며
물 위를 배회하는
그리움의 시,
가슴까지 젖는 어둑길을 따라 걸으며
땅 위의 모든 연민과 집착을 끊고 자르는
물풀 같은
순하고 착한 외로움으로
차마 돌려주지 못한 나머지의 죄송한 인연으로
목에 맷돌을 매달고
홀로 우는 시를 쓰고 싶었다.
언젠가 비스듬하게 꽂아 두고 온 내 꿈의
먼 산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강江의 품에 고요히 숨결을 모으고
붉은 물빛으로 제 몸을 녹여내는
가난한 노을처럼
서로의 업장業障을 보듬고 녹이는
해원解寃의 시,
그러나
끝내 손 한번 잡아주지 못한 밤하늘을 향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평생 짊어져야 한다는
서늘한 업보業報에 대한
등짐 같은 시를 쓰고 싶었다,
-------------------- 【시작메모】 ----------------------------------
삶이 더러 안타까운 것은 끝내 도달할 수 없는 곳으로 끊임없이 우리를 이끌고 가는 ‘욕망慾望’이라는 애절한 꿈(?) 때문이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들이 평생을 숫제 채울 수 없는 헛된 갈망으로 목마르게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는 그 가닿을 수 없는 곳에 대한 열망을 포기하지 못한다. 새로워지기를, 더욱 풍성해지기를 바라는 그 길이 미처 우리가 생각지 못하는 외로움과 슬픔, 그리고 아픔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까닭이다.
문득, 나는 마침내 길이 끊어진 이 강가에 이르러 그동안의 외로움과 슬픔과 아픔을 죄다 부려놓고 싶었다. 아니 그 모든 것들은 정작 내 이름으로 누군가에게 지워준 등짐 같은 것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뭇 세월의 발등을 밟고서 그토록 얻으려고, 가지려고 아등바등했던 내 꿈의 안간힘들을 다독이며 가만가만 저무는 노을처럼 강 위에 눕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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