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광(광주교육연수원 교육연구사, 교육학 박사)
'돈이 곧 정성이고, 돈 가는데 마음 간다.’ 우리가 살면서 흔히 하는 말이다. 우리는 거의 무엇이든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눈에 보이는 물질적 재화뿐만 아니라 사람 사는 세상에 필요한 가치까지 사고팔면서 돈은 인간의 삶 전체를 지배하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요즘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면 성공했다고 여긴다. 사실 따지고 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성공의 의미가 남보다 뛰어난 힘이나 이름을 떨치는 것인데 돈이 있으며 권력과 명예를 다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곳간에서 인심 나고, 돈에서 인격이 난다’는 속담이 괜한 말이 아니다.
그런데 돈이 만능이고 돈으로 공동체적 가치까지 살 수 있는 세상이라면 과연 공정한 사회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이러한 물음을 접할 수 있다. ‘새치기’는 나쁜 것이다. 우리는 도덕 시간에 질서를 지켜 줄을 잘서야 하고 ‘새치기’하는 것은 나쁜 것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시장논리에서 돈을 더 내면 합법적으로 ‘새치기’가 가능해졌다. 놀이공원의 프리패스, 기차나 비행기 우선 탑승권 등이 대표적이다. 돈을 더 냈기 때문에 기다리지 않고 편하게 이용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되었다. 돈은 ‘새치기’의 비도덕적 거리낌을 단숨에 제거함과 동시에 과시와 당당함까지 선사하였다.
이러한 제도가 생기기 전에는 먼저 와 줄을 선 사람이 우선권을 가졌다. 돈이 많고 적음은 기다림의 법칙에 적용되지 않았다. 앞서 줄을 서기 위해 다른 사람보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은 그만큼의 노력을 했다. 그런데 돈은 이러한 법칙을 일순간에 깨버렸다. 돈 있는 사람에게 우선권을 주는 사회에서 열심히 뛰어 줄을 서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그러므로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는 매우 중요하며, 지금보다 더 많이 존재해야 한다.
한편 우리 사회에서 한때 교사가 존경받고 대우받던 시절이 있었다. 교대를 갓 졸업한 22살 앳된 선생님이 섬마을에 발령받아 부둣가에 첫발을 내딛자 그 마을에 사는 팔순 노인이 맞이하며 “아이고 우리 선상님 오셨능교.” 하며 허리 굽혀 인사했다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를 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에 들었다. 당시에 교사는 지금보다 더 박봉이었고 직업적으로 감당할 무게도 지금보다 더 무거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교사를 스승으로 칭하며 존경과 존중의 대상으로 여겼다.
그 당시만 해도 돈에 우선하는 가치가 존재했고 그 가치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었다. 교육 또한 돈으로 사기 힘든 개인의 노력과 교사의 헌신으로 이루어졌다. 가난해도 노력하면 용이 될 수 있던 시절이었고 학교교사는 이무기를 용으로 키워낼 수 있었다. 반면 지금은 개천 자체가 말라버렸고, 용은 처음부터 금수저 물고 태어나 때가 되면 알아서 승천할 뿐이다.
최근 공정이 사회적인 이슈이다. 사람들은 교육에서 능력주의, 표준화 검사 등 주관성을 배제한 객관적 평가가 공정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능력주의와 표준화 검사 등을 파헤쳐보면 그것이 진정 공정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중 최후의 보루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인간의 욕망과 성취는 계층이동을 통해 결정될 수 있다. 교육은 계층이동의 중요한 기준이 되며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따라서 교육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가치로 인해 우리 사회와 공동체가 보다 풍성하고 생동감 있게 운영되어야 한다. 다시금 교육이 우리 사회의 희망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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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광박사 #교육연구사 #교육연구원 #돈으로살수없는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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