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및 논설

‘회초리 교육’과 ‘설거지’의 함수[미래교육신문 김수기논설]

교육정책연구소 2021. 7. 14. 15:02

논설위원 김수기

몇 해 전 중학교 3학년 사회 교과서 사용을 중지해 달라는 학부모의 사용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한 일이 있어 화제가 되었던 일이 있었다.

문제의 교과서는 동아출판사가 펴낸 ‘사회2’ 175쪽 학생인권에 대한 ‘설거지’를 여자아이에게만 시킬 경우 아이의 인권침해가 되므로 아이가 설거지를 시킨 부모를 상대로 국가 인권위에 고발 신고할 수 있으며 신고의 방법까지 안내하고 있었다.

이는 학생의 인권과 효도의 순위를 역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은 물론 자녀 인권과 부모의 인권이 정면충돌하는 사회 통념의 혼란을 자초하는 일이었다.

교과서가 교육과정의 최소한 범위를 규정한 필수 불가의 교육과정 이행 교본임을 상기할 때 교과서에 설거지 인권을 등재한 교육과정의 편성부터가 문제라 할 것이다.

학생 인권이 교사의 수업권이나 부모의 교실 밖 수업권에 우선하는 작금의 인권신장 발상은 남발되는 인권의 한 얼굴을 보는 듯하여 걱정이다.

이는 2000년 헌법재판소 과외 금지법 위헌 결정을 볼 때 ‘학교 밖 교육영역에서는 부모의 교육권이 우선 한다’는 판결에도 저촉이 되는 셈이다.

설거지가 인권 박탈의 피할 수 없는 침해 사건이라 할지언정 부모를 신고하라는 교과서의 내용은 이를 비약 할 경우 매일 가사노동을 하는 엄마나 직장에서 일을해야 하는 아버지가 시어머니를 들어 인권침해로 신고할 수 있다는 코미디 아닌 코미디가 나올까 걱정이다.

서양의 경우 아주 어릴 적부터 집안일을 시킨다고 한다

이 심부름이 아주 의도적인 부모의 계획으로 지도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말을 시작할 무렵부터 장난감의 정리나 책 정리를 시키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세탁물 널기나 개밥 주기에서 화분 물 주기를 시켜 가사를 공동으로 분담하는 의식을 지도한다

우리나라에 ‘회초리 교육’이란 가정교육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사랑의 매’ 교육도 없지 않았다. 이 모두가 최선책이라 들이댈 주장은 아니지만 그러한 시대에 회초리나 사랑의 매를 든 선생님이나 부모를 신고하라는 교과서도 학생 인권도 없었다. 오히려 이를 참으로 다행스런 사랑의 가르침으로 받아들였다.

언젠가부터 인권이라는 도깨비가 나타나 타인 간, 남녀 간, 가족 간, 부모 사이까지 고발이나 신고의 울타리를 끼고 살아나갈 사회가 됐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감정을 앞세운 분풀이 고발의 미투 운동이 있었다면 피해를 당한 상대방의 억울함도 헤아려야 할 일이다. 교사의 말 한마디 토씨 하나를 빌미로 잡아 성폭행이나 인권침해로 집단 매도하는 일선 교단의 현실을 두고 어느 교사가 학생 옆에 다가설 의욕을 내보일까 걱정된다.

부모의 교실 밖 교육권이나 교사의 수업권에 비해 너무나 비대해진 학생들의 학생 인권으로 교육이 바로 설 자리를 잃어가는 교육환경에 설거지 인권이나 생각하고 이를 교과서로 감싸 교실에서 그 피해 신고 방법까지 수업하는 교육정책이 마치 아이들 소꿉장난 같다.

이제 단란한 저녁 식사가 피해자인 자녀와 가해자인 부모 사이로 대치되어 가족 해체의 그림자가 바로 옆에 서 있음을 주시할 교육위기의 꼭지점에 서 있음을 심히 걱정한다.

엄마의 고된 가사를 돕는 사랑의 효도와 훈훈한 식탁의 행복을 또 포기해야 하나 보다.

‘회초리 교육’의 의도와 ‘가정교육의 부재’ 사이에 교사와 학부모는 갈 길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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