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7월 7일.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 친정아버지 기일이었다. 형제들은 다 모이지는 않았다. 시국이 이러하니 아버지도 이해해야 한다고 막내가 넉살을 피웠다. 갑자기 조촐해진 식구들이지만 제사 파전 날은 영광 불갑사에 가는 일만은 빠트리고 싶지 않았다. 행장을 차리고 길을 나섰다. 우리 가족사에는 독특한 사연이 있었다. 친정아버지는 피난민이었다. 할아버지를 일찍 여윈 아버지는 할머니와 단둘이 하늘과 땅처럼 서로가 마주하며 살았다. 모자는 어디서 혼자 먹는 음식은 넘기지 못했다. 집에 있는 가족 생각 때문에 입맛이 없다며 뒤로 밀어 놓았다가 그것을 다시 집으로 가져와 먹였다. 모자는 서로 그러지 말라면서도 가져온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더 맛있게 먹었다. 그렇게 살아왔던 아버지가 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