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및 논설

영산강[미래교육신문 서은철시인]

교육정책연구소 2021. 2. 18. 11:28

서은철

 

영산강

 

용소 앞 작은 도라샘은

도루강처럼 굽이돌아

목포항으로 흐른다

소리 없는 수많은 언어들이

살아 숨쉬는 듯

 

이제 막 깨어난 물안개 속을

야거리 돛단배 스치듯 지나가던

한 시절 추억을 그리워한다

 

빛의 영역으로 달려온

영험한 순간의 황홀함

뜬 세상 너겁처럼 떠다니는

추억의 대화를 회상한다

허기진 고달픔 속에 그래도

그 시절은 가난했지만

정이 넘치고 행복했었다

 

하늘을 닮으려는 듯

강물은 언제나 사계의 하늘을

망설임 없이 보듬었다

삭풍에 눈보라 치던 날도

거부하지 않는 몸짓으로

어머니 가슴처럼 품어 안았다

 

기나긴 세월

억압된 통제선을 넘어

삶의 무게에 짓눌려 힘들어도

아침 햇귀는 일상처럼

강물 위 황홀하게 채색하고 있다

아주 가끔씩

대불역으로 기차가 지나간다

 

물길의 흐름은 멈추고

침묵을 강요당한 지 오래지만

질긴 생명력으로 버텨온 시간들

지난 세월의 상처를 보듬기에는

관대함을 잃어버린

개발이라는 괴물의 흔적일 뿐이다

 

미교리 강가에

야거리 황포 돛단배의 추억은

이제는 전설로만 남았다

몽강리 점등에서

때로는 영산포구로 장흥으로

옹기 항아리 가득 싣고 가던

위태로운 항해 길을 그리워할 뿐이다

 

영산강은

갇힌 정적의 터널을 뚫고

갈매기도 넘지 않는

하구둑 경계선을 넘나든다

야거리 돛단배에

오래 전 꿈을 싣고

하구둑 경계선을 허물고

목포대교 너머

검푸른 바다로가는 꿈을 꾼다

 

추억은 언제나 새록새록

남아있는 이들에게

살아온다

 

*용소 ; 영산강 최초 발원지 (담양 강천사 부근)

*도루강 ; 스페인에서 포르투칼(이베리아 반도)을 지나 대서양에

이르는 900km길이의 크루즈선이 다니는 굽이진 아름다운 강

기사더보기:

http://www.miraenews.co.kr/news_gisa/gisa_view.htm?gisa_category=02060000&gisa_idx=31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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