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및 논설

민주주의의 외침(미래뉴스&미래교육신문)

교육정책연구소 2016. 11. 24. 11:03

 

최성광(교육학 박사)

민주주의의 외침

요즘 최순실 게이트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그 분노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일반적인 현상처럼 보인다. 연일 최순실과 그 관련자들이 저지른 부정과 비리가 폭로되면서 국민들은 개탄하고 있다. 권력자를 등에 업고 각종 부정과 비리를 일삼으며 자신의 부를 축적하고 온갖 전횡을 자행한 그들을 보며 국민들은 권력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을 느끼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은 첫 조항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우리 사회는 법과 제도, 문화와 교육, 사상과 철학 등을 확장시켜왔다. 특히 사회 전승의 기능을 수행하는 학교교육에서도 우리 헌법의 기본 정신인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를 끈임 없이 강조하며 가르쳐왔다. 학생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줄서기, 양보하기, 규칙준수하기, 질서 지키기 등을 교육과정에 반영해 가르치며, 이러한 교육은 인성교육, 도덕교육, 민주시민교육, 전인교육 등으로 확장되어 초중등 교육 기간 내내 강조되어 왔다.

그런데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기본이 무너졌다. 그것도 국가권력의 심장부에서 말이다. 일찍이 다수의 사회 고위층은 그들만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공익을 가장해 사익을 추구하며 부정부패를 자행해 왔다. 법은 준엄했지만 그들은 초법적 위치에서 부정부패의 책임을 면해왔고 국민들은 이러한 모습을 지켜만 보며 인내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 최순실 게이트로 밝혀진 권력을 쥔 자들의 행태는 추악함을 넘어 국가의 근본을 뒤흔드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그들의 문제를 초등학생도 비판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도덕성은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로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수용할 수 있는 보편적 수준에 해당한다. 초등학생들은 학교에서 선과 악, 정의와 불의, 옳음과 그름 같은 단순하지만 기본적인 가치판단에 대해 배우고 실제 삶에서 이를 적용한다. 이러한 초등학생들이 권력자들의 문제를 하나하나 꼬집으며 교실과 학교뿐만 아니라 아고라에서도 비판하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권력자들을 비판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도덕과 양심, 정의와 평등의 가치가 그들에 의해 훼손되었음을 의미한다.

근래 사태를 보며 교사로서, 이시대의 지식인을 자처하며 살아가는 나는 우리 반 학생들 앞에서 부끄럽고 미안하다는 말을 수차례 되뇌었다. 양심과 도덕, 공정과 정의, 배려와 존중을 강조했던 우리교육은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공허함을 드러냈다. 권력과 자본, 기회를 잡기 위한 야합과 부정을 통해 성공한 사람들이 대중을 지배하며 성취감을 누릴 때, 학교에서 강조하는 양심의 가치를 충실히 따르는 사람들은 박탈감과 절망감을 느껴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정의로운 나라를 물려주고 싶다. 우리 선조들은 어둠의 세력과 싸우며 동학농민운동, 항일의병과 광주학생독립운동,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을 일으켜 지금의 대한민국을 우리에게 물려주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보다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누군가는 거리에서, 누군가는 방송에서, 누군가는 학교에서 정의와 평등의 가치를 외쳐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고, 국민이 주인 되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이러한 외침은 이데올로기나 정치적 이념을 초월해 평범한 우리 모두의 외침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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