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윤 한(광주교육대학교 교수)
교육지도자들은 '끼리끼리' 교육행정을 경계해야 한다.
) -->‘유유상종’(類類相從) 또는 ‘끼리끼리’의 의미를 가진 서양 속담은 '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날개가 같은 새들이 함께 떼 지어 간다)'이다.
이 속담의 기원을 1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Byrdes of on kynde and color flok and flye allwayes together.(종류와 색깔이 같은 새들은 항상 같이 떼를 짓고 같이 날아간다.)'로 보다 구체적이다. 새들은 자연스럽게 같은 종류끼리 지내고 다른 종류들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참새는 참새끼리, 제비는 제비끼리, 비둘기는 비둘기끼리 지낸다. 이 속담은 새에 관해 언급했지만, 우리 인간에게도 적용된다. 즉, '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함께 모이고 함께 움직인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것을 뒷받침해주는 과학적인 연구가 최근에 발표되었다. 미국 UCLA와 Dartmouth대학 교수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신경반응과 친구관계'(Similar neural responses predict friendship)를 주제로 인간의 사회관계망(social networks)에 대한 연구를 하였는데, 이들이 확인한 것은 우리 인간의 사회관계가 매우 동종친화성(homophilous)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1900명에 달하는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유전자 정보를 조사하여, 친구와 친구가 아닌 사람들 사이의 유사성을 비교해 보았다. 그 결과 친한 친구일수록 유전자 정보가 더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자들은 연구에 참가한 대학원생들 중에 42명을 대상으로 영화의 장면 등과 같은 자연스런 다양한 자극을 제시하고, MRI 촬영을 통해 그들의 실시간 뇌파 반응을 분석해본 결과, 놀랍게도 이러한 실시간적인 뇌파 반응에서도 친한 친구일수로 더욱 더 유사한 반응을 나타낸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연구자들은 뇌파 반응의 유사성이 친구관계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주변 세계에 대한 인식과 반응은 친한 사람일수록 더 유사하고, 이는 다시 대인관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인간관계가 깊을수록 신체적 외모(예: 나이, 성별)가 유사할 뿐만 아니라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인식, 해석, 반응 등이 더욱 유사하다는 것이다.
끼리끼리 사회관계는 때로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부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나갈 때면 효율성이나 성공률 면에서 매우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초록동색’이나 ‘가재는 게 편’의 의미처럼, 자칫 배타적인 집단이 되어 한 쪽으로만 밀고 나갈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대부분의 정치적인 집단들은 이러한 위험을 항상 지니고 있고, 지난 정부에서 우리들은 실제로 경험했었다.
교육 관련 집단, 특히 교육 지도자들은 '끼리끼리' 또는 '유유상종'을 경계해야 한다. 일차적으로 학생들이 모두 다른 특성을 가지고 학교에 오기 때문이다. 흥미와 관심사가 다르고, 성장해온 역사와 환경이 다르고, 그들이 그리고 있는 미래도 다르다. 학교는 이들의 색깔이 다르더라도 서로 어울리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단순히 학생들만이 다른 것은 아니다. 이차적으로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갖고 있는 삶의 철학과 가치가 다를 뿐만 아니라 교육에 대한 기대도 다르다. 모두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학교에서는 이러한 '다름'을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며, 가치를 부여해 주면서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도록 해야 한다.
이처럼 다른 성향의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교육행정에 반영하려면, 교육관련 집단의 구성원들도 각양각색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었을 때 집단내의 다양한 의견과 견해를 반영하여 정책의 방향을 수립하고, 정책의 방향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하거나 협력해야 할 대책과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것이다. 여러 방향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나올 수도 있지만, 토론과 집단지성의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건설적인 산출물이 나오고 건강한 집단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
오늘날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상당수 문제들은 중앙의 특정 집단들의 ‘끼리끼리’ 교육행정에서 기인한다. 그런데 우려스럽게도 민선 교육감 시대부터서는 지방에서도 이러한 현상들이 점차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종류와 색깔이 다른 새들이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것처럼 아무리 유능해도 교육감과 코드가 많지 않으면 배제되거나 소외되고 만다. 신임 교육감이 산하 기관장들로 하여금 사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끼리끼리 교육행정을 하겠다는 의지가 내비쳐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끼리끼리' 행정은 당장은 효율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뇌파반응 실험에서처럼 모든 것이 교육감에게만 집중되는 편향적인 행정이 되기 쉽고, 특정 성향의 정보만 취사선택함으로써, 시간이 흐를수록 구성원 사이의 골은 더 깊어지고, 결국에 가서는 지난 정부처럼 파국으로 치닫게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교육지도자들은 ‘끼리끼리’ 행정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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