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대통령 선거에서도 그렇지만 이 번 대선은 더욱 정권 교체의 열망이 선거를 결정하는 힘이 되었다. 현 정권이 대한민국의 구성 원리와 실체를 적극적으로 허물어 버렸기 때문이다.
대선이 끝난 지금, 구례 화엄사에는 봄을 재촉하는 홍매화가 자태를 드러내고 있지만 호남지역 유권자들은 무엇인가? 개운하지 않는 마음이 한 구석 자리하고 있다. 선거 과정이나 결과를 보고 지역감정 등을 운운하며 폄훼하는 곱지 않는 시선들이 있어서다.
지역감정은 내가 살고 있지 않는 다른 지역 사람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이나 부정적인 생각을 의미한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의 지역대립을 비롯하여 이탈리아의 남부와 북부 지역 갈등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이다.
이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내가 태어나고 자란 동네, 지역이 좋다는 원초적인 감정을 인간은 누구나 다 가지고 살아가고 있기에 지역감정이란 말 자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거철만 되면 특정 지역의 이해를 보호하거나 강화할 목적으로 영역적 속성과 범주를 정치화하여 강한 지역구도를 형성하는 정치적 프레임이 문제인 것이다.
정치적 울타리에 갇혀 있는 많은 소시민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하여 판단하지 못하고 자신이 태어나거나 살고 있는 지역만 우선으로 여기는 지역 이기주의에 편승하는 오류에 빠지게 된다.
진보진영으로 상징되는 호남이 특정 정당 외에는 안된다는 등의 강한 주장에는 지역의 정치권, 시민단체 등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정치권의 경우 특정 정당으로 출마하면 작대기도 뽑아주니 길들이기 위해 5.18 성역화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 선심성 사업을 강하게 추진하고 시민단체는 외부 기업체가 들어오는 것을 극도로 말리거나 들어오더라도 진저리 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현재 문재인 정부는 자기 지지층만 감싸며 지역과 진영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편협적이고 이기주의가 팽배한 지역감정을 해소하는데는 각 지역에 내재되어 있는 정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내가 나고 자란 고장이며 정치적 무대인 호남지역의 역사적. 정치적 정서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호남은 역사 발전의 중심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기상이 호남인의 피에 흐르고 있다. 임진왜란 때 호남 곡창지대를 보존함으로써 반격의 토대를 마련했으며 장성 출신 변이중은 화포를 만들어 권율장군이 행주대첩을 이끌어 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다.
또한 김대중이란 세계적인 민주주의 운동가를 배출했고 여기에 호남인들은 함께했다. 지난 박근혜 정권 때 지역주의에 파열구를 낸 것도 호남이었다. 당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을 전남 순천 지역구로 한 국회의원으로 뽑았고 그 여파는 대구에서 민주당의 김부겸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 주었다.
이러한 역사적인 의로운 행동에도 호남은 늘 소외받고 변방을 맴돌았다. 대한민국 산업화 과정에서는 성장의 열매를 맛보기보다는 경제성장의 그늘에서 가난을 운명으로 안고 살았다. 자연스럽게 소외됐다고 하는 비주류 정서가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제20대 대선에서 전남 광양시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보여준 15.71%라는 수치는 전남지역 득표율 11,44%와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데 주요 원인으로 광양제철소 소재 등을 가장 큰 요인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5.18은 호남인 특히 광주 사람들에게는 역사적 성취이자 자긍심이며 한편으로는 큰 아픔으로 간직하고 있다. 광주가 역사의 수레바퀴를 앞으로 굴렸으며 민주화를 앞당겼다. ‘광주는 민주화의 성지이다’라는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광주의 5.60대 세대에게는 사회적. 정치적 판단에 중요한 가치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광주를 떠나 타 지역에서도 5.18을 새로운 시대 정신으로 계승 발전시키려는 올바른 이해와 포용이 필요해 보인다.
이렇듯 호남의 정서는 화끈하면서도 의리가 있고 명분이 있다.
역사의 위기 앞에선 중심에 서서 정의를 부르짖고 포악한 희생을 당하면서도 결코 비굴하지 않았다. 지역 갈등을 조작하는 지나친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호남의 정서, 광주의 정서를 이해하고 함께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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