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미래교육신문 최성광기고]

                                                         최성광(광주교육연수원 교육연구사, 교육학 박사)

정의란 무엇인가? 10여 년 전 하버드대 마이클 샌들 교수가 펴낸 책이 우리 사회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정권을 비롯해 우리 사회 전반에 불공정과 부도덕한 사건들이 자주 발생하면서 국민 다수가 정의로움에 대해 고찰하던 시기였다. 최순실을 비롯한 권력의 주변에서 발생한 비리와 편법이 극에 달하고 급기야 국정농단이 밝혀지면서 국민들은 촛불을 들어 정권을 바꾸게 되었다. 당시 국민들이 바라던 것은 정의가 바로 서고 편법이 사라지는 상식적인 세상, ‘나라다운 나라’였다. 그렇게 국민들은 새로운 나라를 꿈꾸며 정권을 바꾸었다.

그 후 4년이 지난 지금 ‘정의란 무엇인가?’ 열풍은 ‘정의롭다는 착각’으로 바뀌어 있다. 국민들은 불공정과 불평등을 없애고자 정권을 바꾸었으나 세상은 여전히 정의롭지 못했다. 조국을 비롯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편법은 여전했고, LH 직원 땅 투기 사건은 국민의 분노를 넘어 허탈감을 준 계기가 되었다. 정의를 세우기 위해 각종 법률과 규정은 더욱 촘촘해졌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부와 권력의 힘은 세상의 불평등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되었다. 즉 정의로운 절차를 통해 부와 권력을 세습하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과연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란 올바르고 합당한 규칙에 의해 모든 사람이 공정한 대우를 받는 것이다. 존 롤스(J. Rawls)는 모든 사람에게 최대의 이익이 돌아가게 하는 실질적 과정을 정의라고 보았다. 또한 차등의 원칙을 강조하며 약자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하고, 재능이 있는 사람이 모든 혜택을 다 소유한다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돌아갈 최대의 이익을 고려하다 생기는 불평등은 정의롭고 공정한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레미제라블에서 가난한 장발장이 빵 한 조각을 훔쳐 먹고 19년의 감옥살이를 한 것이 진정 정의로운가? 반면 1930년대 뉴욕 빈민가에서 병든 딸과 손주를 돌보며 며칠을 굶주린 가난한 할머니가 빵을 훔치다 잡혀 재판을 받게 되었는데, 재판장이었던 라과디아 판사는 그동안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지 않고 자신만 잘 살았다며 스스로에게 벌금 10달러를 선고했다. 과연 엄격한 법을 적용한 장발장의 감옥살이 19년보다 라과디아 판사의 벌금 10달러 중 어느 쪽이 더 정의로운가?

누구도 가난하거나 약자로 살고 싶은 사람은 없다. 또한 부자나 권력을 가진 부모를 선택해 태어난 사람도 없다. 즉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지 않기에 자신이 노력한대로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이다. 그런데 현실은 이와 다르다.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갖게 되고,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은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산다. 그래서 사회적 약자들은 더 많은 지원과 보호를 받으며 경쟁하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라고 할 것이다.

한편 교육이 정의롭지 못하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일고 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지위를 통해 학업성취의 결과가 달라지고, 대학입시의 결과가 달라지는 때문이다. 수능을 비롯한 공정한 평가를 통해 치러지는 경쟁에서 상위계층 자녀들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현상은 정의롭다는 착각 속에 우리 사회 계층이동의 무력감과 불평등을 영속화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교육은 사회 정의와 평등을 완성하는 가장 중요한 영역이다. 교육을 통해 계층이동이 가능하고, 민주적인 가치와 정의로운 행위를 내면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의의 관점에서 교육 시스템을 정비하고 교육복지를 통해 학생들에게 공평한 출발점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사회를 바꿀 최후의 보루가 교육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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