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광(광주광역시교육청 장학사, 교육학 박사)
전염병을 대하는 유전자의 기억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국이 초비상이다. 중국 우한지역에서 발발한 신종 바이러스가 중국 전역을 넘어 전세계로 퍼져나가는 추세이다. 중국에 인접한 우리나라도 여러 명의 확진환자가 생겼고, 수백 명이 위험지역을 다녀왔거나 접촉 의심 등으로 자가격리 되기도 했다.
전염성과 확산속도가 빠른 탓에 정부와 언론이 매우 강경하고 철저하게 대비를 하고 있다. 사람들이 모이는 집회와 교육이 취소되고,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등을 강조했다. 감염 증상을 상세하게 안내하며 주의를 당부하자 의심사례들이 속출하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지하철이나 역, 공항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는 서로를 경계하며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전염병에 대한 공포는 아마도 인간이 내재한 무의식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과학이 발전하기 전 고대부터 인류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끈임 없이 지속해왔다. 말이 바이러스와의 싸움이지, 사실 근대 이전만 해도 전염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조차 알지 못하고 그저 무방비로 당해왔다. 그래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과거에는 전염병이 돌면 위생이나 병리보다 종교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과거 전염병은 마귀와 같았다. 인간이 어떤 부정한 일을 해서 신이 노하였고, 그 징벌로 병을 준 것이라 믿기도 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굿을 하거나 산재물을 바치며 종교의식을 실시하기도 했다. 심지어 마을에 재앙을 불러 온 탓을 누군가에게 덮어씌우며 마녀사냥을 벌이기도 했다.
현재처럼 과학기술이 발전하지 못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 모른다. 전염병의 원인도 알 수 없고, 나와 내 가족이 언제 병에 걸려 죽을지 모르니 그 공포감은 이루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아무것도 안할 수 없었기에 인간은 신앙에 매달려 병을 예방하고 퇴치하기 위해 몸부림 쳤을 것이다.
이처럼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전염병에 대한 인간의 방어기제는 유전자에 기록되어 현대에도 작동하는지 모른다. 지금도 사람들은 처음 누군가를 시작으로 지역에 병이 시작되면 감염자의 정보와 신상을 샅샅이 파헤쳐 공개하고 공유한다. 겉으로는 감염자의 이동경로와 접촉자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 조심하자는 의미이지만, 그 기저에는 병원균을 옮기는 원망스런 사람에 대한 망신주기와 화풀이가 깔려 있는 듯하다.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 때도 어김없이 이러한 일들이 발생했다. 일상의 불편은 감염자에 대한 분노와 비난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감염자들로 인해 우리의 일상이 깨지고 언제 병에 걸릴지 모를 불안감을 갖게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질병과 상관없는 필요이상의 신상정보를 공개해 망신주기나 인터넷 여론몰이 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심지어 특정 국가 사람들과 특정 지역 사람들을 비하하며 이동의 자유를 막자는 인권침해적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결국 이러한 혐오는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을 저해한다. 누구도 병에 걸리고 싶은 사람은 없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마녀사냥까지 당한다면 환자들은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상처는 또 다른 형태의 분노로 표출돼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 것이다. 그럼에도 환자들의 몸과 마음을 보듬어 주고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다수라는 것에 희망을 본다. 이들이 만들어 가는 미담사례가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아름다운 소식이 들불처럼 번져 우리 사회에 치유와 포용의 가치가 넘쳐나길 바란다. 부디 이 시기가 빨리 지나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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