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및 논설

18세 선거연령과 ‘민주주의’ 교육[미래교육신문&황윤한]

교육정책연구소 2020. 2. 20. 10:16



광주교육대학교 황윤한


18세 선거연령과 ‘민주주의’ 교육

민주주의(democracy)는 어원적으로 고대 그리스어의 ‘민주, 시민, 다수’의 뜻을 가진 데모스(demos)와 ‘권력, 지배’의 뜻을 가진 크라티아(kratia)가 합성된 것으로 ‘국민에 의한 지배’란 의미를 가진 데모크라티아(dēmokratía)이다.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에서 시작된 민주주의는 직접민주주의, 대의민주주의, 경제민주주의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였다. 오늘날에는 행정부나 국회 또는 자치단체와 의회 등에 대표자를 선출하여 구성하는 간접 민주주의가 성행하고 있기 때문에, 선거는 출마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투표하는 사람들에게도 초미의 관심사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도 한다.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인해 선거 연령이 18세로 낮추어지면서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시험대에 올랐다. 18세 학생들이 주를 이루는 고3 교실에서의 선거운동과 정치활동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함께 쏟아지고 있다. 한 편에서는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고등학생들도 정치활동에 좀 더 자유롭게 나설 수 있어야하고, 교사가 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사회권을 제한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 편에서는 학교가 정치적 갈등에 휘둘리거나 정당의 선전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학교와 교실 안만이라도 파당적 논쟁이 전개되는 것을 방지하고, 여타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교원단체들마저도 의견이 나뉘어져 있고, 급기야 한국교육학회도 4월 총선을 앞두고 논쟁에 가세할 모양이다.

그런데, 언론 보도에 의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하는 모의투표 형식의 선거교육을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결정하였으나, 여론조사결과 법 개정으로 정작 투표권을 가진 예비 고3 학생 10중 9명은 선거관련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다는 학생들도 절반 이상이나 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그동안 우리의 교육현장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주의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그러하기에 상아탑 대학의 총장선거에서부터 지방자치단체 의원에 이르기까지 작금의 선거 실태를 보면 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교육이 안 되어 있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

학교에서의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은 학생들의 미래와 우리 사회를 위한 가장 중요한 핵심 내용 중의 하나이다. 학교는 교육을 통해 민주시민을 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와 교육』(Democracy and Education)이라는 책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듀이는 민주주의를 ‘사람들이 함께 사는 삶의 방식’이라고 하였다. 서로 다른 의견, 가치, 이해관계를 상호존중 함으로써 사회적 문제들을 함께 참여하여 해결하고, 개인의 선, 타인의 선, 그리고 사회의 공동선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하였다. 그런데 과거 우리의 교육은 정치∙역사적 관점에서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을 통해, 흑백논리, 선악 논리, 내가 민주주의이면 너는 공산주의라는 식의 교육을 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하버드대학 정치학과의 Steven Levitsky와 Daniel Ziblatt 교수들은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기고를 통해 최근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 세태, 즉 경쟁자를 적(敵)으로 여기고, 언론자유 억압, 선거 불복 선언 등을 지적하면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당과 정치 지도자들이 민주주의의 문지기 역할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규범에 대한 거부, 정치 경쟁자에 대한 부정, 폭력에 대한 조장이나 묵인, 언론 및 정치 경쟁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성향 등을 드러낸다면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독재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학교는 민주주의 교육을 통해 학생들로 하여금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독재자의 특성을 가진 사람을 구별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해야 하고, 민주주의의 규범들을 가르쳐서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Levitsky와 Ziblatt 교수들이 말하듯이, 모든 선수들이 상호 신뢰를 하고 최소한의 예의와 협조가 이루어진다면 심판이 없어도 배구 시합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정치적 상대를 공존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상호관용(mutual toleration과 자기편향적인 인사(人事)가 아닌 전문성과 능력이 기준이 된 인사를 하는 제도적 자제(institutional forbearance)를 가르쳐야 한다. 지난해 미국 아이오와(Iowa)州의 정치도시인 에임스(Ames)市에서는 레이첼 정크라는 20세 대학생이 거물 현역 정치인을 꺾고 시의원에 당선되었고, 2017년 오스트리아에서는 세바스티안 쿠르츠가 16세에 정치에 입문하여 33세로 총리에 선출됐으며, 2019년 핀란드에서는 34세 여성 산나 마린이 총리로 선출되었고, 프랑스에서 마크롱 앙미르슈가 39세에 젊은 나이에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사회를 이끌어 변화·발전시키고 있다. 이러한 원동력은 이들이 학교에서 민주주의 교육이 잘 받고 성장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교육은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문제이다. 민주주의 교육은 가능한 한 빠를수록 좋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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