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한(광주교육대학교 교수)
학생들이 존경하는 대통령이 나오길 바란다
모든 초등학교가 다 그러는 것은 아니겠지만, 필자가 미국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육실습을 하면서 놀랐던 것이 하나 있다.
학생들이 20여 년 전부터 선배들이 물러준 교과서로 우리의 국어에 해당하는 언어예술(Language Arts) 과목을 공부하면서, 그 책에 실려 있는 링컨(Abraham Lincoln) 대통령의 삶을 배우는데 매우 진지했다는 것이다. 링컨 대통령은 학생들이 대대로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이었다. 특히, 링컨 대통령이 남북전쟁 당시 남긴 게티즈버그 연설은 많은 학생들이 외우다시피 하였다. 교과서에 실린 대통령은 링컨 뿐만은 아니었다. 물론 국가가 오랫동안 대통령제를 택해왔고, 45명이라는 많은 대통령들이 나왔기 때문에 교과서에 많은 대통령들이 등장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만났던 미국 학생들이 실 생활에서 그들의 삶을 존경하고, 모델로 삼고 있었으며, 대통령의 삶을 통해 자신들의 인생을 새롭게 설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놀란 것은 그들이 단순히 말하는 존경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러 나와서 존경하는 대통령이 많았다는 것이다.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프랭클린 D. 루스벨트(Franklin Delano Roosevelt), 존 F. 케네디(John Fitzgerald 'Jack' Kennedy), … 미국 초등학생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대통령이 계속 이어졌다.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 위대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을 학생들에게 본받게 하고, 위인들의 삶과 학생 자신들의 삶을 뒤돌아보면서 보다 나은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교과서에 위인들의 삶의 내용을 실어 가르친다. 대부분 교과서에 실린 위인들은 민족의 역사를 움직였던 사람들, 위대한 발명가들,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했던 사람들, 그들의 삶이 후손들에게 귀감(龜鑑)이 되는 성인들이 대부분이다. 우리 교과서에도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장영실, 이율곡 등 많은 위인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일부 대통령의 업적은 언급되고 있지만, 학생들이 본받을 수 있는 우리 대통령의 삶은 아직 교과서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 위대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가르치기 위한 노력은 비단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가의 주요 시설물이나 장소 등에 이름을 붙여 후손들로 하여금 그들의 삶을 되새겨보고 본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 중의 하나는 대통령의 이름을 딴 거리의 이름들이다. 가장 중심에 있는 거리에서부터 외곽 쪽으로 가면서 초대 대통령부터 차례로 대통령의 이름이 붙은 거리가 펼쳐진다. 그렇다고 모든 대통령의 이름이 다 거리의 이름으로 쓰여 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사람들로 하여금 거리를 걸으면서 나라를 위해 또는 나라를 빛낸 대통령을 본받으라는 의미로 대통령의 이름을 거리에 붙이기 때문에 불명예스런 대통령의 이름을 붙일 땐 논란이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세종로, 을지로, 충무로, 퇴계로 등 우리역사에 훌륭한 치적을 남긴 세종대왕, 을지문덕, 이순신, 이율곡 등 선인들의 이름을 도로에 붙여서 자라나는 후손들이 본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지은 도로명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대통령 선거가 이제 한 달여 남았다. 각 당의 대선 후보들이 가려지고, 출마자들은 선거 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각기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민이 원하는 국가 발전을 위한 정책을 강구하여 내놓고,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뛰고 또 뛴다. 자기가 대통령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을 가진 가장 적합한 후보라고 내세우면서, 상대 후보들을 무너뜨리고, 대신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방안 강구에 총력을 다 하는 모습을 본다. 그런데, 대선 주자들이 내세우는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안녕을 위해 뛰고 또 뛰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해야 하는데, 마음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역대 대통령들의 슬픈 잔상(殘像)들은 즐거움보다는 걱정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혹시 감옥신세를 지는 대통령이 또 나오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제발 이번에는 자라나는 학생들이 본받을 수 있는 대통령이 나오길 바란다. 정말 훌륭한 대통령이 나와서, 학생들이 교과서를 통해, 자신이 존경하는 그 대통령의 삶을 배우고, 그러한 삶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또 어떻게 하면 그러한 삶을 본받을 수 있는지 탐구하는 기회가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또, 우리나라 어딘가의 거리에 그 대통령의 이름을 자랑스럽게 붙여,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대통령의 이름이 붙은 거리를 걸으면서, 그 대통령의 삶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자신의 삶의 멘토로 삼으며,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정말 학생들이 존경할 수 있는 대통령이 당선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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