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및 논설

더 이상 ‘벌거숭이 임금님’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미래교육신문 제공]

교육정책연구소 2017. 3. 23. 10:44


황윤한(광주교육대학교 교수)

더 이상 벌거숭이 임금님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덴마크 작가 한스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이 지은 벌거숭이 임금님은 세계의 많은 어린 학생들이 읽는 동화이다. 이 동화의 원제는 1837년 작 Kejserens nye Klæder로서, 외국에서는 The Emperor's New Clothes(황제의 새로운 옷)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본 출판명칭인 はだかの(벌거숭이 임금님)가 한국에 그대로 수입되면서 벌거숭이 임금님으로 번역되었다고 한다.

옛날에 어느 무능하고 새 옷만 좋아하는 임금이 있었다. 임금은 새 옷으로 몸치장 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 나라 일은 하나도 신경 쓰지 않았다. 어느 날 임금 앞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감을 짠다는 사람들이 나타나 자신들이 만드는 옷감은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바보 같은 사람이나 일을 잘 못하는 사람 눈에는 절대 안 보이는 신기한 옷감이라고 하였다. 임금은 기뻐하며 그들에게 거액의 돈을 주며, 그 옷감으로 옷을 만들어 오라고 시켰다.

얼마 후, 임금은 충성스런 늙은 신하를 보내 옷이 얼마나 만들어졌는지 확인하라고 하였다. 그런데 신하의 눈에는 분명 베틀이 텅 비어 옷은 보이지 않았고, 재단사들은 허공에서 옷을 만드는 시늉만 하고 있는 것만 보였다. 하지만 신하는 혹 세상 사람들에게 자기가 바보로 보이게 되거나, 임금의 가장 충성스런 신하가 되지 못하다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임금에게 가서 옷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거짓말로 설명했다. 이후 파견한 법관도 같은 이유로 옷감과 무늬, 색깔이 아름답다고 거짓말을 했다. 드디어 어느 날 재단사들이 옷이 완성되었다며 임금에게 선사했다.

하지만 임금 역시 옷이 안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신하들이 그동안 옷이 보인다고 했으니 자기만 안 보인다고 하면 사람들이 자신을 바보라고 손가락질 할 것이 두려워 임금도 , 참으로 아름답군! 내 마음에 꼭 들어!” 하면서 옷을 극찬한다. 그리고 임금은 재단사들에 의해 그 옷을 입었다. 물론 재단사들은 입히는 시늉만 했고, 임금도 장단 맞춰 입는 시늉만 했다. 신하들 역시 너무나 멋지다며 감탄하면서 한마디씩 거든다.

임금은 멋진 옷을 직접 입고 거리 행차를 나간다. 사실 길거리에 있던 사람들도 눈에 옷은 보이지 않지만, 자기들도 바보가 되고 싶지 않아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한다. “우와, 저런 옷은 또 다시 없을 거야! 저 망토는 정말 휘황찬란하네!” 하면서 칭찬만 한다.

그 때, 한 꼬마가 임금님은 아무 것도 입지 벌거벗었잖아!” 라고 소리친다. “이 천진난만한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그 아이의 아버지가 말한다. 드디어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과 임금은 자신들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정말 옷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지만 임금은 이 행차를 마칠 때까지 겉으로 내색을 해서는 안 돼. 행차를 계속해야 돼.’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임금은 더 당당하게 앞으로 걸어간다. 아무 것도 없는 옷자락을 잡는 시종들도 임금의 뒤를 따라 간다.

이 동화는 무능하고 어리석은 지도자와 권력 앞에 진실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숨기는 사람들의 어리석은 모습을 연상케 한다. 이 이야기에서 사기꾼에 놀아난 옷밖에 모르는 임금, 거짓인지 뻔히 알면서도 권력에 굽실거리며 진실을 외면하던 최고의 신하들, 이를 방관한 백성들의 모습에서 오늘날 우리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런 상황이 재연되는 한 또다시 제2, 3의 벌거벗은 임금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진정으로 임금을 사랑하는 충신이었다면 자기 자신의 자랑거리 외에 관심이 없는 임금에게 나라를 다스리는데 필요한 다양한 관심사를 제공했을 것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영리하고 가치 있는 임금으로 여겨주기를 고집하는 임금에게 겸손한 삶과 섬기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보좌했을 것이다. 그렇게 되었다면 벌거벗은 채로 거리를 돌아다니는 무능하고 어리석은 임금으로 끝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라와 임금에게 충성하는 신하들은 어리석게 보이는 것에 대한 위험을 무릅쓰고 바른 말을 해야 하며, 그렇게 하는 것이 가치가 있다는 것에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크게는 일국의 대통령이나 작게는 한 기관의 장이라면, 자신의 자존심에 손상을 줄지라고 공의와 진실을 알도록 노력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에게 공의와 진실을 구분할 줄 알게 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서 패망의 길로 가지 않아야 한다. 또한, 국민들은 주변의 사소한 권력에라도 알랑거리거나 아첨하기보다는 이 이야기의 어린이처럼 진실에 대해서 용감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국가와 국민의 존엄성을 지키는 길이다. 이제는 더 이상 벌거숭이 임금님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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