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및 논설

학생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미래뉴스제공]

교육정책연구소 2017. 2. 23. 10:56


황윤한(광주교육대학교 교수)

 

학생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청소년들이 읽는 단편 소설 중에 미국의 소설가 나다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의 단편 소설 「큰 바위 얼굴」(The Great Stone Face)이 있다. 이 단편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참다운 위인, 참다운 삶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세상을 살아갈 때 어떤 것이 삶의 목표가 되어야 하는가를 생각하도록 하는 교훈이 들어 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어니스트(Earnest)는 어린 시절부터 얼굴 모양의 큰 바위산이 보이는 산골마을에서 살았는데, 어머니로부터 언젠가는 그 바위산과 닮은 고귀한 사람이 태어난다는 전설을 듣는다. 그리고 청년, 장년, 그리고 노년에 이르면서 큰 바위 얼굴과 같은 고귀하고 훌륭한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그 사이에 큰 바위 얼굴을 닮았다는 사람들이 나타나는데, 돈 많은 사업가 개더골드(Gather Gold; '금을 긁어모은다.'는 뜻), 위대한 군인 올드 블러드 앤드 선더(Old Blood And Thunder; 유혈 낭자한 노인), 유명한 정치가 올드 스토니 피즈(Old Stony Phiz; 늙은 바위 얼굴), 마음에 와 닿는 시인 등이 등장한다. 어니스트는 이런 사람들의 내면의 세계를 성찰하면서 위대한 사람이란 세상 사람들이 추구하는 부와 명예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아님을 밝힌다. 그리고 시인과 함께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전설적인 인물이 누구인가를 이야기하면서 자신을 성찰한다. 흔히 부와 권력, 그리고 명예를 자랑하며, 그것들이 삶의 목표인양 살아가는 사람들보다는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성찰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사랑과 지혜를 가르치는 사람이 더 위대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학생들은 생각한 것을 배우고, 보고 들을 것을 배우며, 행동하면서 배운다. 어른들이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모습 그대로 학생들은 배운다. 우리가 부정부패를 보여주면 학생들은 부정부패를 배운다. 우리가 부정부패와 맞서 싸우는 것을 보여주면, 학생들도 부정부패와 맞서 싸우는 모습을 배운다. 따라서 바른 것을 생각하게 하고, 바람직한 것을 보고 들을 수 있도록 하며, 정의롭게 행동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학교 교육의 사회적/공민적 목적이자 책임이다. 이러한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여러 방법들 중에는 학생들로 하여금 위인전을 읽게 하기도 하고, Role Model, 또는 멘토를 설정하여 본받도록 하기도 한다. 나다니엘 호손의 ‘큰 바위 얼굴’을 읽은 학생들은 끊임없는 자기 탐구를 거쳐 얻어진 말과 사상, 생활의 일치가 위대한 사람을 만든다는 매우 큰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우리나라 사태를 보면서 학생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고 있을지 생각만 해도 걱정을 넘어 끔찍하기 그지없다. 각종 언론 매체에서는 탐욕에 눈멀어 원하는 것이면 수단과 방법을 총 동원하여 모두 금으로 만드는 개더골드 사업가들, 권력에 빌붙어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를 만들어 자기편이 아니면 무참하게 내동댕이치고 자기편은 남의 돈을 끌어다 충성하게 만드는 올드블러드앤드선더들,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 목소리만 외쳐대는 안면몰수 정치인들을 연일 쉬지 않고 내보내고 있다. 촛불과 태극기로 분열된 국론은 투쟁을 넘어 전쟁을 방불케 하는 작전들이 펼쳐진 모습이다. 서로가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은 하지만, 행동으로는 꼬리에 꼬리는 무는 의혹 제기와 진실 왜곡이 계속된다.

우리는 '엄한 시어머니 아래에서 지낸 며느리가 또 심한 시어머니가 된다.'라는 말이나 ‘부모가 폭력적이면 자녀도 폭력적이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사람들은 본 것들을 그대로 배워서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금의 사태들을 보면서 학생들은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걱정스럽기 한이 없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가르쳐 온 진•선•미•자유•정의•평등과 같은 것들이 모두 허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더 나아가 이들의 미래가 더욱 염려스럽다. 왜냐하면, 그들이 생각하고, 보고 들으며, 행한 그대로 배워서 또 그대로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참다운 삶이 무엇이고, 그러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끊임없이 자기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고, 진실하고 겸손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여주어야 한다. 인간의 가치가 돈이나 명예, 권력 등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학생들이 보면서 따라 할 수 있는 긍정적이고, 진실 되며, ‘좋은’ 것들을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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