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및 논설

생명보험과 자살보험금[미래뉴스 제공]

교육정책연구소 2017. 3. 15. 14:38


광주여자대학교 실버케어학과 박천규 교수

 

생명보험과 자살보험금

자살보험금 지급을 놓고 금융당국과 생명보험회사들이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작년 5월 보험개발원이 2012~2014년 3년간 생명보험금을 받은 사망자들을 분석한 결과 사망자 17만 7,706명 가운데 자살에 의한 사망자 수는 4.2%인 7,490명이었다. 생명보험 사망자의 100명 중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생명보험이란 생명보험회사가 보험의 대상이 되는 사람(피보험자)의 사망 또는 생존을 보험사고로 하여 일정한 금액(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이다. 보험금 지급의무를 발생시키는 보험사고는 고의적인 것(필연적 사고)이 아니고 우연한 것(우연적 사고)이어야 한다. 보험은 원래는 ‘고의성’ 사고를 배제하고, ‘우연성’을 기초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연이라 함은 보험사고 발생 유무 및 발생 시기를 미리 예측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특정한 경우, ‘사망’에 대한 보장을 든든하게 하기 위해서 자살의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생명보험에서 ‘고의 사고(자살 등)의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지만, 가입 후 2년이 지나면 지급 한다’라는 것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생명보험표준약관 제5조1항에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다만, 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 특히 그 결과 사망에 이르게 된 경우에는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 또한 청약일 부터 2년이 지난 후에 자살한 경우에는 재해 이외의 원인으로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재해이외의 원인에 해당하는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 라고 되어있다. 생명보험 표준약관상 재해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의 (S00~Y84)에 해당하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 및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서 규정한 감염병’을 말한다.

 

생명보험은 말 그대로 사망할 때 받는 보험이다. 사망 유형은 일반사망(일반사망보험금)과 재해사망(재해사망보험금)으로 구분되며, 통상 재해사망보험금은 일반사망보험금보다 많다. 위에서 언급한 생명보험표준약관에 따르면, 만약 가입 이후 2년이 경과하여 자살한 경우에는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하고 재해사망보험금(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자살한 경우에도 재해사망보험금(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하는 경우가 있다.

첫째는 정신질환이나 음주명정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본인을 해친 경우이다. 자살을 면책하는 이유는 고의사고이기 때문인데, 정신질환이나 음주명정 등으로 심신상실 상태에서 자살한 경우라면 고의사고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둘째는 생명보험회사들이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자살을 재해로 인정하는 약관이 포함된 보험 상품을 판매한 경우이다. 2010년 4월 이전까지 생명보험약관에는 자살을 ‘재해사망’으로 보고 그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생명보험회사들은 해당 약관에 오류가 있다며 2010년 4월 개정했다. 문제는 약관이 개정되기 이전에 자살보험금에 대한 특약(재해사망 특약)에 가입한 사람들. 이들은 약관 개정 이전에 보험에 가입하고 자살한 경우, 일반사망보험금과 재해사망보험금(자살보험금)을 지급받아야 함에도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받고 “약관 표기상 실수”라는 이유로 재해사망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2016년 2월 말 소비자가 청구했지만 지급되지 않은 자살보험금은 모두 2천465억원에 달했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 대법원이 2016년 5월에 잘못 만든 약관도 효력이 있다고 판결을 해서, 자살보험금 논란과 관련해 종신보험 등의 일반사망보험과 재해사망특약에 가입한 사람이 자살했을 경우 일반사망보험금과 재해사망보험금을 같이 지급하도록 하여, 보험소비자들의 손을 들어줬으나, 9월에 다시 2년이 넘어 보험금 청구 시효가 지난 재해사망보험금은 주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함으로서 생명보험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약관을 잘못 만든 책임을 지고 자살보험금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명보험회사들은 "실수로 잘못 기재한 것이다. 특히 2001∼2010년 체결된 계약들은 이미 소멸시효가 지난 것들이므로 대법원에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나와 만약 지급하면 배임 행위가 된다"고 주장하면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버티기에 돌입했던 것이다. 이런 상반된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상법상의 대법원 판결과 달리 보험업법상에는 약관대로 지급하라고 돼 있어 지급하지 않으면 위법이다. 과거에도 소멸시효가 지난 것도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했던 사례가 있다"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생명보험회사들에 최대 ‘인가 취소’의 중징계를 예고했었다.

 

보험연구원의 보험소비자 조사에 의하면 생명보험 및 손해보험에 가입한 목적으로 위험보장이 1순위로 꼽혔다. 생명보험이란 동일한 위험에 처해있는 사람들이 모여 십시일반 보험료를 내고, 실제 사고가 발생한 사람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주는 것이므로, 결국 위험대비 목적의 상부상조를 위한 금융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생명보험회사는 중간에서 이런 상부상조가 잘 이루어지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자살보험금 지급을 놓고 금융당국과 법리공방을 벌리고 있는 생명보험회사들의 행태를 보며, 보험소비자들은 과연 생명보험회사들이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인가 심히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생명보험회사들은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고객들에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며, 금융당국도 보험소비자 보호측면에서 다시는 이런 일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을 해야 할 것이다.

미래뉴스기사보기: 

http://www.miraenews.co.kr/m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