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그리움이
온 몸으로 매달리는 것은 기다림이다.
날개를 펼치며
날개깃에 닿는 바람이
당신을 그곳으로 데려갈 것이라 믿는
기다림이란
아직도
당신이 띄울
수백의, 아니 수천수만 통의 편지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애처롭게
등불을 들고 문 밖에서 서성이지 마라
밤하늘을 가리키며 오리무중五里霧中이라고도 말하지 마라.
언덕에 서서
제 그림자 하나 거꾸로 매달고 살아가는 나무처럼
다만 기다리라
구름 속에서 홀연히 꽃을 피우는 눈송이처럼
당신의 가슴을 흔드는
눈물겨운 이야기들이 내려앉을 때까지
그리하여
기쁨을 위해 당신이 참아왔던 모든 것들이
따뜻한 슬픔이었다는 것을
알 때 까지
슬퍼하지 마라,
오지 않는 이를 기다리는 날들이
다 사랑이다.
-------------------- 【시작메모】 ----------------------------------
우리는 날마다 무언가를 꿈꾸며 살아간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저마다 그리는 각각의 그 무엇(꿈)에 대한 기다림으로 평생을 절박하게 살아간다고도 할 수 있겠다. 아니, 삶이란 다른 무엇이 아닌 오로지 ‘기다림의 날들’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따라서 삶을 잘 살아가는 방법이란 어떻게 하루하루를 잘 기다려야 하느냐의 문제와 직결된다. 그러나 그 무엇에 대한 열망 때문에 기다림은 때로 고통스럽기도 하다. 초조함과 설렘으로 간절히 기다리지만 끝내 오지 않는 그 무엇을, 그리고 그 무엇이 아닌 허망한 시간들을 확인하여야 할 때 우리는 거듭 좌절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견디어야 한다. 기다림은 사랑에서 비롯된 까닭이다. 결국 기다림이란 상대의 시간에 나를 맞추어야만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기다리는 과정을 소중하게 여기며 참고 견딜 수 있는 여유와 너그러운 마음이 필요한 것이다. 소설 ‘어린 왕자’에서 여우는 기다림이란 만남 자체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기다림의 설렘과 환희를 주기 때문에 소중하다고 말하고 있다.
생각건대, 기다림의 본질은 철저히 내 시간이 아닌 상대의 시간과 내가 주인이 아닌 상대방이 중심이 되게 하는 ‘사랑’이어야 한다. 무릇 기다림의 시간에 감사하라, 아직 오지 않은 이가 지금 그대 가까이 오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기사더보기:
http://www.miraenews.co.kr/news_gisa/gisa_view.htm?gisa_category=02060000&gisa_idx=34166
'칼럼 및 논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픔이 기쁨에게[미래교육신문 최성광기고] (0) | 2021.06.17 |
---|---|
갈 등[미래교육신문 박철한수필] (0) | 2021.06.17 |
등나무꽃[미래교육신문 김미수필가] (0) | 2021.06.17 |
출세의 지향주의와 교육의 변질[미래교육신문 김수기논설] (0) | 2021.05.13 |
정의란 무엇인가?[미래교육신문 최성광기고] (0) | 2021.05.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