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끄느름하더니 이내 봄비가 내린다. 소나무들이 생명수를 마시며 미소 짓는데 삼백예순날을 별러 눈부시게 꽃단장을 한 벚나무는 시무룩하다. 궂은 날씨에 대여섯의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비옷으로 무장하고 논에서 토란을 심고 있다. 꽃샘추위에다 가랑비까지 내리니 하나같이 쌍그런 모습들이다. 가던 길을 멈추고 다가가서 품삯이 얼마냐고 묻자 예수남은 아낙이 말한다. “품삯이라니요, 품앗이니까 이런 날씨에 일을 나왔지요.” 하긴 그렇다. 만약 품앗이가 아니라면 그 날씨에 품삯을 받고 일할 사람이 없었으리라. 임금노동이 대부분인 오늘날에 용케도 품앗이 관경을 보니 적잖이 반갑다.품앗이는 촌락에서 노동의 교환형식으로 이루어지는 공동노동을 말한다. 조직상으로 보면 농가상호간에 편의와 이익을 주고받는 호혜의식(互惠意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