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교육대학교 황윤한
학생들의 특성이 반영된 코로나 이후(Post-Corona) 시대의 교육
지난 2019년 12월 중국에서 처음 확인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은 통제할 수 없이 전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다. 나라마다 전쟁만큼 처절한 대 봉쇄가 단행되고 있고, 이로 인해 실업 대란이 일어나며, 수출이 급감하고, 소비와 지출이 줄어드는 등 전 세계가 사회⋅경제면에서 엄청난 위기를 맞고 있다. 언론들은 2008년 금융위기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1929년의 세계 경제 대공항에 버금가는 전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를 초래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더욱더 심각한 문제는 코로나19가 반년이 지난 지금도 진행형이고, 의학계의 많은 전문가들은 제2차, 3차 대유행을 예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초래한 비정상화된 사회⋅경제 질서를 현실로 인정하고,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의 ‘New Normal’이라 명명하면서, 이 현실 위에서 보다 효율적인 대안들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제 겨우 한 학기 동안 비대면 수업을 했을 뿐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교육계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비정상적인 교육인 비대면 수업을 하나의 정상적인 교육으로 받아들이는 소위 ‘New Normal in Education’ 시대를 앞 다투어 논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의 삶이 코로나19 이전의 시대로 돌아가기 어려우므로 코로나 이후(Post-Corona) 교육을 강구하자고 주장한다. 초중고에서는 비대면 수업으로 1학기를 시작하다가, 지난 5월 중순부터 고3을 시작으로 점진적인 대면 수업이 시작되었지만, 지금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되는 지역에서는 대면/비대면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초중고에서는 아직 1학기 수업이 다 끝나지도 않았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은 비대면 강의로 한 학기를 마치고 나서 지난 한 학기의 비대면 강의에 대한 평가와 함께 기존의 강의실에서 시행되었던 대면 강의 방식에 대한 반성적 성찰도 일어나고 있다. 또한, 보다 효율적인 비대면 강의를 위해 새로운 교육 표준, 소위 ‘K-원격 수업 표준’ 마련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학회나 포럼 등을 통해 서로 앞 다투어 비대면 수업 평가 결과를 내놓고 앞 다투어 코로나 이후 시대의 교육에 대한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K-원격 수업 표준에 관한 담론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원격 교육망 구축을 통한 교육 콘텐츠 관리, 수업의 질 관리를 위한 수업평가, 온-오프라인 연계를 통한 혼합형 수업(blended/hybrid learning)이나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확산, 학습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학습 분석(learning analysis), 적응학습(adaptive learning), 에듀테크(Edu-Tech) 등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학자들은 여러 연구들과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학생들의 학습 패턴이나 태도, 움직임, 성취 수준 등 학습 과정 및 행동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학습 분석, 이러한 학습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학습자의 수준과 스타일에 맞는 학습 정보와 학습 방법을 제공하는 적응학습, 그리고 여기에 인공지능, IoT,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여 교육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산업인 에듀테크는 비대면 수업에서 학습의 효과를 극대화시켜 줄 수 있는 주요 요소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시행한 비대면 수업을 평가한 결과와, 일어난 변화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들, 또 코로나19 이후의 미래 교육 방안들을 논의하고 준비하는 과정들을 살펴보면 간과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마치 1950년대 후반 소련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발사 이후 미국 교육자들이 스푸트니크 이후(Post-Sputnik) 교육 방안들을 논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교사 중심의 수업에서 학생중심의 수업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할 때, 사람들의 일반적인 특성, 특히 아직 미성숙한 학생들에게서 찾아 볼 수 있는 특성을 간과한 것이다. 즉 미성숙한 학생들은 ‘가능한 한 짧은 시간에 마치는 수업’, ‘가능한 한 단순하고 쉬운 내용을 다루는 수업’, ‘가능한 한 스트레스가 없는 즐거운 수업’을 원한다는 특성을 갖고 있는데, 교육 과정에서 ‘학생중심’이라는 전제 아래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하도록 허용한 결과, 시간이 흐를수록 학생들의 학습에 몰두하는 시간(academic learning time)이 짧아지고, 학생들은 조금만 어려워도 쉽게 포기하며, 학습 활동들은 놀이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해버렸다. 결국은 학력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1970년대 중반부터 사회의 강력한 교육 개혁 요구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학생들의 이러한 특성들은 비대면 수업에서 더 쉽게 나타날 수 있는데, 코로나19 이후의 교육을 논하는 곳에는 수업을 전달하는 첨단 기술/기기나 방법들이 주요 초점이 되고 있다. 비대면 수업이라고 해서 학생들에게 컴퓨터와 교육 콘텐츠만 마련해주면 모든 학생들이 다 자기주도적으로 잘 알아서 배우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의 주변에서 학습 동기를 유발시키고, 안내하며, 지지하고, 격려해주는 조력자들의 역할이 없다면 학생들은 학습에 흥미와 관심을 갖기 어렵고, 집중하지 못할 것이며, 어려운 내용은 쉽게 포기하고, 재미없으면 학습하려 하지 않을 수 있다. 결국은 학력저하를 초래할 것이다. 비대면 수업으로 한 학기를 마쳐가는 고3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변화에서 알게 된 것들 중의 한 가지는 학생들의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라 학력의 차가 더 심화되더라는 것이다. 비대면 수업에서 가정환경이나 사회 환경에 따라 학생들의 학력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더라는 것이다. 이를 좀 더 확대 해석하면, 비대면 수업이 경제적 위기에 있는 가정이나 문명 이기(利器)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주경야독을 하도록 조장하는 기재가 될 수도 있고, 미성숙한 학생들의 공부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학력의 격차는 더 커질 것이고,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며, 뒤쳐진 학생들은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기가 더욱 더 어려워질 것이다. 결국은 비대면 교육이 너무 일찍부터 학생들을 사회적 강자나 약자로 나누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므로 비대면 수업을 전달하는 온라인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학습 과제에 흥미와 관심을 갖고, 능력보다 한 단계 더 높은 학습 과제를 도전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학생들의 특성을 반영한 개별화가 가능한 비대면 수업이어야 한다. 또한,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처럼 누군가가 학생들의 학습에 관심을 갖고 격려하면서 도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환경 조성이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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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iraenews.co.kr/news_gisa/gisa_view.htm?gisa_category=02030000&gisa_idx=17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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