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철 시인
무싯날에 어머니를 그리며
5일마다 열리는 장날
새벽부터 어머니는 장에 갈
준비 바쁘시다
토방 위 댓돌엔
아껴두신 하얀 고무신을
가지런히 놓으셨다
옥색 치마에 하얀 저고리
곱게 차려입은 우리 어머니
태양초 말린 고추 닷 근
머리에 이고 장 나들이 가시던 날
허리춤 유리구슬 달강거리며
나도 덩달아 장마실 따라나선다
꿈여울 장터 개울가,대장간엔
쇠망치 두드리는 소리
허물어진 작은 숯가마엔
잉걸불이 타오르고
어머니는 맨 먼저 사래밭
마당가 따비밭매러 호미 두 자루 주문하신다
질서도 없는 혼잡의 장터
대장간 옆 어리전엔
어리에 갇혀있는 닭과 오리들 틈에
토끼 한 쌍이 몹시도 귀여운데
어머니는
온새미로 닭 한 마리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장터로 가는 황톳길 신작로 길에
시게전이 이른 아침 펼쳐지면
장이서고
시겟장수의 목청이 멀어지고
신기료장수가 짐을 챙기면
그때서야 장이 파한다
행여 길 잃을라 치맛자락을
꼭 잡고 따라다니던 나에게
어머니는 내 주먹보다 커다란
알사탕을 쥐어주셨지..
오늘은 무싯날
어머니 그리워 추억을 찾아왔건만
KTX 기찻길이 장터를 지나고
꿈여울 장터는 흔적 없이 사라졌다.
영 너머에 아득히 새소리 정겨운데
이곳 저곳 추억이 아련하다
장터에서 시오리 길
허전한 마음으로 고향마을 찾으니
송홧가루 봄바람에 들판을 달려 나가던
지난해 4월 어느 날
상수上壽도 지난 101세에
봄꽃 향기처럼 먼저
먼 길을 외로이 떠나신 어머니
알고도 모르는 체, 옳고도 지는 것
가르침 주시던 어머니..
진달래 꽃잎처럼 고운
어머니 그립다
봄꽃 향기 가득 머금고
마당가 대명매大明梅 마들가리에
꽃망울이 피어나면 좋겠다.
*무싯날 : 5일장이 서지 않는 날
*온 새미 : 가르거나 쪼개지 않은 생긴 그대로의 상태
*상수上壽 : 나이 100세를 말함
*신기료장수 : 헌 신발을 깁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
기사더보기:
http://www.miraenews.co.kr/news_gisa/gisa_view.htm?gisa_category=02060000&gisa_idx=16836
'칼럼 및 논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교 환경은 하나의 ‘교육의 장’ 이다[미래뉴스&미래교육신문제공] (0) | 2020.03.26 |
---|---|
미연씨![미래뉴스&미래교육신문제공] (0) | 2020.03.26 |
개인 운동으로 코로나19를 이겨내자[미래뉴스&미래교육신문제공] (0) | 2020.03.23 |
학생 두발 자율화에 붙여[미래교육신문&김수기] (0) | 2020.02.20 |
18세 선거연령과 ‘민주주의’ 교육[미래교육신문&황윤한] (0) | 2020.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