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광(광주광역시교육청 장학사, 교육학 박사)
당신은 돈을 벌어서 어디에 소비하는가? 또 그 돈을 벌기 위해 얼마만큼 일을 하는가? 미국의 사회철학자 마르쿠제(H. Marcuse)는 현대인들이 더 많이 일하고, 피로를 잊기 위해 더 많이 소비하고, 더 많이 소비하기 위해 또 다시 더 많이 일해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불행의 도취’라 칭했다.
SNS를 통해 공개되는 개인의 일상은 상당수가 자기과시나 자기애에 근원한 소비의 결과물이 많다. 자신이 먹는 음식, 구입한 옷, 방문한 여행지, 타고 다니는 자동차 등 다수의 탑재물은 개인이 소비한 상품과 그 아류들이 대다수이다. 그리고 그러한 소비를 통해 삶의 행복과 만족을 표현한다.
반면, ‘자연인’이라는 TV 프로그램의 주인공들은 속세를 떠나 주로 산속에서 홀로 사는 이들이 많다. 도시의 편안하고 간편한 문명의 이기를 버리고 스스로 불편한 삶을 찾아 들어간 다소 독특한 사람들은 행복의 가치를 세상과 달리 두는 듯 보인다. 산속에서 홀로 지내며 결핍과 불편함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자연인을 보면서 역설적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동경하기도 한다.
행복에 대한 가치판단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의 생각과 사고, 욕망과 욕구에 따라 행복은 달라진다. 누군가는 소비를 통해 행복감을 느낄 수 있고, 누군가는 자유로운 삶을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저축대신 소비를 선택한 YOLO(You only Live once)족의 행복이나, 조기은퇴를 위해 현재를 금욕하는 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ment Early)족의 행복은 그 경중을 따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학교에 적용해보면 어떻게 될까? 학생들이 공부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얼마만큼 공부를 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다수의 학생들은 나중에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 현재의 고통을 인내하며 공부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어떤 학생들은 미래는 지금과 같은 단순암기와 지식의 주입으로 성공할 수 없는 창의적이고 다양성이 강조되는 사회가 도래하므로 현재를 즐겁고 행복하게 잘 놀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뜻 전자는 보수적 관점의 교육관이고, 후자는 진보적 관점의 교육관처럼 보인다. 그래서 세칭 ‘보수는 공부를 빡세게 시키고, 진보는 애들을 놀린다’라는 오개념을 갖게 한다.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보수적 교육이라고 해서 학생들을 공부기계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 또한 진보적 교육 역시 학생들을 무작정 놀리지는 않는다. 학생들은 분명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학생들은 공부를 통해 성장하고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학생에게 공부는 앞서 말한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방향성과 방법이다. 개인의 가치와 생각이 다른 만큼 학생들은 자신의 삶을 통해 느낄 행복의 대상과 가치도 다를 수 있다. 따라서 학교는 학생들이 스스로 행복에 대한 가치를 정립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공부의 방식과 과정을 다양하게 마련하고 적극 지원해야 한다. 학생들의 행복을 위한 공부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 개인 삶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학생들이 더욱 행복할 수 있도록 균형감 있고 다양한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성장해 ‘불행의 도취’가 아닌 ‘행복의 도취’가 선순환 되는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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