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호
사랑했으므로, 썰물에게
뒤돌아보지 마라
가슴에
구멍 숭숭 뚫린 개펄을 보듬고
저 달빛 밤새워 흐느낄지라도
피곤한 시간의 짐을 벗고 그냥 흘러가라
생각 따위는 접고 맨몸으로 굴러가라
무엇을 할 거냐고, 어디로 갈 거냐고
그리고 몇 시냐고도 묻지 말아라
도망하지도
갇히지도 마라
멈추지 말고 마음껏 헤매거라
별도 쓰러지고, 달도 깨어지고
뜨거웠던 밤바람도
흔적 없이 부서지는 것을
아무것도 붙잡으려 하지 마라
울면서 가라, 천둥처럼
끝끝내 살아있는 순간을 고집하며
죽을 맛의 힘으로
홀로 마구 뒤집히면서 가라
다시는 돌아오지 마라
약속을 어기고 몰래몰래 돌아와서는
무참히 또 하루를 부수고 짓이기는 희망들이
닿을 수 없고, 품을 수 없고
그래서 건널 수 없는 모든 모순들을
사랑이라 꼬드길지라도
---------【시작메모】 ---------
누구라서 하루가 고되지 않은 이가 있을까. 돌아보면 모두가 허황하고 안타까운 시간들이다. 무엇 하나 제 마음대로 되는 것 없고, 어떤 것 하나 그 마음을 따라주는 것 없으니 홀로 된 몸뚱이 저 혼자서 끙끙 앓는 것이다. 그러므로 술잔을 부딪치며 외치는 ‘위하여!’라는 말은 어쩌면 하나의 슬픈 독백에 다름 아니다. 누가 누구를 위한다는 말이겠는가. 그것은 저마다 술잔에 담긴 제 삶의 쓰디쓴 맛을 곱씹으며 눈을 부릅뜨는 일인지도 모른다. 두 손으로 기어이 움켜쥐어야 할 그 무엇을 위해서다.
그러나 세상에 쉽게 붙잡을 수 있는 일들이 어디 흔하겠는가. 붙잡을 수 없는 그 무엇을 위하여 끊임없이 발버둥 하는 삶이란 얼마나 불쌍한가. 매이지 말 일이다, 갇히지 말고 자유롭게 흘러서 그냥 홀가분한 몸이 되기를 바란다. 가난해도 궁핍하지 않고 가지지 못해도 곤궁하지 않는 야릇하고 충만한 기쁨, 마침내 아무런 그대가 필요치 않는(?) 나 혼자만의 온전한 사랑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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