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서로에게 쉽게 다가서지 못하고 망설이는 것은 아직 서로의 마음이 열려있지 않은 까닭이다. 처음 만난, 타인으로서의 우리는 누구나 다 돌처럼 낯설고 차갑다. 그러나 돌이라고 다 차가운 것만은 아니다. 어느 겨울의 산길에서 만난 한낮의 바위를 보라. 차가운 돌덩이 위에서도 쌓인 눈들이 녹아내리는 것은 다만 신비로운 일이 아니다. 바위도 한동안 내려앉은 햇볕으로 제 몸 하나 따뜻이 데웠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조용히 다가와서 엉덩이를 걸치고 잠시 쉬어갈 그 누군가(바람, 눈, 새, 짐승)를 위하여 그렇게 마음을 열어놓았을 터, 아!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아무리 낯설고 어려운 사람도 잠시라도 마주하고 앉아서 마음을 나누다보면 이내 따스한 정을 느끼게 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풀꽃)”고 노래한 나태주의 시처럼 너와 내가 만나서 ‘우리’가 되는 순간이란 그렇듯 먼저 다가감에 있는 것이다. 생각건대, ‘우리’가 함께 나눌 사랑(관계)이란 항상 나로부터 먼저 비롯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시】
돌
조기호
돌,
차갑다 한다.
그러므로
무심히
밟고 지나간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잠시
엉덩이를 걸치고
콧노래라도 불러주면
당신이 앉았다 간 시간만큼
돌도
금방 따스해진다는 것을.
【조기호 약력】
▪ 광주일보(84) 및 조선일보(90) 신춘문예 동시 당선
▪ 2000년 전남시문학상 및 2002년 목포예술상 수상
▪ 전남시인협회부회장, 목포시문학회장, 목포문인협회장 역임
▪ 목포연산초등학교 교장 퇴임
▪ 현) 「목포문학상」 운영위원 및 「한국동시문학회」이사
▪ 현) 목포대학교 평생교육원 ‘동시창작’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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