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및 논설

<수필>참을성을 키우는 교육[미래뉴스&미래교육신문제공]

교육정책연구소 2019. 2. 21. 11:36



장 병 호 수필가

 

참을성을 키우는 교육

“이 과자를 15분 동안 먹지 않고 기다리면 한 개 더 줄게.”

네 살 난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이런 실험을 했는데, 어떤 아이는 그새를 못 참고 과자를 먹어버렸고, 어떤 아이는 먹지 않고 기다렸다. 이 두 부류의 아이들은 어떻게 성장했을까? 10년이 지난 후에 알아봤더니, 참고 기다렸던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보다 학업성적도 뛰어나고, 교우관계도 원만하고, 스트레스 관리도 잘 하고 있었다.

언젠가 인기를 끌었던 호아킴 데 포사다의 <마시멜로 이야기>의 내용이다. 눈앞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버린 아이보다 앞을 내다보고 욕구를 자제할 줄 아는 아이가 장래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실험이었다. 결국 참고 견디는 힘이 성공의 열쇠임을 말해준다.

요즘 청소년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너무 나약하다는 점이다. 힘든 것을 참지 못하고 쉽게 짜증을 내고 불평을 한다.

이를 테면 여름철의 더위 같은 것도 견디지 못하고 교실에 냉방기를 틀어달라고 성화다. 학교에서는 전기료 부담도 있고, 국가시책도 있기 때문에 섭씨 28도 이상이 되어야 냉방기를 가동해주려고 하는데, 아이들은 막무가내로 조르는 것이다.

예전에는 교실에 아예 냉방기가 없으니 틀어달라 말라 싸울 건더기도 없었다. 냉방기가 다 뭔가? 선풍기도 없이 책받침을 부채 삼아 여름을 버티던 시절도 있었다. 그렇다고 옛날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는 아니고, 그처럼 어려웠던 때도 있었다는 것을 알고 어지간한 것은 감내할 줄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골머리를 앓는 학교폭력도 참을성 부족으로 일어난 경우가 많다. 싸운 원인을 따져 보면 웃음이 나올 만큼 사소한 일이다. 째려보았다느니, 건방져 보였다느니, 말대꾸가 기분 나빴다느니 해서 주먹이 날아갔는데, 잠깐만이라도 분노를 자제할 줄 알았더라면 일이 복잡해지지 않았을 것이 아닌가.

오늘날 학생들은 왜 이렇게 나약해졌을까?

나는 그 첫째 원인이 부모님들의 과잉보호가 아닌가 싶다. 가정에서 아이들을 귀하게 여겨, 힘든 일을 부모님이 대신해주다보니까, 자립심이 없어지고 남이 해주기만 바라게 된다.

끝없이 편의성을 추구하는 문명의 이기 또한 나약함을 부추긴다. 자동차가 있으니 걸으려고 하지 않고, 휴대전화가 있으니 굳이 사람을 만나러 다닐 필요가 없다. 컴퓨터가 있으니 손 글씨가 필요 없고, 전자계산기가 있으니 암산능력이 소용없다. 이렇게 간편한 것에 길들다보니 이제는 조금 복잡하고 어려운 것을 만나면 머리가 아프다.

그렇지만 세상살이가 항상 편할 수만 있는가. 살아가는 일이 장애물 경주처럼 숱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는데, 이렇게 나약해가지고 어떻게 힘든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러니까 아이들의 장래를 생각해서라도 너무 오냐오냐 뜻만 받아주면 안 된다. 일본의 초등학생들은 겨울철에도 반바지 차림으로 등교한다고 한다. 그들이 가진 게 없어서 그러겠는가. 어렸을 때부터 참고 견디는 훈련을 시키고 있는 것이다. “귀한 자식일수록 여행을 많이 보내라.”는 교훈의 속뜻을 잘 새겨볼 필요가 있다.

나는 교장 시절에 학생들의 인내력과 극기심을 키우기 위해 등산캠프를 운영한 일이 있다. 여름방학 중에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는 프로그램인데, 출발할 때는 잔뜩 겁을 먹었던 학생들이 다녀오고 나서는 모두들 뿌듯해했다.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목표를 달성했다는 성취감을 맛본 것이다.

처음 등산캠프를 제안했을 때 선생님들은 무리한 산행으로 혹시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하고 걱정부터 했다. 나는 이렇게 설득했다.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못 담그면 되겠어요? 과업이 어려울수록 보람도 큰 법입니다. 학생들에게 극기심과 도전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 봅시다. 이런 때가 아니면 우리 아이들이 언제 지리산 정상을 가보겠어요?”

그렇게 하여 어렵사리 행사를 추진했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의외로 좋았다. 비 오듯 땀을 흘리는 가운데서도 ‘내가 드디어 해냈구나!’ 또는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느낀 것이다. 어떤 친구는 또 지리산에 오고 싶다며 등산캠프를 한 번 더 열어달라고 했다.

행사를 마치고 회식 자리에서 나는 이렇게 칭찬을 했다.

“여러분은 오늘 좋은 경험을 했어요. 처음에는 자신감도 없었고, 도중에는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을 거예요. 그렇지만 목표를 향하여 한 발 한 발 다가가니까 결국 정상에 도달할 수 있었잖아요. 바로 이거예요! 목표를 세우고 어려움을 참고 노력하면 이루어집니다. 세상사 모두가 마음먹기에 달렸어요. 오늘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살아간다면 여러분은 반드시 인생의 승리자가 될 수 있을 거예요.”

8천 미터가 넘는 히말라야 14좌를 세계 최초로 등정한 이탈리아의 등산가 라인홀트 메스너는 이런 말을 했다.

“머리가 버티는 한, 다리는 견딜 수 있다.”

결국 어떤 일을 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육체는 따라준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도 신체적 장애를 무릅쓰고 전문가로서 성취한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편한 것만 좋아하고 참을성이 없는 우리 학생들에게 강인한 의지와 인내심을 기르는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장병호 약력

수필가, 문학평론가

<문예운동> 및 <문학춘추> 등단

한국문협, 전남문협, 순천문협 회원

전남문학상 수상, 전 중등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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