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광(광주광역시교육청 장학사, 교육학 박사)
왜 우리나라에는 사립학교가 많을까?
우리나라에서 사립학교가 담당하는 교육의 몫은 매우 크다. 해방 이후 보통교육이 시작된 이래 사립학교 수는 점차 증가했고 현재 우리나라 학교의 37%가 사립학교에 해당된다.
특히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사립학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데, 초등학교 1.2%, 중학교 20%, 고등학교 40%, 대학교 85%가 사립학교이다. 이제 사립학교는 우리나라 교육의 한 축이 되었고, 더 나아가 교육정책의 중심에 놓이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사립학교는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늘어나게 된 것일까? 1945년 해방이후 국민들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로 교육열망이 증가하였고, 취학률이 일제말 54%에서 1949년 81%로 폭증하게 된다. 당시 재정결핍에 시달리던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은 의무교육 기조와 문맹 퇴치를 목표로 사립학교 설립을 장려하게 된다. 여기에 농지개혁에 임박해 부호 및 지주 등이 토지 형태의 재산을 제도적으로 보호받을 명목으로 사립학교를 다수 설립하게 된다. 결국 재정 부담 없이 교육열을 해결하고자 하는 정부가 부호 및 지주 등 민간에 교육의 몫을 떠넘기게 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학교설립정책은 산업화시기에 더 확대된다. 1945년부터 1960년까지 중·고등학생 수는 10배, 대학생 수는 13배 증가하는 등 국민들의 교육열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국가는 국민들의 폭증하는 교육열을 직접 수용하기보다 국가재정의 빈약을 들어 사립학교에 그 역할을 떠넘기게 된다. 특히 한국전쟁 이후 빈약한 교육예산 중 대부분을 초등학교, 중학교 순으로 배정해 사용하였고, 그 결과 고등학교에 대한 사립비율이 1952년 20.3%, 1954년 32.9%, 1956년 36.1%로 증가하게 된다.
또한 1969년 중학교 무시험제도, 1974년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이 시행되면서 중학교 진학률이 1970년 50.9%, 1975년 71.6%, 1980년 95%로 급격히 높아졌다. 이에 국가는 더 많은 학교를 공급하기 위해 사립학교 설립 조건을 완화하면서 사립학교 수는 더 늘어나게 되었다. 당시 민간인이 땅만 내놓으면 정부가 학교 건축비를 지원하였고, 수익용 재산이 5000만원만 되면 학교 설립을 승인하기도 했다. 그 결과 1974년 고등학생의 58.7%가 사립학교에 재학할 정도로 사립학교는 급격히 성장하게 된다.
이 시기 국가는 급격한 도시화와 교육열에 따른 교육재정을 확보하는 대신 학교설립을 민간에 떠맡겼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사립학교 설립자들은 교육투자가 불가능한 열악한 재정 상태임에도 학교를 세우고 이를 확장하면서 사립학교의 부실과 부패를 초래하기도 했다. 특히 일부 사학재단들은 학교설립 당시에만 재산을 내놓고 더 이상 출연을 꺼렸고, 학생들에게 거둬들인 수업료와 등록금만으로 학교를 운영하거나, 심지어 학교에서 돈을 빼내 재단 경비로 쓰는 사례도 발생했다. 결국 이러한 사립학교에서는 각종 비리가 터졌고, 그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학교 주요 요직에 친인척을 배치해 족벌체제를 형성하는 등 현재 사학 비리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높은 사립학교 비율은 국가가 교육에 대한 책무를 민간에 유기한 결과이다. 그럼에도 사립학교는 한국전쟁 이후 오늘날까지 우리나라 교육의 한 축을 맡으며 정치·경제·문화 등 우리사회의 발전을 견인해 온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이제는 국가가 교육에 대한 책무성을 더 갖고 사립학교와 더불어 우리나라를 교육선진국으로 이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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