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및 논설

우수 학생 선발보다 우수 교육 프로그램 제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미래교육신문제공]

교육정책연구소 2018. 12. 12. 14:12

황윤한(광주교육대학교 교수)

 

우수 학생 선발보다 우수 교육 프로그램 제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해마다 입시철이 되면 각 대학은 우수한 학생 유치 및 선발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어떻게 하면 보다 높은 내신 등급 또는 높은 수능 점수를 소유한 소위 우수한학생들을 타 대학에 비해 더 많이 유치할 수 있을까 하고 갖가지 방안들을 총 동원한다. 각 대학들이 이렇게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내신 등급이 높거나 수능 점수가 높은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와서도 더 열심히 공부할 것이고, 기업의 취직 시험이나 국가의 각종 고시 등에 더 많이 합격하여 더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며, 궁극에 가서는 그러한 대학들이 좋은 평가를 받아온 사례들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높은 내신 등급 또는 높은 수능 점수 소유 학생들만 뽑아 가는 대학들이 소위 일류 대학이 되어왔고, 지금도 그러한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대학의 우수 학생 유치 경쟁은 하급 초고등학교를 경쟁 중심 교육으로 몰고 가는 주요 원인이다.

그런데, 우수한 학생 유치에만 신경 쓰는 대학들 중에는 그들의 4년간의 대학 교육을 등한히 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고교 성적이나 수능 점수가 높은 학생일수록 대학 4년 동안 그들이 알아서 학업생활을 하고, 알아서 취업을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생각하고 있는 대로 학생들이 성공하지 못하면 그것은 대학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제도나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제도나 정책들을 그들 대학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일쑤다. 그러한 결과 우리나라 교육 제도와 정책들은 소위 일류 대학에 초점이 맞추어져 개발되고 시행되어졌다.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서울대 평의원회 연구팀이 서울대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대학교 학생복지 현황 및 발전방안이란 최종보고서에, 우울증 증세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서울대 재학생들의 약 46.5% 정도가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한, 응답 학생들의 절반이 넘는 51.7%심리 상담을 받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했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울대 학생들의 이 같은 정신 건강의 원인들을 과열된 학점경쟁과 취업 불안 등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으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의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서울대 교수들과 학생들은 모두 한국 최고의 엘리트들인데, 사회가 이들을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우울증 증세를 보인다고 보는 것이다.

초등 교원 선발을 위한 임용시험이 실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수도권의 모 대학의 어떤 교수는 해당 학교 학생들의 임용시험 합격률이 저조하자 초등교원 임용시험에 지역 가산점을 16점정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의 논리는 해당 대학 학생들의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 성적이 타 대학 입학생들에 비해 평균 16점정도 높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수도권 초등교원 임용시험에 지방 교육대학 출신들이 대거 합격하고, 해당 대학 학생들의 임용시험 합격률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이었다. 지역 가산점 상향 조정을 주장한 교수는 자기 대학의 4년간의 교육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지역 가산점을 16점으로 높임으로써 지방 교육대학 졸업생들에게 불리하게 하여 해당 대학 학생들의 임용시험 합격률을 높이고자 한 것으로 밖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당시는 지방 교육청들도 교사가 부족한 실정이어서 임용시험에 수도권 지역으로의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서 지역 가산점을 요구하던 시기여서 지역가산점이 8점으로 조정되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초등교원 임용시험에 대학 내신 성적은 단 5점 밖에 반영되지 않음에도, 대학 4년간의 교육은 하나도 고려하지 않는 채,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한 학생들이었으므로 우수한 교사가 될 것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을 한 사람들을 왜 논리적으로 설득하지 못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학생들이 병들어 있는 학교나 학생들이 행복하지 못한 교육은 그 어떤 변명을 해도 좋은 학교나 좋은 교육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여 병들게 해서 졸업시켜 내보내는 격이 되기 때문에 지탄을 받아야 마땅하다. 어떤 수준과 형태의 교육기관이나 시설이든지 간에 중요한 것은 자신들이 선발한 학생들이 교육을 통해 행복할 수 있어야한다. 학생들의 흥미나 관심사, 학습 준비도(현재의 능력 수준), 학습 특성 등을 반영한 맞춤형 개별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행함으로써 학생들로 하여금 그들의 미래 삶에 대한 희망을 가지며 자기 혼자만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역량을 길러갈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이제 각 교육기관은 우수한 학생 선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학생들을 위해 우수한 맞춤형 개별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적용하는데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사더보기: 

http://www.miraenews.co.kr/news_gisa/gisa_view.htm?gisa_category=02030000&gisa_idx=11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