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윤 한(광주교육대학교 교수)
조기 영어교육의 교육적인 논리와 전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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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육정책에 있어서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유치원 방과 후 영어교육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이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임명되면서 허용 쪽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초등학교 1, 2학년의 방과 후 영어교육도 허용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이에 대한 충분한 교육적 논리와 전제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단지 국민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치 기조를 따르기 위해 학부모들의 요구를 수용한다는 논리는 위험한 발상이다.
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 영어교육에 대한 논란은 1980년대부터 있어왔지만,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영어교육을 시작한 것은 소위 ‘세계화’의 바람이 불던 김영삼 정부 때 제6차 교육과정의 부분 개정시 정식 교과로 포함되면서 부터서이다. 영어가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들어서자마자 학원들은 초등 영어교육 반을 개설하였고, 사립유치원들도 덩달아 서로 경쟁하면서 영어교육을 시작하였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한 때 영어몰입교육이 유행하여 초등학교마다 EOZ(English only Zone)까지 만들면서 영어교육에 열을 올리자 학원들과 유치원들도 뒤질세라 원어민들을 유치하여 영어교육을 함으로써 그들의 살길을 개척해 나갔다.
과잉된 영어 사교육은 2014년에 제정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공교육정상화법)에 따라 유치원과 초등학교 1, 2학년에서는 방과 후에도 영어를 배울 수 없었다. 하지만, 공교육정상화법이 미치는 학교와는 달리 학원에서는 공교육 정상화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경쟁을 하면서 원어민들을 유치하고, 어린 아이들에게 영어로 읽고, 쓰고, 말하는 교육까지도 시키는 사례들도 있어왔다. ‘4.8세’(자녀가 영어교육을 처음 시작하는 나이)이니 ‘5.7세’(부모가 생각할 때 영어교육을 시작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나이) 등과 같은 숫자들을 퍼뜨리면서 학부모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결국에 가서는 학부모들로 하여금 방과 후 유치원에서의 영어교육을 정부에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영어 조기교육의 논리는 삶의 최소율의 법칙에서 먼저 찾아볼 수 있다. 국어와 수학이 다른 교과를 공부하는 데 중요하다는 논리가 ‘도구 교과’라는 명칭을 얻었듯이, 영어는 이제 우리 삶의 중요한 도구가 되어버렸다. 과거에는 영어를 배워도 대학입시 외에는 활용할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았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눈만 뜨면 영어와 부딪쳐야 한다. 지난 한글날 연합뉴스가 지적했듯이 '블루시티 거제', '라이징 사천', '로맨틱 춘천', '원더풀 삼척', '레인보우 영동', '드림허브 군산' 등은 한글 파괴에 앞서 우리의 현실이다. 운동 경기를 해도 심판과 소통이 되지 않아 불이익을 받는 사례들을 종종 볼 수 있고, 일부에서는 한류문화를 세계적으로 개척하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언어적인 소통 부족으로 그러한 노력을 까먹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제 영어로 인해 우리 삶이 더욱 풍족해 질 수 있게 되었다.
영어 조기교육의 또 다른 논리는 사람들이 자신의 사전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 간다는 구성주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식은 변증법적으로 확장된다. 어떤 경험과 어떤 지식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만들어 지는 새로운 지식은 사람마다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일찍 영어에 노출된 학생들은 그만큼 영어를 더 많이 배우는 것이다. 또한, 영어에는 우리 발음에 없는 것도 있는데, 아동들의 발음이 굳어지기 전에 영어가 요구하는 발음을 습득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이처럼 중요한 영어 교육을 사설학원이나 과외에 의존하는 것보다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시켜 학교에서 교육하는 것이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더 바람직한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교육을 위한 학교현장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서이다. 비록 방과 후 활동이라 할지라도 영어교육을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먼저 영어교육을 할 수 있는 교사들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영어 교과가 들어 올 때 곧 바로 교육대학 교육과정에 영어를 포함했듯이, 비록 방과 후 교육활동이라 할지라도, 유치원 교사들도 관심을 갖고 기준 수준의 영어 말하기, 듣기, 쓰기 능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과거 초등처럼 중등교사들이 유치원에 와서 영어를 가르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또한, 영어로 인해 어린 학생들이 차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영어는 상급학교 진학뿐만 아니라 취업에 이르기까지 가장 많이 쓰이는 주요 교과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대도시 못지않게 도서벽지 및 농어산촌 모든 학생들에게 동등한 학습의 기회가 제공되어져야 한다. 영어 때문에 학습의 기회가 제한되거나 빈부의 세습이 강화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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