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456명의 사람들이 거액의 상금이 걸린 미스터리한 데스게임에 초대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요소는 다양한데, 그중 우리 사회 구조적 문제를 반영하고 있어 대중들이 쉽게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드라마 상에는 게임의 설계자와 운영자와 참여자가 등장한다. 설계자는 가장 큰 권력과 돈을 쥐고 있고, 운영자는 설계자의 지시를 받고 참여자를 관리하고 통제한다. 사회의 가장 바닥에서 오갈 곳이 없는 사람들로 구성된 참여자는 설계자가 만들어 놓은 놀이판에 ‘말’이 되어 목숨을 걸고 게임에 임한다.
교육계에도 오징어 게임은 있다. 교육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하고 참여하는 대상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누가 교육제도를 설계하는가? 교육제도는 교육행정기관에서 근무하는 관료와 학자 등 다수의 전문가들이 교육과정, 교과내용, 교육정책 등을 만든다.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계층 재생산론의 관점에서 교육제도를 설계하는 내부의 사람들은 정치ㆍ경제 등의 권력을 쥔 이들이다. 권력자들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재생산하기 위해 교육제도를 설계한다. 대표적으로 DJ정부 시절 IMF 극복을 위한 학교 정보화 사업, MB정부 시절 ‘자사고300 정책’ 등을 들 수 있다. 이는 권력자들이 학교를 이데올로기적 권력기구로 이용한다는 프랑스 철학자 알튀세(Althusser)의 주장을 통해서도 입증된다.
교육제도를 운영하는 대표적인 사람은 교사이다. 교사는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설계한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가지고 학생들을 충실히 가르치는 임무를 맡고 있다. 학교는 교육이 일어나는 현장이며 교사는 이곳에서 학생들을 관리하고 통제하며 교육제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교육활동을 운영해야 한다. 설계자는 운영자가 주체적으로 판단해 설계를 변경하거나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교육정책을 수립할 때 교사들의 요구와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때가 많으며, 교사들의 정책 참여와 정치기본권도 제한한다고 볼 수 있다.
교육제도라는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은 학생이다. 학생들은 왜 배워야 하는지 모르는 교과를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교과서로 열심히 공부하며 교육이라는 게임 속에서 날마다 경쟁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끈임 없는 평가를 통해 수많은 친구들과 경쟁해야 한다. 이 때 운영자인 교사들은 경쟁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관리하고 통제한다. 사실 경쟁은 공정한 듯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학생의 가정배경에 따라 출발선이 다른 불공정한 게임이다. 결국 대학입시라는 마지막 게임에서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학생들은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
교육계 오징어 게임. 과연 이 게임의 승자는 누구인가? 교육제도를 설계한 이들은 누구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았고, 그들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교육제도를 만들어 왔는가? 교육은 학교 현장에서 실현되며, 교육의 진짜 전문가는 교사들임에도 지금껏 교육정책 수립에서 교사들이 소외된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들은 언제까지 설계자가 만들고 운영자가 관리하는 학교라는 게임판 속에서 말과 같은 존재로 살아야 할까? 교육은 학교 현장에서 꽃피운다. 학생은 꽃이고 열매이며, 교사는 이를 가꾸고 키우는 조경사이다. 학생과 교사가 교육의 중심에서 주체적인 삶을 가꿀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교육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교육계 오징어 게임을 끈임 없이 들여다보며 교육의 본질을 항상 고민해야 할 것이다.
기사더보기: http://www.miraenews.co.kr/news_gisa/gisa_view.htm?gisa_category=02040000&gisa_idx=35880
'칼럼 및 논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향비를 찾아서[미래교육신문 김미수필] (0) | 2021.10.13 |
---|---|
이방인[미래교육신문 최서윤기고] (0) | 2021.10.13 |
배려(配慮)[미래교육신문 박철한수필] (0) | 2021.10.13 |
출세의 본질과 교육의 변질[미래교육신문 김수기논설] (0) | 2021.10.13 |
별 하나가 나를 슬프게 하네[미래교육신문 조기호시인] (0) | 2021.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