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교육대학교 황윤한교수
겝벨스 효과(Goebbels Effect) 차단을 위한 논리와 비평 역량 교육
겝벨스 효과(Goebbels effect; ‘괴벨스 효과’의 순화된 표기)는 나치 독일의 선전과 미화를 책임졌던 국가대중계몽선전장관 파울 요제프 겝벨스(독일어; Paul Joseph Goebbels)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불안과 공포와 증오와 같은 감성과 본능을 자극하는 선전을 활용하여 대중의 인식과 행동을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효과이다. 겝벨스는 대중의 인식과 행동은 얼마든지 변화와 조정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인식과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이성보다는 불안과 공포와 증오와 같은 감성과 본능을 자극하는 선동・선전을 활용할 때라고 보았다. 독일의 나치정권하에서 선전선동의 달인이었던 겝벨스는 대중은 권력의 지배를 더 편하게 느끼고, 진실 유무를 떠나서 거짓 선동도 신뢰를 받으면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는 신념을 가졌었다. 마치 오늘날 아베 정권이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지속적으로 반복 주장하고, 반일 감정을 자극하여 일본 내 극우 집단을 자신의 정권유지 수단으로 삼기 위해 인식과 행동을 변화시켜버린 것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겝벨스식 선동과 선전이 아베 정권의 유지 수단이 되고 있다.
선거철이 돌아올 때마다 우리를 대신해서 국가를 이끌어 나갈 대표를 뽑는다는 기쁨보다 우리 학생들이 어른들의 선거를 보면서 무엇을 배울지 걱정이 앞선다. 정치인들이 “정치를 하는 이유는 정권을 잡기 위해서,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다!”라고 외치면서 이길 수 있는 방안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것을 매 선거철마다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의 장에서는 대부분이 상대방의 약점을 잡아 물고 늘어지는 것이 일상인데, 최근 들어 여기에 더해지는 것이 상대방을 깎아내리기 위해 허공에 떠다니는 말로 낙인찍어 덧을 씌우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수단이 ‘아니면 말고’라는 가짜뉴스다. 때에 따라서는 전혀 논리적 근거도 없이 만들어진 가짜 뉴스를 들이대면서 계속해서 상대방을 그 프레임(frame) 안에 가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대방을 북한의 조정을 받는 ‘간첩’이라든지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라는 프레임에 가두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상대방이 마치 진짜 ‘간첩’이나 ‘매국노’인 것처럼 공격할 수 있다. 우리 국민의 가장 쓰라린 정서인 남북의 대치와 한일 갈등의 정서를 이용하면서,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간첩’이나 ‘매국노’라는 낙인을 찍어 공격하면 겝벨스 효과가 나타나 듣는 사람의 뇌리에 마치 사실인 것처럼 각인될 수도 있다.
겝벨스 효과를 기대하고 선거에 임하면, 선거에서 이길 수도 있겠지만, 그 후유증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지속될 수 있다. 특히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가짜 뉴스를 활용한 선동과 선전은 심각한 정보의 전염병, 즉 인포데믹스(infodemics; information+epidemic; 정보 확산으로 인한 각종 부작용을 지칭)를 초래한다. 잘못된 정보나 괴담과 루머가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지고, 대중에게 공포감을 만들어 사회에 치명적인 위기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가짜뉴스를 통해 한 문장만으로도 상대방에게 치명상을 줄 수 있지만, 이를 반박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증거와 문서들이 필요하다. 이러한 증거들을 준비하는 사이에 대중들은 이미 인식과 행동이 변해버리기 때문에 선거에서 패할 수밖에 없고, 패자는 회복하기 어려운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와 경제적 손실, 그리고 사회적 매장을 당할 수밖에 없다.
겝벨스 효과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가짜뉴스 등을 생산해내는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 사회적인 계몽이나 법적인 제제들이 당연히 가해져야 하겠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논리적⋅비평적 사고 역량들을 길러주어야 한다. 학생들로 하여금 주어진 정보에 대해 전제는 무엇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나 이유의 전후 관계나 맥락이 일치하는지, 타당한 근거인지, 전제가 결론을 뒷받침하는지 등을 지식과 훈련을 통해 습관화하고,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어야 한다. 논리적 사고는 개인을 중시하는 민주사회와 다양한 사고들이 공존하는 다원주의 사회에서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는 유용하고 중요한 수단이다. 또한, 학교에서는 학생들로 하여금 주어진 정보나 주장에 대해 의문을 품거나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신적 갈등을 통해 이성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비평적 사고 역량도 길러주어야 한다. 비평적 사고 역량은 논리적 사고의 결과를 타당한 근거에 바탕을 두고 판단하거나 평가하여 최선의 결론을 얻도록 합리적 결정을 하게 한다.
옛 선인들은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이야기할 때, “거짓말을 100번 하면, 그 거짓말이 사실로 된다!”고 가르쳤다. 겝벨스 효과를 설명한 것이다.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수많은 정보나 주장들 중에서 사회를 혼란과 공포로 몰고 가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가짜뉴스들을 가려내고, 겝벨스 효과를 차단하며, 건설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논리적⋅비평적인 사고 역량을 제고시켜야 한다.
기사더보기:
http://www.miraenews.co.kr/news_gisa/gisa_view.htm?gisa_category=02030000&gisa_idx=16839
'칼럼 및 논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완도군의 온정(溫情), ‘지역갈등’구조의 혁명적(革命的)변화[미래뉴스&미래교육신문제공] (0) | 2020.03.26 |
---|---|
상처 나도 괜찮아[미래뉴스&미래교육신문제공] (0) | 2020.03.26 |
학교 환경은 하나의 ‘교육의 장’ 이다[미래뉴스&미래교육신문제공] (0) | 2020.03.26 |
미연씨![미래뉴스&미래교육신문제공] (0) | 2020.03.26 |
무싯날에 어머니를 그리며[미래뉴스&미래교육신문제공] (0) | 2020.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