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및 논설

‘학교 자치’는 학생들의 배움과 행복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미래교육신문&황윤한칼럼]

교육정책연구소 2019. 12. 19. 10:50



광주교육대학교 황윤한

 

‘학교 자치’는 학생들의 배움과 행복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우리 교육을 변화/개혁/혁신시키려는 노력들 중에서, 김영삼 문민정부가 시행했던 5•31 교육개혁은 ‘민주화•자율화•분권화’를 지향했던 괄목할만한 개혁이었다고 평가하는 학자들이 많다. 비록 당시 경제적 환경이 개혁을 완성시키지는 못하였지만, 이어진 김대중 정부의 ‘자유화•민주화’, 노무현 정부의 ‘공공성•형평성’, 이명박 정부의 ‘수요자 중심•자율성•책무성’ 등의 정책들에 힘입어 교육현장이 많은 변화를 이루었다. 특히 2009년부터 시작된 민선 교육감 시대부터서는 ‘교육자치’라는 슬로건 아래 그동안 중앙정부와 교육부가 주도했던 획일적인 교육정책들이 지역 자치의 ‘자율성’과 대치하는 상황이 이어졌고, ‘혁신학교’라는 교육자치의 새로운 결실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 2015년부터 각 지방 자치단체들이 ‘학교 자치에 관한 조례’를 발의•제정하였지만, 상위 법령들이 가로막고 있어서 결실을 보지 못하다가, 금년에 「광주광역시 학교 자치에 관한 조례」([시행 2019. 3. 1.] [광주광역시조례 제5149호, 2019. 1. 1. 제정])를 필두로 「전라북도 학교자치 조례」([시행 2019. 2. 1.] [전라북도조례 제4614호, 2019. 2. 1. 제정])를 제정하여 시행하였고, 전라남도도 최현주 도의회 의원이 발의한 「전라남도 학교자치 조례(안)」에 대한 공청회를 11월 말에 마쳤다.

교육선진국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교육 자치를 부르짖어 왔다. OECD와 World Bank 보고서들은 나라마다 학교 자치의 유형이 매우 다양하고, 자치의 범위도 넓으며, 학교 자치가 더 많이 허용된 나라들일수록 학생들이 학업성취도는 더 높다고 보고하였다. 2007년 영국 수상인 ‘토니 블레어(Tony Blair)’의 이름을 딴 ‘Blair’s Education’ 보고서에 따르면 학교 자치의 수준과 학업 성취도는 정적 상관관계가 있다고 했다. 학교 자치의 범위가 넓을수록 학생들의 학업성취 수준은 높아진다는 것이다. 미국은 교육과정, 학사운영, 교사 업무 규칙, 직원 관리, 물품조달 정책 등에서 비교적 높은 수준의 학교 자치가 허용된 자율학교(Charter School) 학생들의 성적이 높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제 많은 나라들이 더 다양한 영역에서 학교 자치를 더 넓게 부여하고, 더불어 책무성을 더 강화하는 쪽으로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학교들은 중앙 정부, 교육부, 지방교육청, 지역 교육지원청 등과 같은 상급 기관들의 통제와 지시를 받고 운영되고 있다. 학교 교육 또한 국가가 제시한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지방 교육청의 가이드라인인 『교육과정편성•운영지침』, 지역 교육지원청의 『실천중심장학자료』 등에 구속되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학교 자치’라는 용어는 쉽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보는 각도나 대상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게 비쳐지기 때문에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학교장에게 있어서의 학교 자치는 중앙 정부•교육부•교육청 등의 상급기관으로부터의 간섭을 덜 받고, 융통성 있는 예산 운용과 학교의 앞날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될 것이고, 학부모들에게 있어서의 학교 자치는 학교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학교 경영에 필요한 보다 많은 의견과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학교의 책무성을 높이는 것이며, 교사들에게 있어서의 학교 자치는 학생들의 배움에 관한 결정을 할 때 보다 많은 권한을 갖는 것이고, 지역 주민들에게 있어서 학교 자치는 그들의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경쟁력을 갖춘 노동자들을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학교를 만드는 것이며, 학생들에게 있어서 학교 자치는 자신들의 흥미와 관심사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위한 개인적인 학교 교육의 목적들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2015년부터 학교 자치 조례들이 제정되면서 교육부와 교육청들 사이에 힘겨루기가 계속되어왔었고, 학교에서는 보이지는 않지만 구성원들 사이에 갈등이 있어 왔던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학교장의 역할을 두고 일부 혁신학교에서는 겉으로 드러난 갈등도 있어왔다. 그리고 그 갈등들의 중심에는 누가 더 많은 권한을 가지고 행사하느냐가 있었다. 이러한 갈등은 입안 과정에서부터 공청회를 거쳐 시•도 의회가 조례를 제정하기까지 예상하였던 것들이었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교장에게 집중되었던 학교 경영의 결정 권한이 교원회의(교무회의), 직원회의, 교직원회의, 학생회, 학부모회 등과 같은 이해 당사자들에 배분되는 것으로 이해되기도 했었다. 그리고 학교교육의 이해 집단들은 자신들의 요구들을 반영하기 위해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믿기도 하였다.

그러나 학교 자치의 궁극적인 목적은 학교 구성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학생들의 배움을 극대화시키는 데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학교교육을 방해하는 각종 규제나 제약들을 학교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해결함으로써 학교 경영에 필요한 시간, 지원, 에너지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학생들이 더 행복한 가운데 더 많이 배울 수 있도록 주인의식과 학교교육 참여가 필요하다. 이제 학생들의 배움과 그들의 학교생활에서 느끼는 행복을 더 키우는 ‘학교 자치’를 만들어 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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