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교육대학교 황윤한
‘홍익인간’(弘益人間)의 교육이념이 살아 숨 쉬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지난 10월3일, ‘제4351주년 개천절’에는 ‘모두가 함께 세상을 이롭게’라는 주제로 경축 행사가 열렸다. 식전 행사의 개천절 소개 영상은 고조선으로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진 단군의 홍익인간 정신이 어떤 것인지와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로움이 온 세상으로 퍼져서 모두가 함께 이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자는 희망과 의지가 담겨있는 영상이라는 코멘트가 주어졌다. 개천절 경축식 때처럼 우리 교실에서도 우리나라가 기원전 2,333년에 하늘이 열리고 ‘모두가 함께하는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었다고 소개하면서, 하늘이 인간 세상에 펼치고자 한 뜻이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이었다고 자랑스럽게 가르쳐왔다. 홍익인간은 우리 민족의 정신적 뿌리이고, 혼이며, 찬란한 유산이라고 자랑하면서 홍익인간 정신으로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면서 역경과 고난을 이겨냈고, 함께 자유를 지켜냈다고 가르쳐왔다.
우리의 교육이념이 처음으로 논의된 시기는 해방이후 미군정기(美軍政期)였고, 이 때 홍익인간이 우리의 교육 이념으로 채택되었으며, 1949년에 敎育法 第1條에 홍익인간을 교육이념으로 채택하여 공포하였다. 미군정청(美軍政廳)은 교육을 관장하는 학무국(학무국장, E. L. Lockard 대위)과 자문기구인 조선교육위원회(The Korean Committee on Education)를 설치했다. 조선교육위원회는 나중에 교육계와 학계의 권위자 100명을 위촉하여 조선교육심의회(The National Committee on Education Planning)로 확대 조직되고, 10개의 분과위원회 중에서 제1분과로 하여금 교육이념을 결정하는 역할을 맡겼다. 당시의 자료에 의하면, 위원들이 교육이념을 두 세 개씩 제출하여 토론을 하였는데, 마지막으로 ‘인류공영’과 ‘홍익인간’으로 좁혀졌지만,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였다고 한다. 홍익인간 주창설(主唱說)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학자들도 있지만, 백낙준 위원(후에 제2대 문교부 장관 역임)이 홍익인간을 ‘인간에 대한 최대의 봉사(maximum service to humanity)’로 번역하고, “사회에 유익한 사람을 만드는 것이 교육의 제1목표요, 배운 사람의 다음 목적은 내 개인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복리, 크게 말하면 인간 행복을 위해서 활동한다는 것이 곧 교육을 받는 사람의 목적이다”며 홍익인간을 해석함으로써 합의를 얻어냈다고 한다. 당시 ‘홍익인간’ 교육이념에 대한 반대도 만만치 않았지만, 당시 미국 행정관들은 ‘홍익인간’의 의미를 사료적 출처보다는 기독교의 박애주의(博愛主義)보다 훨씬 강한 이타주의(利他主義) 사상에 반했을 것이다.
교육이념은 교육행위의 방향(方向)을 결정하는 근본원리(根本原理)이자 지도정신(指導精神)이다. 즉, 교육목적 및 교육목표의 원천이 되는 교육적 성과에 대한 이상적 이념이다. 우리 교육기본법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교육]목적’으로 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교육의 현장 안팎에는 홍익인간의 교육이념이 실종되지 않았는지 매우 염려스럽다. 학교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서로를 이롭게 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가르치고 배우고 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초⋅중⋅고⋅대학으로 올라 갈수록 타 대학과 공유할 수 없는 배타적⋅귀족적⋅분파주의적⋅엘리트적 특권의식으로 무장된 일류대학을 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찌든 학생들’과 ‘자기 자녀 제일주의 학부모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판을 치며 이기주의와 교육출세론으로 가득 차 있다. 논리적으로 보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학력을 자랑하는 우리나라는 모든 국민이 홍익인간 사상으로 잘 무장되어 가족과 이웃을 위하고, 동료와 나라를 위하며, 대한민국을 하나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현실은 편향된 이념, 반목과 미움, 시기와 질투 등으로 가득 차서 통합과 공존이 사라진 매우 혼란스러운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 빈부의 격차가 나날이 더 커져가고, 불법과 편법으로 사익을 챙기며, 국가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들의 도덕성 상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청소년들은 과연 무엇을 배우고 있으며, 학교는 교육을 통해 제대로 홍익인간의 정신을 실현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이제는 사회와 교육의 개혁을 주도하는 정부뿐만 아니라 각 지방자치단체들과 학교들이 여러 모양의 개혁을 단행할 때, 모든 정책들과 전략들이 홍익인간의 교육이념에 바탕을 두고 개발되어 실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홍익인간 정신이 법전에서나 장식용으로 제시되고 않고, 교육 현장과 삶의 현장에서 살아 숨 쉬는 교육이념과 국민정신이 되어야 한다.
기사더보기:
http://www.miraenews.co.kr/news_gisa/gisa_view.htm?gisa_category=02030000&gisa_idx=14067
'칼럼 및 논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정희 의원 영암자동차경주장 활용방안 마련해야[미래뉴스&미래교육신문제공] (0) | 2019.11.06 |
---|---|
『소액다수의 정치후원금』으로 깨끗하고 건전한 민주정치를...[미래뉴스&미래교육신문제공] (0) | 2019.10.31 |
대학입시 제도의 변화가 시급하다[미래뉴스&미래교육신문제공] (0) | 2019.10.17 |
스무 살, 양 날개로 멀리 날아가길[미래뉴스&미래교육신문제공] (0) | 2019.10.17 |
말빚[미래뉴스&미래교육신문제공] (0) | 2019.1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