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서은철
목포역 플랫홈의 추억
수서 발 목포행
SRT 열차에 몸을 실었다
잠시 눈을 감으니 ......
연동 철길 건널목
수동식 망대가 내리고
동목포역을 지난
미카727 증기 기관차가
커다란 쇠바퀴를 굴리며
굉음과 함께 하얀 연기를
연신 토해 낸다
천리 길 달려 온 기차는
호남선 종착역 선로위를
지친 듯 미끄러지 듯 들어 온다
호남선의 출발선이고 종착역이다
기차가 도착 할 때 마다
비 막이 나무 기둥에 매달린
나팔꽃 모양의 확성기에선
사공의 뱃노래 가락이 구성지게
묘음이 되어 목포를 알린다
플랫홈을 지나 개찰구를 나서
광장에 들어서니
저멀리 시야에 신령 스러운
유달산 일등바위 제법 위태롭다
어디로 갈까 망설임 속에
왜바람 시원스레 적시며
발길 가는 데로 데면데면
추억의 거리를 걷고 있다
아주 오래전
똑딱선 타고 섬에서 온 아낙네는
동명동 길 헤메이다
설레임속에 역 대합실을 찾았을까
더러는 간이 의자에 기대어
서울행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틈에 끼어 잠들기도 했을까
추억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멈춰선 시계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 그리움으로 만 남는 것
한 여름 5원짜리 동전 한 닢에
바닐라 향 상큼한
아이스케끼 소리높여 외치는
낯선 소년의 목소리가 들리고
빈 지개 걸머지고 뛰어가는
멜라콩의 후예들도 있었다
남일 극장 앞 바닷물이
낭화를 일으키고 있다
오거리 석빙고 코롬방 제과점
목포극장 지나
국제서점 언덕길 다방까지는
꿈과 낭만의 거리였다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아낙네의
한숨소리 거친 시절에도
다순구미엔 사람 살 맛 나던 곳
덕인주점 지나 가파른 측후동 길
오르다 보면
전설의 노적봉이 나그네를 반긴다
팔각정에 도착하면
항구의 정박한 배들의 모습이
제법 정겨운 항구 도시의
품위를 드러내고
제주도를 향하는
가야호 뱃고동 소리는
고하도 너머
아스라이
다도해 바다위에 흩어져 간다
눈을 감아도 훤히 그려지는
초라한 도시다
무슨 한 이 그리도 서러워
눈물의 항구도사 별칭이 되었나
버려진 낯선 이국 땅 처럼
어디를 둘러봐도 변화를 거부한 체
더디게 살아 온 세월의
흔적만 고스란히 남았다
개항 백년이 지난 역사속에
3대 미항의 위용도
옛 추억으로 만 남아
남들처럼 화려한 치장도 없이
입은 옷 그대로 초라한 도시
유달산을 오르락 거리는
해상케이블카 행렬이
황홀한 저녁 노을에 새롭다
몇 밤이 지나야
항구 도시의 눈물이 닦일까?
동명동 선창가를 돌아
아쉬운 마음 뒤로한 체
목포발 수서행 SRT에 올랐다.
※멜라콩:1960년대 목포역에서 지게꾼으로 일하며 의로운 일을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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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iraenews.co.kr/news_gisa/gisa_view.htm?gisa_category=02060000&gisa_idx=13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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