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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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 멍드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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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병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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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밝을수록 그늘이 짙다는 말이 실감난다. 과학문명이 발달하면서 그 부작용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대 과학기술의 혁명으로 불리는 스마트폰이 수많은 정보통신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지만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우리나라 스마트폰 가입자가 작년 2018년 7월 현재로 5천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바야흐로 1인 1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것이다. 요즘은 초등학교 1학년짜리 고사리 손에도 휴대전화기가 들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2019년 올해 여성가족부의 발표에 따르면, 초등학교 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교 1학년 등 학령전환기 청소년 128만 명을 조사한 결과 20만 명이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사용이 스스로 통제하기 힘든 상태라고 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 3만 명에 가까운 청소년이 일상생활이 어려울 만큼 스마트폰에 중독돼 있다고 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스마트폰 중독자의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라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9세 이하 아동 20.7%가 스마트폰중독증 위험군으로 판명되었다.
이 스마트폰으로 인해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이 학교 현장이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눈을 피해 문자를 보내거나 게임에 빠져 학습 결손 요인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것을 적발하여 지도하는 과정에서도 크고 작은 갈등이 빚어진다. 아침에 전화기를 수거했다가 오후 집에 갈 때 되돌려주는 학교도 많은데, 전화기 손상이나 분실사고로 인해 종종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스마트폰이 본래의 통화 기능만 있다면 말썽이 덜할 텐데, 게임과 같은 오락기능이 붙어있는 것이 문제다. 컴퓨터도 마찬가지다. 문서작성이나 학습도구로만 사용되면 괜찮은데, 그걸로 인터넷 게임을 하고 음란물에 접속하다보니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게임이나 인터넷 중독은 청소년의 현실감각을 둔화시키고 사회성 발달을 저해한다고 말하고 있다. 흥미진진한 오락게임에 정신을 쏟다보면 친구 사귀기도 귀찮고 대인 기피증이 생기기 마련이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시력 저하와 함께 목과 척추가 구부러지는 현상도 나타난다고 한다. 성장과정의 아이들이 바르지 못한 자세로 계속 앉아있다 보니까 비뚤어진 체형으로 굳어지는 것이다.
요즘 성행하는 학교폭력도 게임중독을 원인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게임에 몰두하다 보면 현실과 가상 세계의 구별이 모호해지고, 때리고 부수고 죽이는 놀이를 일삼다보니 자기도 모르게 실제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중독현상이 두뇌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인터넷이 우리의 뇌구조를 바꾸고 있다!”고 경고하는 아이티(IT) 미래학자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에 따르면 인터넷 중독 증세를 지닌 아이들은 일반 청소년에 비해 어휘와 수리, 이해력이 떨어지는데, 그 원인이 바로 인터넷이 사고와 판단 기능을 하는 전두엽 발달을 저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도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하는 어린이일수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가 많다고 한다.
스마트폰 중독자들은 한시라도 휴대전화가 없으면 불안해하는 증세를 나타낸다. 이런 현상을 ‘노모포비아 증후군(No Mobile phone Phobia Syndrome)’이라고 하는데, 우리 주변에도 밥 먹을 때나 화장실에 갈 때나 휴대전화를 신주처럼 모시고 다니는 족속들이 드물지 않다.
얼마 전 시내 공원을 지나며 본 광경이다. 여중생 몇 명이 벤치에 앉아 있는 모습이 참 가관이었다. 제각기 고개를 아래로 꺾은 채 스마트폰에만 골몰해 있는 것이었다. 얘기는 나누지 않고 전화기만 들여다보려면 뭐 하러 공원에 모였나? 그뿐인가. 요즘 찻집에 가보면 마주앉은 사람들이 아무런 대화도 없이 자기 스마트폰만 열심히 들여다보는 모습이 일상화되어버렸다.
서울의 지하철 승객들도 마찬가지다. 자리에 앉은 사람이나 선 사람이나 누구 할 것 없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지하철 독서 풍경은 이제 아득한 전설이 되어버렸나?
앞으로 스마트폰 인구가 늘어날수록 중독자들도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 폐해가 참으로 걱정된다.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은 아이들의 일상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학력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중독예방 교육을 하고는 있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달걀로 바위치기다. 가정과 학교는 말할 것도 없고, 공공기관이나 단체에서도 중독문제 해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육당국은 학생 인권을 내세우며 스마트폰 사용 문제를 일선 학교에 맡겨놓고 있을 뿐이다.
프랑스는 초중고등학교의 휴대전화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한다고 한다. 대만의 경우는 18세 이하의 청소년이 스마트폰에 중독되면 보호자에게 벌금을 부과한다고 한다. 우리도 이 문제를 가정과 학교에만 맡겨놓아서는 안 된다. 청소년의 스마트폰 하루 사용시간을 제한한다든지, 늦은 밤에는 스마트폰 일부 기능을 자동으로 멈추게 한다든지 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학생 스스로의 절제 노력과 건전한 취미생활, 좋은 습관 기르기도 요구된다.
청소년은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소중한 꿈나무들이다. 청소년의 심신이 망가지면 나라와 겨레의 앞날이 어두워진다. “한 아이를 잘 키우려면 온 동네가 나서야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우리의 꿈나무들이 기계문명의 그늘에서 벗어나 밝게 자랄 수 있도록 모두가 발 벗고 나설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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