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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국화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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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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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숙주宿主였다
낡은 브라더 미싱을 붙잡고
밤마다 마른 관절 마디마디를 꿰매시던 어머니는
종무소식인 아버지를 끝내 찾지는 않았지만
헝클어진 실타래를 이빨로 잘근잘근 풀어낼 때면
가는 봄 오는 봄의 그 구슬픈 언덕배기에
‘징한 놈’ ‘무지한 놈’을 냅다 패대기치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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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마다 올려지는 장아찌와 멸치대가리와
한사발의 보리누룽지를 마시며
나는 무럭무럭 자랐지만
어머니는 고질을 앓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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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이 심한 날이면
바느질을 할 수 없는 어머니는 빈털터리가 되었고
나는 가게를 들를 수 없어서 불쌍했었다
아니, 노릇노릇 냄새를 피우는 국화빵이 유난히 컸었으므로
나는 어머니가 원망스러웠다
눈앞이 흐려도, 제아무리 실꾸리가 엉켜도
어머니는 종일 미싱을 돌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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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곧장 학교 앞 약방으로 뛰어가
토끼표 APC 알약을 사다 어머니 앞에 내 밀었고
어머니는 그때마다 하늘을 보며 약을 털어 넣으셨다
마침내 헝겊으로 머리를 질끈 동여 맨 미싱이
드르르 돌아갈 무렵이면 슬며시 가게 문이 열리고
뜨뜻하게 국화빵이 구워져 나와 나는 마냥 즐거웠고
그럴 때면 바늘에 손을 찔리며 눈살 찌푸리던 어머니는
미싱 바퀴에 기름칠을 하면서 넌지시 웃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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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노래하던 동백아가씨는,
아니 국화빵 속에 노곤한 어깨를 파묻고 고꾸라져 잠들던
어머니는
숙주宿主였다
찬바람 쌩쌩 부는 한겨울에도
날마다 한 봉지의 꽃을 피워내야 하는
가난한 세월의 모퉁이, 어느 철없는 조무래기 국화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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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메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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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이름이다. 곁에 있어도 멀리 떠나있어도 한사코 그리운 이름이 ‘어머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머니가 누구인지를 얼마나 아는 것일까. 젖먹이고 밥 해주고 빨래 해주고 학교 보내주고 그렇게 우리를 키워주신 그분? 그러나 그것은 어머니에 대해 다 알지 못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머니는 누구란 말인가.
문득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본다. 재봉틀을 돌리며 바느질 삯일을 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항상 두통에 시달리며 흰 띠를 머리에 두르시고 재봉틀을 돌리시던, 홀로 ‘동백아가씨’를 흥얼대시던 구슬픈 탄식과 몸살을 앓으시던, 실꾸리 통에 숨겨둔 동전 하나를 손에 쥐어주고는 빙그레 웃음 짓던 그 가엾은 어머니…….
어머니는 다름 아닌 숙주(宿主)였다. 제 몸 제 살 다 주고도 더 주지 못하여 밤낮으로 가슴 아팠을 어머니. 오늘, 그 이름이 이렇게 슬프고 눈물 나는 까닭이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가 많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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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호 약력】
▪ 광주일보(84) 및 조선일보(90) 신춘문예 동시 당선
▪ 전남시문학상 및 목포예술상 수상
▪ 목포시문학회장, 목포문인협회장, 초등교장 역임
▪ 동시화집<숨은그림찾기>, 동시집<반쪽이라는 말> 외
▪ 현) 「목포문학상」 운영위원
▪ 현) 목포대학교 평생교육원 ‘동시창작’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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