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및 논설

학력이 떨어지는 교육은 쉽게 외면당한다.[미래뉴스&미래교육신문]

교육정책연구소 2019. 4. 25. 11:32


황윤한 광주교육대학교교수

학력이 떨어지는 교육은 쉽게 외면당한다.

지난달 교육부가 우리나라 학생들의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발표하자, 학자들은 ‘학력’이란 개념의 다양성과 교육부의 기초학력 측정 방법의 타당성과 신뢰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가 하면, 교육자들은 일제고사식 학력평가와 평가 내용의 난이도에 대한 반론과 더불어 학교 서열화를 부추기고 학생들에게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들과 사회에서는 학력이 학생 개인의 경쟁력일 뿐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점에서 학력 저하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원인에 대한 궁금증을 드러냈다.

학생들의 기초학력미달 비율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높아질수록 학생들 사이의 학력의 차이가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력의 격차가 커지면 마태효과도 높아지고, 마태효과가 높아지면 공교육의 공평성과 공정성은 낮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학교는 모든 학생들이 교육과정 내용들을 모두 성취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하고, 학력의 차이를 줄여야 한다. 학력의 차이가 늘어난다는 것은 일부 학교들의 교육이 잘못되고 있거나, 아니면 교육부나 교육청들의 정책들이 잘못되었거나 잘못 실천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진국들은 학생들의 학력에 매우 민감하다. 1957년에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Sputnik) 1호를 발사하여 성공하자 미국의 교육계는 발칵 뒤집혔고, 소위 ‘스푸트니크 충격’의 화살은 곧 바로 교육을 향해 날아갔다. 국가의 안전을 좌우하는 미국의 교육이 소련에 뒤져서 미국이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었다. 이듬해에 미국 국회는 초‧중‧고‧대학에 이르는 모든 수준의 교육에 재정지원을 증가시키는 국방교육법(National Defense Education Act)까지 통과시키고, 강력한 교육개혁을 요구하였다.

1960년대 중반부터 학문중심 교육을 이어받은 새로운 교육사조는 열린교육(open education)이었다. 열린교육은 많은 교실들을 변화시키면서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사람들은 열린교육이 미국의 형식적이고 교사중심의 교육을 바꾸어 학생들의 창의성을 일깨워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1970년대 중반에 이르러 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지자 한창 열풍이 일었던 열린교육의 목소리들이 갑자기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학자들의 관심이 사라지고, 학교 현장에서도 멀어져 갔다. 1970년대 말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가 미국 GM 자동차를 앞서자 정치계와 경제계는 미국이 일본과의 소리 없는 전쟁에서 졌다고 외쳤다. 위기의 미국을 건져내기 위해서는 학력이 떨어진 미국의 교육이 반드시 개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열린교육을 과감하게 버리고 기초‧기본학력을 중시하는 본질주의 교육사조로 방향을 돌렸다.

이처럼 교육은 국가의 사회‧경제적인 문제들이 대두할 때마다 강한 개혁을 요구받아왔다. 즉 학생들의 학력이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강력한 신념들이 사회‧경제 전반에 깔려 있기 때문에 학력 변화는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초미의 관심사이다. 그래서 국가는 학생들의 학력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공개할 필요와 의무가 있다. 1969년 미국에서 한 그룹의 州지사들은 다양한 지역들의 학생들의 학력을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교육통계청(National Center for Education Statistics)이란 기관을 설치하여 오늘날 전국교육향상평가(National Assessment of Educational Progress)를 담당하도록 하였다. 1980년대에는 표집에 의한 州별 학력향상평가 결과들을 자료화하여 학생들의 읽기‧쓰기‧수학‧과학 교과들의 학력을 전국‧州‧교육청별 또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별로 비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969년부터 州교육의 책임을 지고 있는 州지사들이 스스로 자기 州의 학생들의 학력을 공개함으로써 州민들로 하여금 자신이 살고 있는 州와 교육청의 학생들의 학력 정도를 알 수 있도록 하고, 학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하도록 함으로써 州지사가 학생들의 교육을 잘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교육감들이 학생들의 학력평가를 꺼려한다는 식으로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일제고사를 치르도록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학교들을 서열화 시킬 뿐만 아니라 대학 입학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쳤던 우리나라 사회 문화와 교육 문화가 교육감들의 부정적 반응은 초래했을 수도 있다. 또한, 수도권과 지방의 학생들의 학력 차이가 가시적으로 드러날 수 있을 수도 있어 교육의 책임을 지고 있는 교육감들이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부담도 작용했을 수 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자기 자녀들이 학교에서 어떻게 그리고 어느 수준으로 공부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어야 하고, 교육감들뿐만 교육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이 학생들의 학력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정기적으로 학생들의 학력을 측정하고, 학력향상 방안을 강구하여 실천해야 할 것이다. 학력이 떨어지면 아무리 좋은 교육이라 할지라도 순식간에 외면당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사더보기: 


http://www.miraenews.co.kr/news_gisa/gisa_view.htm?gisa_category=02030000&gisa_idx=12540





#교육부 #광주교육대 #기초학력평가 #교육방법 #광주교대 #학력평가 #대학교교수 #교육감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