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광(교육학 박사)
볼빨간 사춘기
최근 청소년 사이에 인기 있는 아이돌 중 ‘볼빨간 사춘기’라는 그룹이 있다. 20대 초반의 여성 2인조 그룹 인 ‘볼빨간 사춘기’는 멤버 중 한 명이 부끄러움이 많아서 ‘볼빨간’을, 또 다른 한 명은 사춘기 소녀처럼 행동한다는 이유로 ‘사춘기’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어찌됐든 10대 소녀들의 성장기 특징을 잘 나타낸 그룹 이름처럼 그들의 노래도 ‘볼빨간 사춘기’ 같아서 상당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우리집에도 ‘볼빨간 사춘기’ 소녀 두 명이 있다. 한 명은 중학교 1학년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초등학교 5학년이다. 비슷한 또래의 두 딸이 있지만 사실 ‘볼빨간 사춘기’에 걸맞는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인 둘째이다. 기성세대에게 사춘기는 대개 중학생 때 겪는 반항과 성장의 경험이지만,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 5~6학년이면 사춘기를 경험한다.
특히 여학생들은 남학생보다 사춘기가 더 빨라서 초등학교 5학년이면 2차성징과 더불어 사춘기를 겪는다. 그래서 ‘미운 7살-초5병-중2병’으로 이어지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한다. ‘초5병’이 시작되면, 온순하고 착하던 여학생의 눈빛은 짜증과 사나움이 묻어나는 반항의 눈빛으로 바뀐다. 부모나 교사가 그 눈빛을 마주하게 되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분 나쁜 감정이 든다. 그래서 그 눈빛을 제압하기 위해 강하고 거친 말로 아이를 ‘지적질’ 하게 된다.
반면 ‘초5병’의 아이는 예전의 착한 아이가 아니다. 이제 더 이상 어른들의 꾸지람에 고개 숙여 반성하거나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오히려 어른들의 ‘꼰대질’에 더 크게 화를 내거나 예의 없이 말하거나 거칠게 반항하며 문 닫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렇다고 ‘초5병’ 아이가 항상 이렇지는 않다. 비유하자면, 평소에는 인간의 모습이지만 보름달만 뜨면 야수로 변하는 늑대인간처럼, 항상성의 기분과 행동을 유지 하지 못할 뿐이다.
‘초5병’도 사춘기의 한 과정이다. 세간에 떠도는 북한군도 벌벌 떤다는 ‘중2병’이 사춘기의 절정이라고 한다면, ‘초5병’은 사춘기의 시작이다. 사춘기는 청소년들이 아동기를 벗어나면서 큰 변화를 겪는 시기이다. 신체적으로 2차성징이 시작되면서 몸의 변화가 나타난다. 몸의 변화뿐만 아니라 마음의 변화도 나타나는데, 괜스레 조그만 일에도 쉽게 짜증이 나거나 마음이 상하고, 어른들과 의견 차이가 생기면 다투기도 한다. 또 친구와 함께 있는 시간이 가족과 지내는 시간보다 편하고 좋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청소년들이 사춘기를 겪는 것은 아니다. 마거릿 미드(Margaret Mead)는 남태평양의 사모아(Samoa) 섬의 청소년들이 질풍노도의 시기 없이 평화로운 생활을 한다는 것을 밝히면서, 질풍노도의 시기가 보편적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녀는 문화결정론적 관점에서 청소년들이 속한 문화적 특수성에 따라 사춘기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비록 사춘기가 아이들의 문화적 습성에 따라 달라 나타난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초5병’을 거쳐 ‘중2병’을 앓고 있다. 기성세대 또한 이러한 과정을 거쳐 어른이 되었기에, 지금 우리 아이들이 겪고 있는 ‘볼빨간 사춘기’는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갖춘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통으로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한동안 우리 아이들이 반항기 가득한 눈빛으로 부모와 교사를 쏘아보는 일이 있더라도, 과거 우리의 모습을 기억하며 ‘볼빨간 사춘기’ 아이들을 따뜻하게 안아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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