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및 논설

빛이거나 어둠이거나[미래교육신문 조기호시인]

교육정책연구소 2020. 11. 26. 10:40

조기호

 

빛이거나 어둠이거나

 

빛의 후광은 어둠이다

그러나 어둠의 후광이 빛이 되기도 한다.

 

별을 위하여 밤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밤을 위하여 별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러나

밤이 없으면 별 또한 없다

별이 없으면 밤 또한 없다.

 

끊임없이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끊임없이 서로를 떠나지 못하는

빛과 어둠

 

그러나

이 밤

갈 곳 없이 배회하는 누군가의

허물과 어리석음과 실망과 좌절과 눈물의 후광은

지금 어느 곳에 쓰러져 있는 것이냐.

 

줄 수 있는 아무것이 없어서

밤마다 하늘을 쓸며 별을 노래했었고

한줌의 고요로, 한줌의 어둠으로

온 밤을 다 쓸어 모았지만

 

아, 내게는 정말

숨죽인 기도祈禱와

한 줄의 시詩 밖에 없었으므로

누군가의 등 뒤에서

누군가의 발아래서

나는 그저 차갑고 어두운 그림자였을 뿐

 

구차한 모든 말들을 거두며,

아무것도 쥘 수 없는 두 손을 모으며

별처럼 아득한 곳에서 반짝이는 그리움에 대하여

밤하늘처럼 고요하고 깜깜한 사랑에 대하여

감히 묻거니

어둠이여, 네가 없으면 나는 어디에서 묵으며

빛이여, 네가 없으면 나는 어디로 갈 것인가

 

-------------------- 【시작메모】 ------------------------

 

‘후광’後光이란 어떤 사물을 더욱 빛나게 하거나 더 두드러지게 하는 배경적인 힘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뜻한다. 그러나 우리는 환하게 드러난 대상에 환호하고 열광하기가 십상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는 것이 어쩌면 그런 류의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밤하늘을 보라. 그 하늘의 찬란하고 현혹적인 별빛이란 우리가 자세히 살펴보면 깜깜하게 하늘을 덮은 ‘어둠’이라는 후광이 만들어낸 황홀경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한낮의 별을 상상할 수 없음은 바로 그런 까닭인 것이다.

11월 한해가 저물어가는 때, 문득 나는 오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일상을 떠받치고 있는 삶의 후광은 어떤 것들일까, 아니 어떤 모습들로 반짝이고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세상의 모습들이란 제 각각의 후광을 지니고 있는데 그것은 그 아름다운 모습의 뒤에 보이지 않게 뒷받침된 누군가의 수고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녀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치는 부모님의 기도와 정성 같은 것이기도 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후광이란 어느 하나가 그저 또 다른 하나를 다만 떠받치고 빛나게 해주는 것만은 아니다. 네가 있으므로 내가 존재하는 것처럼 후광이란 그렇게 서로를 돕는 상호보완재와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만히 눈을 감아본다. 지금 나는 행복한가, 그렇다면 이 행복을 가져다 준 나의 후광은 어떤 것들이었을까? 그것은 어쩌면 그동안 용케도 힘을 잃지 않도록 나를 단련시켰던 내 많은 허물과 어리석음과 실망과 좌절들이 아니었을까 감히 생각해 본다.

그대가 지금 빛이라면 당신을 품고 있는 어둠에 감사하라. 그리고 그대가 지금 어둠이라면 당신이 품고 있는 그 빛에 감사하라. 무릇 당신의 그리움과 사랑 또한 그리하여야 할 일이다.

사더보기:

http://www.miraenews.co.kr/news_gisa/gisa_view.htm?gisa_category=02060000&gisa_idx=30563

 

 

#조기호시인 #목포예술상 #시 #미래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