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및 논설

[최성광기고]사회의 공기(미래뉴스&미래교육신문) http://miraenews.co.kr

교육정책연구소 2016. 10. 27. 11:05

   최성광(교육학 박사)

사회의 공기

얼마 전 나는 모 방송사에서 실시하는 초등학생 영어퀴즈대회에 우리 학교 학생들을 인솔해 참여하게 됐다.

대회는 4학교가 한 조가 되어 경기를 치르고 그 중 1학교만 본선에 오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우리 학교가 속한 조에는 사립학교 2개교, 공립학교 2개교가 묶였다.

그런데 녹화 전 참가 학생들이 대기실에 모여 있는데 우리 학교 학생들이 사립학교 학생들을 보자 움츠려들었다. “선생님, 쟤네 교복 입었어요. 참 예쁘네요...”, “어차피 사립학교 애들이 이길 거예요. 학교에 돈을 얼마나 많이 내고 다니는데 당연히 영어 잘 하겠죠”, “맞아요, 쟤네 영어 엄청 잘해요. 우리가 이기기는 힘들어요. 쟤네는 금수저이잖아요” 이에 나는 “너희는 잘 할 수 있다”고 학생들을 격려하고 기를 살려주려 노력했지만, 대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우리 학생들은 사립학교 학생들의 포스에 눌려 의기소침해졌다. 우리와 같은 조에 편성된 또 다른 공립학교 학생들도 우리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결국 예상대로 대회는 사립학교 2팀이 본선에 올랐고, 나는 우리 학생들과 일찌감치 짐을 싸 집으로 돌아왔다.

이후 대기실에서부터 시작된 뭔지 모를 찜찜함이 며칠 동안 나를 괴롭혔다. 나는 사회계층 격차가 교육격차로 이어진다는 교육사회학 이론을 수도 없이 접했고 심지어 이를 토대로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실제 교육현장에서 이를 목격했을 때의 충격과 불편함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교육복지우선지원학교에 재학 중인 우리 학생들이 바라본 교복 입고 영어 잘하는 사립학교 학생들은 속칭 ‘넘사벽’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경기는 시작 전부터 결과가 뻔 한 것이었다. 세상은 귀속적 조건에 의해 넘을 수 없는 유리천장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제 겨우 13살 된 아이들이 느끼고 있었다. 그날 학생들은 ‘흙수저’, ‘금수저’를 언급하며 ‘수저계급론’을 온 몸으로 경험하고 온 것이다.

신문은 사회의 공기이다. 신문은 대중들의 삶과 그들이 만들어가는 문화와 행위를 바른 시각에서 보도하고 평가해 사회 구성원들에게 자각과 변화를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신문은 단순한 정보 전달의 매체가 아닌 사회의 공기(公器)라고 부른다. 또한 신문의 책임과 양심이 흐려지면 그 사회의 이성은 질식 상태가 되기 때문에 사회의 공기(空氣)라고도 한다.

그러므로 신문은 ‘수저계급론’과 같이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여러 문제와 이에 대한 해법을 올바른 시각에서 접근해 보도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 사회에서 신문이 갖는 책임과 의무이다. 원대한 꿈과 비전을 세우고 이를 위해 열심히 달려야 하는 우리 아이들이 수저색깔만큼만 꿈을 꾸고 그 이상은 포기하게 만드는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다. 우리 사회와 우리 교육이 보다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제기와 변화의 바람을 신문이 일으켜야 한다. 이것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신문에 기대하는 바이다.

미래교육신문이 창간 17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미래교육신문은 우리 교육의 현상과 이론을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하고 올바른 이정표를 제시하며 우리 사회의 공기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지금껏 그랬듯 앞으로도 대중들과 소통하고 여러 교육 주체를 포용해 책임 있고 공신력 있는 신문으로 발전하길 기대해 본다. 미래교육신문의 창간 17주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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