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차승현기자] 신안군(군수 박우량)은 지난해 12월부터 압해읍 소재지 일원에 ‘위대한 낙서마을(GRAFFITI TOWN)’ 조성을 시작했다.
이번 작업은 월드클래스 그라피티 작가 미국의 존원(JonOne), 스페인의 덜크(Dulk)가 참여했고, 포르투칼의 빌스(Vhils)가 9월에 참여할 예정이다.
그라피티 타운 프로젝트는 신안군의 ‘1섬 1뮤지엄’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육지와의 접근성, 압해읍이 가진 다양한 매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생기 있고 활력있는 신안의 관문을 만들고자 청년층을 유입할 수 있는 그라피티 아트를 소재로 다뤘다.
그라피티 타운 조성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작품은 압해읍을 상징하는 대표적 관공서 건물인 ‘압해읍사무소’를 도화지로 삼았다. 이는 경직된 조직사회의 상징인 공공건물을 배경으로 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Expedition Expert로 유명한 덜크(Dulk)가 작업에 참여했으며 작품 소재에 대한 일 년여 신안군과의 고민과 협의 끝에 세계자연유산인 신안 갯벌과 그 갯벌속에서 자생하는 생물들, 한국의 멸종위기 동물에 영감을 얻어 노랑부리저어새, 동박새, 호랑이 등을 벽에 담았다.
덜크는 작품을 마무리하며 “자연적인 것과 연관된 작품을 하는데 신안은 자연환경이 매우 좋은 친환경적인 공간이다. 신안군의 관문인 압해도라는 섬에 그라피티와 스트리트아트를 소개할 수 있는 게 특별하고 감사하다.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이 내 작품을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번째 작품은 미국의 존원(JonOne)이 참여했다. 작품이 설치된 곳은 덜크(Dulk)의 작품이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다. 특히 의미가 있는 것은 신안군에서 신혼부부에게는 1만 원에 빌려주는 아파트인 ‘팰리스파크’ 두 개 동의 벽면에 존원(JonOne)만의 생기 넘치는 작품을 선보였다.
존원(JonOne)은 신안의 그라피티 마을은 세계적 월드클래스가 모여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표현하고 세계적이고 열정적인 작가들이 그 열정을 신안군과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 깡촌이고 이름도 몰랐던 섬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소견을 밝혔다.
이와 함께 “전쟁과 고통 갈등의 사회 속에서 긍정적인 작품을 통해 에너지를 전하는 게 중요하며 스트리트 아트를 접하며 인생이 바뀌었고 나의 부모님은 박물관을 데려간 적이 없었지만 스트리트 아트를 통해 문화를 접했다. 거리의 작품을 보며 누가 그렸고, 왜 했으며,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는지의 3가지 질문을 던지며 이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그렇게 그라피티 작가가 됐다. 아마 거리에서 작품을 보지 못했다면 나는 뉴욕에서 맥도날드를 먹는 그냥 미국인으로 살았을 것이다. 신안의 낙지탕탕이를 못 먹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신안군은 국내에서 생소한 그라피티 아트의 대중화를 위해 낙서의 벽도 조성해 추진할 계획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와서 불법이 아닌 합법적 낙서(외설과 욕설 제한)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존원(JonOne)이 거리를 지나다 거리에서 마주한 그림을 보고 세계적 그래피티 아티스트가 된 것처럼 신안의 낙서 벽에 숨겨진 재능을 마음껏 펼침으로써 동양 최초의 세계적 그래피티 아티스트가 탄생할 것이란 기대감을 드러냈다.
세 번째 작품은 무더위가 지나가는 9월경 작가의 조형 언어인 드릴로 벽이나 바닥에 단차를 만들어 음영을 주는 작품을 표현하는 포르투갈 출신 빌스(Vhils)가 작업 할 예정이다.
생소한 세계적 그라피티 타운 조성의 계기는 ‘2023년 아시아 최대 어반&스트리트 아트 페스티벌’인 ‘어반브레이크’가 신안군과 MOU를 체결하면서부터이다. 그동안 그라피티 타운은 국내에서 시도한 사례가 없어 신안군이 최초이다.
이번 작품의 제작 전반을 담당하는 어반아트브레이크의 장원철 대표는 단순 벽화로 오해받을 수 있는 이 점에 주목하며 그 차이점에 대해 설명했다. '벽화마을이 아니다'라는 전제로 시작했으며 작가들을 섭외했다. 이전 국내 곳곳에 그려진 벽화마을은 벽에 그 지역의 상징물 또는 마을의 이미지만을 표현했다면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그라피티 타운은 세계적인 거장들이 참여해 건물들의 벽 한 면 한 면이 작품인 글로벌한 그라피티 타운이 조성된다는 점에서 완전히 차별적이라고 말했다.
신안군은 그라피티 아트라는 새로운 장르에 또 한 번 도전한다. 어쩌면 이제는 신안이 무엇을 한다면 새롭지 않은 것이 없을 것이다. ‘남들이 하는 것을 하는 것은 똑같은 거고, 같은 것을 가지고 경쟁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독창적이고 독보적이어야 성공한다’라는 목표로 또다시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고 있다.
신안이 최초로 도전한 사례들로 버스공영제, 여객선 야간 운항, 천일염 식품 전환, 청년 어선 임대사업, 햇빛을 통해 얻은 이익의 일부를 군민에게 돌려주는 햇빛연금과 햇빛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이는 곧 군민의 소득과 복지에 영향을 끼치고 더 나아가서는 2023년 말 기준 179명의 인구가 증가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런 신안군의 노력의 결과를 견학하는 지자체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 밖에도 ‘1섬 1정원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각 섬에 대표적인 수종을 선택해 섬 전체를 정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퍼플섬, 수선화의 섬, 수국의 섬, 홍매화의 섬, 작약의 섬, 맨드라미의 섬, 애기동백의 섬 등 다양한 섬 정원을 만들어 가고 있으며 매년 16개의 꽃과 나무 축제를 이어가고 있다.
신안군은 앞에서 언급한 그라피티 아트처럼 문화․예술에서 독보적으로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컬러 마케팅이다. 각 섬마다의 색을 지정하고 이 색을 담아 섬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안좌도’라는 섬은 CNN에서도 퍼플섬으로 소개된 유명한 곳이다. 거주민들의 속옷마저도 보라색을 입었다 할 정도로 섬 전체를 보라색으로 물들여 이와 같은 색 수종인 라벤더, 버들마편초 축제를 하고 있다.
‘도초도’는 코발트블루로 물들였다. 모든 가옥의 지붕이 파란색으로 덮여져 이를 지켜보는 이의 눈을 밝게 한다. 그리고 파란색 꽃잎이 많은 ‘수국 축제’를 연다. 더 이색적인 것은 ‘팽나무 숲길’이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팽나무들을 10리길에 식재해 이곳을 걷는 이들에게 그늘을 만들어 준다.
이 밖에도 임자도는 홍매화를 소재로 ‘빨강’, 장산도는 자작나무를 소재로 한 ‘화이트’, 하의도는 인동귤의 ‘노란색’, 신의도는 올리브의 ‘연녹색’ 등 지속적으로 신안의 섬에 색을 입히고 있다.
박우량 군수는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간다는 건 누구든지 두렵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머뭇거리는 순간 다른 누군가는 시작할 것이고 그때 그 길을 따라간다면 실패한다. 그래서 우리 신안군은 도전 의식을 가지고 앞서서 가려고 한다. 지금 당장 보이지는 않지만 신안의 미래라는 큰 퍼즐을 하나하나 조각조각 맞춰 가고 있다. 모든 조각이 맞춰지면 누구도 그려보지 못한 놀라운 그림을 보게 될 것이다.”고 포부도 밝혔다.
이어 “신안군은 세계 문화․예술의 거장들이라면 생전에 근사한 작품 하나는 반드시 남기고 가야 할 곳이 ‘신안’이라는 목표를 가지게 할 만큼 국내외 문화·예술의 요람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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