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및 논설 353

[고민혁 기고] 친절도 여러 유형이 있지 않을까[미래뉴스]

친절도 여러 유형이 있지 않을까요즘 성격유형(MBTI)검사가 유행이다. “나 차 사고 났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 물론 반응을 정확히 둘로 나눌 수 없겠지만 이성형(T)인 사람은 “보험은 들었어?”라는 객관적 사실에 중점을 둔 답변을 하고, 감성형(F)인 사람은 “안 다쳤어?”라는 상황적 특성에 중점을 둔 답변을 한다고 한다. 신규공무원으로서 아직 민원 업무를 담당한 경험은 없지만,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고객 응대 업무를 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생각하는 ‘친절’에 대해 풀어보고자 한다. 민원인들은 저마다의 사정을 가지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공무원들을 찾는다. 앞서 느꼈듯 성격유형(MBTI)에 따라 같은 상황에도 개인마다 반응이 다르듯이 동일한 민원 사항..

칼럼 및 논설 2023.11.13

수탉의 결투[미래교육신문 김미수필]

수년간 닭 기르는 일에 몰두하다 보니 그들만의 생리가 보였다. 종족을 보존하려는 강한 집념이었다. 암탉은 알을 부지런히 낳았다. 그 알을 품으면 21일 동안 물이나 모이도 먹지 않았다. 꼼짝없이 알을 품었다. 아무리 짐승이라도, 물이라도 마시게 곁에 물그릇을 가져다 놓지만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나는 혼잣말하듯 입안에서 중얼거렸다. “자식도 좋지만, 일단은 자기 건강이 먼저야” 암탉의 검은 콩알 같은 눈망울은 한곳을 응시하며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부화가 시작되면 빨리 태어난 병아리를 보살피지만, 시일이 지나고 부화하지 않은 알은 포기했다. 그러나 일단 부화한 병아리는 끔찍하게 보살폈다. 어미 닭은 병아리가 품 안에 있을 때는 깃털 하나도 무심하게 보지 않았다. 병아리가 우는 소리만 들려도 득달같..

칼럼 및 논설 2023.10.18

추석[미래교육신문 박철한수필]

황금빛 가을이 내려앉은 펀더기에 안개가 걷힌다. 멀찌감치 솔버덩에도 어김없이 가을이 내렸으련만 소나무의 굳은 절개가 가을이라고 변할 리 없어 여름 빛깔 그대로다. 인근 야산의 올밤 나무에는 가시 돋친 숭어리가 버성기고 그 사이로 밤톨 삼형제가 오달진 얼굴을 빼꼼히 내밀어 가을이 왔음을 알린다. 행여 누가 따먹을세라 속살을 떨떠름한 보늬로 덮고 단단한 겉껍질로 매끈둥하게 감싸고도 모자라 가시숭어리 안으로 숨어들어간 밤톨이 그곳에서 나올 때가 되었나 보다. 그 옆에는 감나무에 주렁주렁한 감들이 풍만한 몸뚱이를 자랑한다. 껍질이 단단하지 않은 감들은 까치가 쪼아댈까 걱정하며 이웃한 밤들을 부러워하고 있으리라. 고갯길 옆에 외롭게 자리한 산달밭 한 뙈기, 예수남은 아낙이 붉은 고추가 한가득한 자루를 들고 ‘들피..

칼럼 및 논설 2023.10.18

[김지희 기고] 청렴을 위한 노력 두가지(미래뉴스)

청렴을 위한 노력 두가지 청렴, 단어의 정의는 이해하기 쉬우나 실천은 쉽고도 어렵다. 청렴은 곧 정직이다. 나는 청렴이 떳떳하여 마음에 불편함이 없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을 대상으로 본인의 청렴도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을 경우 ”매우 그렇다“ 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는 ”그렇다“만 되어도 그 사람이 평상시 청렴하게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청렴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떤 방법이 있을지 고민해 본 결과 다음 두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첫 번째는 ”자기개발“이다. 청렴과 자기개발이라는 단어만 놓고 보았을 때 관련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사람이 개인적인 성장을 추구하면서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올바른 도덕적 가치관에 대..

칼럼 및 논설 2023.10.04

집 이야기[미래교육신문 김미수필]

외주 업체가 이번 주에 80년을 한자리에 버티고 있던 집을 철거한다는 연락이 왔다. 막내인 우리 부부가 그 집에서 시어머니와 10년쯤 살았고 내 신혼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내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생업 때문에, 그곳은 빈집으로 남겨두고 집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시어머니는 손수 대목수 몇 사람을 들여 지은 집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시어머니는 가난한 집에서 자란 탓에 좋은 집에서 살아 보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 그런 집에서 사는 사람들이 늘 부러웠다. 생전에 그런 집을 짓게 된 여건에 감사한 마음으로 가득했다. 새집을 짓게 만들어 준 시아버지에 대한 신뢰감도 깊었다. 그런 집에서 가족들이 살 수 있게 만들어 준 것만으로도 가장 역할은 충분하다고 여겼다. 시부모와 함께 살았던 며느리들의 증언은 ..

칼럼 및 논설 2023.09.19

논의 미학(美學)[미래교육신문 박철한수필]

마냥 싱둥한 초가을 들녘에 어거리풍년의 기미가 서렸다. 석 달 열흘이나 붉은 단장을 하는 길가의 배롱나무가 한껏 물오른 자태를 뽐낸다.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가 눈앞인데 여태껏 불더위는 떠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으며 어깃장을 놓는다. 저만치의 널따란 논배미에는 늙수그레한 농부가 피사리를 하는지 밀짚모자를 쓴 체 기우듬하다. 멀지 않은 냇가의 푸서리에는 버드나무에 매인 소가 비게질을 하고 그 주위를 고추잠자리 대여섯 마리가 나분하게 맴돈다. 그 멋거리지고도 정겨운 자태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근처 느티나무그늘에 앉았다. 쌀을 뜻하는 한자 ‘米’를 해자하면 八十八이 된다. 이를 두고 ‘벼농사를 지어 쌀을 얻기까지 88번이나 손이 가야 한다.’라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 해석이 아니어도 전통적인 벼농사를 돌..

칼럼 및 논설 2023.09.19

[장홍석기고] 친절의 대가(미래뉴스)

친절의 대가 보행자가 길을 건너는 데 제일 필요한 시설이 신호등이다. 횡단보도 앞에 설 때면 신호등이 바로 켜지길 기다리고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도로를 건넌다. 신호등은 장소를 불문하고 밤낮 없이 안전에서 우리를 밝혀준다. 운전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교통 경찰관처럼 신호등이 파란 불빛을 밝혀줄때 왠지 친근하고 반갑다. 아무런 대가도 요구하지 않는다. 기다리면 어김없이 불을 밝혀준다. 그러나 신호등이 고장나면 도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단순 기계장치에 불과하지만 우리가 무심히 바라봤던 신호등처럼 아무런 보상과 기대없이 민원인에게 먼저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고 친절을 배푼다면 어떨까. 순연하는 교통 흐름처럼 타인과 좀 더 소통되고 질서 정연한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조심히 생각해본다. 언젠가 ..

칼럼 및 논설 2023.09.18

사라진 이[미래교육신문 김미수필]

제사를 하루 앞두고 내 불평불만은 극에 달했다. 오랜 세월 지내오던 제사가 왜 그렇게 번거롭게 생각되던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늘에 계신 시어머니는 조상 섬기기를 큰일로 여겼다. 행여 당신이 없을 때 철없는 며느리가 소홀하게 여길까 그것이 죽음보다도 큰 염려였다. 틈틈이 조상을 섬겨야만 하는 이유를 수없이 설명했다. 지금 내 마음을 안다면 주리를 틀 일이었다. 내가 결혼할 당시만 해도 같은 날 제사였던 집이 많았다. 제사 모신 뒷날 아침이면 서로 간에 제사 음식 나누는 일을 의논했다. 누구는 아침, 누구는 점심으로 정해 대접했다. 너 나 할 것 없이 제사 일로 몸과 마음이 힘들던 시절이었다. 그런 이웃들이 시대 흐름에 따라 간소하게 제사를 모시기로 했다는 소식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인제 남들..

칼럼 및 논설 2023.07.12

‘삼국지연의’와 역사적 진실[미래교육신문 박철한수필]

한국에서는 물론 한중일 세 나라를 통틀어 역대 가장 많이 읽힌 소설이 ‘삼국지’라고 한다. 그런데 “삼국지 세 번 읽은 사람과는 송사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언뜻, 줄거리에 처세술의 교훈과 세상의 이치가 담겨있는 삼국지의 긍정적 해석에서 나온 말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것은 등장인물들이 정의와는 거리가 멀고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권모술수를 일삼는 배경에서 그 말이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사람들은 “삼국지가 동양 남자들의 정신에 미친 해악이 작지 않다.”라고도 한다는데 고개를 끄떡이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서의 삼국지란 원말명초의 작가 나관중이 지은 소설 ‘삼국지연의’를 일컫는다. 삼국지연의와는 별개로 중국 서진의 관료였던 ‘진수’가 65권(위지 30권, 오지 20권, 촉지..

칼럼 및 논설 2023.07.12

조선낫[미래교육신문]

저녁 식사 후 산책을 나왔다 하루를 충실하게 다 채운 해가 노을 속으로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무대는 빛을 잃어버린 듯 어둠이 스며들었다. 어둠이 깊어질수록 초승달은 선명해졌다. 서쪽 하늘에 색종이로 오린 듯한 초승달을 보는 순간 나는 어린 시절로 빠져들었다. 초승달 속에는 아버지가 애지중지 아꼈던 조선낫이 아직도 그 모양으로 버젓이 있다. 그 조선낫을 반토막짜리 엿과 바꿔 먹었다. 그 조선낫이 사라진 날 아버지는 긴 장대를 들고 나를 뒤쫓았다. 그 낫을 찾아오기 전에는 집안에 발도 못 붙일 줄 알라는 아버지의 화난 모습에 무서워서 벌벌 떨었다. 어린 나를 유혹했던 엿은 입안에서 사라져 버렸고, 아버지의 조선낫은 되찾을 길이 없었다. 끝끝내 나는 모른다고 했던 조선낫 이제야 찾았건만, 정작 주인인 아버지..

칼럼 및 논설 2023.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