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하늘을 종일 여행하던 해가 서산마루에 몸을 숨긴다. 포동포동한 해가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빛을 여태껏 뽐내고도 아쉬웠는지 자취를 감추면서 서쪽하늘에 불그레한 노을을 남겼다. 저녁노을이라니, 이게 얼마만인가. 30여 년 전 완도의 어느 섬에서 일할 때 해변에서 본 후로는 못 보았으니 기억조차 아스라하다. 어쩌면 저토록 곱게 물들었을꼬. 저 멋거리진 하늘을 그대로 오려 넓은 방 천정에 붙여두고 늘 보고 싶다. 저녁나절에 도심을 벗어나 서쪽으로 달리면서 눈에 들어온 경관(景觀)이다.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와 한참을 바라보며 마음에 담았다. 노을은 해돋이 이전의 동쪽하늘이나 해넘이 이후의 서쪽하늘이 붉게 보이는 현상으로 그곳의 날씨가 개어 있을 때 생긴다. 그 원인은 태양광선 중, 파장이 짧은 파랑 광선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