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류지훈
교육청 주도의 학습공동체, 이를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들
지난 7월 도교육청은 제주도내 행정실장들과의 권역별 간담회를 통해 행정혁신에 대한 토론의 기회를 마련하고, 이를 계기로 130여 명의 지방공무원들로 학습공동체를 구성하여 업무의 슬림화 및 행정업무 경감 방법, 효율적인 업무 처리 방안을 발굴해내기 위해 연구하고 토론하게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교육청에서는 대내외에 학습공동체를 홍보하면서, 지방공무원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자발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항상 강조해왔다.
그런데 학습공동체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행정실에 근무하는 지방공무원들의 역량 강화 및 행정업무의 효율화 방안 연구를 위해 학습공동체가 자율적으로 주제를 정해야 함에도, 교육청이 의도하는 주제를 계속 강제함으로써 어느 순간부턴가 당초 홍보와는 다르게 교원들이 기피하는 업무를 행정실로 이관하는 쪽으로 그 무게 방향이 쏠려버린 것이다.
유치원부터 시작해 초중고에 다니고 있는 우리 아이들은 미성년 학생이기 때문에 가정이나 학교에서 세심하게 가르쳐줘야 할 부분들이 많다.
학교 현장에서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유치원 및 초중고에 근무하고 있는 선생님들이다. 예를 들어 화재나 지진이 났을 때를 대비한 안전교육 업무라든가, 보건법시행령에 보건교사의 직무로 명시되어 학생의 건강을 직접 책임질 보건 업무 등은 학생과 직접적으로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 때문에 교원 업무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업무들이다.
그런데도 교육청에서는 학습공동체에 이런 업무들에 대해 지방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맡아서 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 보라고 제시해 놓은 것이다.
학교의 재난대비 등 안전교육을 예로 들어보자. 학생 안전교육은 학교현장에서 매년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으로 실시되고 있는데, 학교에서는 학생 안전교육을 안전계획이라는 큰 틀에 속한다며 여전히 행정실에 근무하는 지방공무원들의 업무로만 치부하려 하고 있다.
교사가 아닌 지방공무원이 교육과 훈련을 맡다 보니, 학생통제가 어려워 학생들은 장난치며 대피하기 일쑤이고 학생들이 체감하는 대피훈련은 교육적 체감도가 떨어져 형식적인 방향으로 흐르곤 한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어찌된 영문인지 학생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업무들이 자발적인 연구 활동으로 포장되며 지방공무원에게 떠넘겨지려는 것이다.
교육청에서는 그야말로 지방공무원들 스스로, 자발적으로 업무를 맡아오겠다고 한 것이므로 책임 없다고 발뺌할 것이 뻔해 보인다.
결과적으로 지방공무원들 스스로 올가미를 쓰도록 한 격이다.
교육청에서는 더 이상, 교원기피 업무의 행정실로의 이관에 급급한 나머지 학습공동체를 이용해서는 안된다.
학습공동체는 교육청이 원하는 결론을 도출하는 용역팀이 아니다.
지방공무원들의 순수한 열정을 이렇게 이용해서는 안된다.
수많은 지방공무원들이 학습공동체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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