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오월이 오면 광주에서는 ‘살아있는 자로서의 부끄러움과 역사적 책무’로 인해 시민들 누구나 무거운 침묵과 성찰을 되새기게 된다. 43주년이 되는 올해도 민주, 인권, 평화 그리고 통일에 대한 시대적 소명으로 인한 그 무게감을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에 광주에서는 주목할 만한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5.18단체와 시민사회단체, 하나는 정치권에서 벌어진 일이다. 아마도 이 사건들은 앞으로 오월정신을 어떻게 우리 현실 속에서 담아내고 지켜갈 것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일이라 소개를 한다.
하나는 지난 2월에 5.18기념센터에서 5.18부상자회, 5.18공로자회와 특전사동지회가 개최한 ‘용서와 화해를 위한 대국민선언’ 및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를 바라보는 시각과 시민사회단체의 대응이다. 행사의 기본취지는 5.18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당시 광주시민에게 ‘가해자’로서 역할을 했던 계엄군 즉 공수부대원에 대해 진실을 밝히는 ‘피해자’로서의 전환적 인식을 받아들이고 진상을 규명하는 데 노력을 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광주시민과 시민사회와의 충분한 소통과 동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행사가 추진되면서 행사를 진행한 주최측과 시민사회간의 갈등이 증폭되었다. 180개가 넘은 단체로 구성된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대책위원회’가 구성되고 ‘5.18민중항쟁기념행사준비위원회’에서는 행사를 주도한 특정단체에 대해 제명을 하는 절차를 받기도 했다. 어쩌면 이러한 갈등은 언제든 발생될 수밖에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어떻게 갈등을 풀어가냐는 것이며, 5.18이 어느 누구가 어느 단체가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5.18을 통해 지키고자 했던 가장 중요한 가치 중의 하나가 민주주의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개인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다. 서로 다름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나 1960~1980년대 군사정권은 그러지 못했다. 효율성과 획일화에 기준을 두고 서로 다른 가치를 존중하지 못했다. 그러한 결과가 1980년 5월 금남로를 피로 물들게 했다. 수많은 개인이 희생되었다. 그러한 희생을 바탕으로 민주주의가 세워졌다. 1987년 6월의 승리를 통해 새로운 헌법이 만들어졌다.
5.18의 진상규명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존중되어야 한다. 다만 그 길이 문제가 있다면 바른 길이 무엇인지 자신의 입장에서 주장하면 된다. 다르다고 해서 5.18 당시 서로 동지였던 상대들을 눌러야 한다는 발상은 오월정신을 지키가는 태도가 아니다. 또한 5.18에 대한 독점적 지위는 어느 누구에게도 있지 않다. 5.18은 당시 광주시민뿐만 아니라 미래세대가 항상 되새겨야 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고유한 뿌리이자 가치이다. 광주시민의 목소리를 거의 만장일치로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한 결정이 결국 5.18기념행사를 이원화하고 또 다른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또 하나의 사건은 지난 4월에 더불어민주당에서 지난해 4월 ‘검수완박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통과를 위해 탈당한 광주 지역구 소속 국회의원을 복당시킨 일이다. ‘검수완박법’을 보는 시각이나, 그 의원의 탈당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소속 법제사법위원장이 당시 소수 교섭단체 안건조정위원이었던 무소속 광주 지역구 모 의원이 ‘검수완박법’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히자 그 의원을 대신할 안건조정위원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의원을 선임하여 통과시킨 일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 상황에 대해 “목표를 위해서는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공당(公黨)의 태도에 대해 문제제기가 컸으며, ‘꼼수탈당’이니 ‘위장탈당’이니 하는 지적이 있었다. 또한 지난 3월에는 헌법재판소는 ‘검수완박법’에 대해 입법이 유효하다는 판단을 내리면서도, 모 의원의 ‘위장탈당’을 통한 안건조정위원으로 배치한 것에 대해 “법사위원장은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 지위에서 벗어나 조정위원회에 관해 미리 가결 조건을 만들어 실질적인 조정 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고,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도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국회법과 헌법상 다수결 원칙을 위반했다”며 “다른 의원들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탈당한 의원을 1년 만에 복당시킨 것이다.
이번 복당 논란은 과연 헌법적 가치와 질서를 지키겠다는 선언을 한 국회의원과 공당이 공개적으로 파괴하고 스스로 반헌법적 행위를 자인하는 행동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오월정신에 부합하는 행위라고 할 것인가? 공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원내대표 사과 한마디로 작금의 논란을 봉합하고 시혜를 베풀 듯이 복당을 시켜주는 태도는 자가당착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고 훼손이다. 이러한 반헌법적 행위가 백주대낮에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여전히 오월정신을 기억하고 배우며, 스스로 성찰해나가야 한다. 완성된 혁명은 없다. 항상 진행형으로 존재한다. 왜냐면 인간은 여전히 자신에게 “올바른 길이 무엇인가”를 물어야 하는 ‘생각하는 갈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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