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한(광주교육대 교수)
‘오⋅누⋅이 학부모’들에 대한 이해와 이들을 위한 부모교육이 필요하다.
학교교육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 중의 하나는 ‘오⋅누⋅이 학부모’ 문제이다. 오⋅누⋅이 학부모란 학교 현장에서 종종 들을 수 있는 말로, <‘오냐, 오냐, 내 새끼! 내 새끼가 최고지!’ ‘누가 귀한 내 새끼를 이렇게 만들었어?’ ‘이것들을 내가 가만 안 둘 거야! 뿌리 채 뽑아 버릴 거야!’>에서 따온 말이다. 즉, 오⋅누⋅이 학부모는 자기 자녀에 대한 과잉보호를 넘어선 ‘자기자녀 제일주의 학부모’를 지칭하는 말이다.
오⋅누⋅이 학부모의 두드러진 특성들을 보면, 학교교육에 대해 자신이 교사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하고(반드시 그렇지는 않지만, 실제적으로 교사보다 높은 학력을 갖고 있는 경우도 많다), 다른 학생들과 비교하여 자기 자녀는 흠잡을 것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며, 자기 자녀는 무엇이든지 다 잘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높다. 오⋅누⋅이 학부모는 교사보다 자기 자녀를 더 신뢰하고, 언론 매체에 소개되는 외국의 이상적인 학교를 동경하며, 아무리 좋은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 주어도 우리 학교들은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믿는 경향이 높다. 또, 자기 자녀가 무엇이든지 2등이 되면 뭔가 교사가 잘못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학생의 잘못은 전적으로 교사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여기는 경향이 높다. 공교육은 모든 학생들에게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적으로 좋은 기회가 있으면 독차지하려는 욕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오⋅누⋅이 학부모 출현 원인은 두 가지 현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첫째는 출산율 저하로 인한 한 자녀 가정이 초래한 자녀 과잉보호 현상이며, 둘째는 열린교육세대 학부모들의 자기자녀 제일주의 현상이다.
통계청의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2010~2015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23명으로 세계평균출산율(2.5명)의 절반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격히 변화된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인 여건(양육비(교육비), 여성들의 사회 활동 증가, 결혼연령의 늦어짐, 독신선호자 증가, 부부 중심의 삶 등)은 출산율 저하로 이어지고, 출산율 저하는 한 자녀 가정의 빈도를 높여왔다. 학자들은 한 자녀 가정에서는 부모의 관심이 한 자녀에게 그만큼 집중되기 때문에 과잉보호가 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한다. 이는 한 자녀 낳기 정책을 펼치고 있는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으로 널리 알려지고 있다.
또한, 오⋅누⋅이 학부모들은 소위 ‘열린교육세대’에서 많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1990년대 학교현장에서 열린교육이 유행하였고, 그 당시의 특성 중의 하나는 교육공동화 현상이었다. 열린교육은 학생들의 적극적인 학습활동, 개별화수업의 활성화,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의 활용, 학습 자료의 다양성 등과 같은 긍정적인 교실 변화를 가져왔지만, 교육과정과 교과교육을 경시함으로써 초래한 학력저하, 지나친 개성 존중 풍토와 허용적인 분위기로 인한 교실과 학교 붕괴 초래 등 당시 교육공동화 현상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이 열린교육 세대들이 지금의 30∼40대로서, 자기주장이 뚜렷하고,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낮으며,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경향이 높다는 것이다. 이들 중에 한 자녀를 가진 오⋅누⋅이 학부모들이 더러 있다는 것이다.
교사들에게 있어서 가장 두려운 존재는 바로 오⋅누⋅이 학부모다. 오⋅누⋅이 학부모는 좋을 때는 한없이 좋다가도, 마음이 한 번 틀어지면 교실에서의 문제들을 대개 담임교사보다는 교장⋅교감과 해결하려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소한 문제를 침소봉대하여 교육청이나 언론, 심지어는 청와대 등을 운운하면서 학교 밖의 힘으로 해결하려는 경향도 있다.
따라서 학교와 교사들은 오⋅누⋅이 학부모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학부모들은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 그리고 가치관으로 자녀들의 교육을 이해하려 한다. 따라서 오⋅누⋅이 학부모들과 더 밀접한 소통을 하면서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 더 나아가 오⋅누⋅이 학부모들을 위한 학부모교육도 필요하다. ‘개별화⋅개성화⋅다양화’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면서 펼쳤던 열린교육을 받은 세대들이 오⋅누⋅이 학부모가 되어 교실에 나타나리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존중’, ‘배려’, ‘공감’ ‘협력’ 등을 강조하는 교실을 이해하지 않으려는 오⋅누⋅이 학부모들에게, 그들의 자존감을 살려주면서, 학교교육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들을 개발하여 제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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