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및 논설

공직에 임한다는 것 = 주민의 삶을 살피는 것[미래교육신문 임한필기고]

교육정책연구소 2023. 2. 15. 09:39

임한필 시민참여정치를 준비하는 광주․전남민회 위원장

 

삼십 년 사십 년 전만 해도 공무원으로 보낸다는 것은 박봉에 시달리는 사람으로 인식되었다. 특히 교육공무원 즉 교사는 그야말로 박봉뿐만 아니라 온갖 스트레스로 인해 ‘교사의 ×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도 국가에서는 공직사회에 만연된 부조리가 근절되지 않았기에 공무원에 대한 정신교육이 실시되었다. 물론 정신교육의 필수교재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지은 목민심서(牧民心書)였다.

다산은 오랜 유배생활을 통해서 당시 탐관오리(貪官汚吏)들의 부조리하고 부패한 공직생활로 인해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직접 보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무에 임하는 자들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밝힌 글이 목민심서이다. 200년 전이든 40년 전이든 지금이든 공직에 임하는 사람들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자세는 청렴과 함께 위민(爲民)의 자세이다. 즉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며, 그들의 삶에 대한 내면적인 동질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2020년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국민들의 삶은 많이 피폐해졌다. 2022년 2월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침공으로 국지적인 전쟁이 발발했지만 장기화로 인해 국제유가가 폭등하면서 대한민국에도 그 여파가 미쳐서 최근 난방비가 폭등하여 수많은 서민이 경기침체와 더불어 삶의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로 공무원들이 고생했고, 삶의 의욕을 고취시키고, 자살을 예방하고자 ‘생일휴가’를 광산구가 도입하였다가 지역 시민단체와 언론, 주민들에게 비판을 받고 있다.

광산구는 작년 7월 7일에 '광주광역시 광산구 지방공무원 복무조례 일부개정안'을 발의하였으며, 제17조(특별휴가) 9항을 신설해서 ‘공무원은 본인의 생일이 해당하는 월에 1일의 휴가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제273회 광산구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심의를 거쳐 12월 10일 제276회 본회의에서 개정되었다. 행자위 회의록에 의하면 심의과정에서 ‘생일휴가’ 조항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전혀 없어서 부실하게 심의했다는 비판도 있다. 이 조항으로 인해 일반직 공무원, 청원경찰, 공무직․기간제․임기제 등 총 2,327명의 공무원 및 노동자 대상으로 유급으로 추진된다.

광산구는 조례도입 취지에 대해 “공무원 자살 건 증가에 따른, 본인 생일 자아 성찰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삶의 의욕을 고취시키고 자살을 예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한 “공직사회에서 이른바 ‘MZ세대’로 불리는 청년층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휴식권을 보장하고 근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생일휴가를 도입했다”고 한다. 다른 구에 비해 포상휴가가 부족해서 형평성을 고려해서 5일에서 10일로 확대하는 것에 반대할 주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국 226개 기초단체 중에서 고작 몇 군데에서 추진하고 있는 특별휴가로 ‘생일휴가’를 추가해야 하는 광산구의 조례도입 취지에 대한 설명이 궁색하다. 다산도 목민심서를 통해 공직에 임하는 자들은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고 지금 주민들이 살아가는 삶에 대해 잘 살피고 동질성을 가져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산구는 어느 때보다 어려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의 삶은 고려하지 않은 채로 공무원 자신들의 삶만 먼저 챙기겠다고 한다면, 200년 전 가렴주구(苛斂誅求)로 백성을 도탄에 빠뜨린 탐관오리와 무엇이 다를까?

또한 ‘생일휴가’ 도입이 공무원들의 자살율을 낮출 수 있다는 어불성설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하는지, 2,327명의 공무원 및 노동자가 휴가를 1년에 한 번 사용할 경우 하루 평균 87명이 휴가를 받게 되는데 이에 대한 업무공백으로 어떻게 메울 것이며, 유급휴가라 평균 10만원씩 잡더라도 약 2억3천만원이 넘는 세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등 여러 비판과 지적에 대해 광산구는 해명할 것인가?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지방자치 실현은 풀뿌리민주주의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기초자치단체, 기초의회에 대한 직접선거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그만큼 ‘주민의 삶’에 대해 목민관은 더 살피고, 의원은 ‘주민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목민관을 견제하라는 것이다. 근데 공무원을 단순히 자신을 지지하는 한 표로 생각하여 광산구는 ‘선심성 행정’에만 치우치고, 광산구의회는 이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한다면 200년 전 탐관오리가 판친 세상과 지금과 무엇이 다른지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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